회차 3
그녀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그녀의 대학 선배인 심자언이었다. 같은 대학교 2년 선배인 그는 해외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국내에서 이름을 알린 의사로 되었다.
심자언은 줄곧 송가은의 곁에서 그녀를 지켜주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두 사람은 꽤 친했다.
"무슨 일이에요?"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있는데, 지금 내가 급한 일이 생겨서 못 갈 것 같아. 네가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송가은은 시계를 보며 오늘 자신의 일정을 떠올렸다. 오전에 다른 일정은 없고 오후에 수술 2개만 하면 되었다. "알았어요. 그럼 어디로 가면 돼요?"
"주소는 문자로 보내줄게. 도착하면 경호원한테 이민수를 만나러 왔다고 하면 될 거야. 부탁해."
"알았어요."
"그리고 한 가지." 심자언은 당부하며 말했다. "아무 질문도 하지 말고 누구한테도 네가 지금 가고 있는 곳의 위치를 말하면 안 돼. 기억해. 치료가 끝나면 바로 나와."
"그렇게 할게요."
전화를 끊은 후, 송가은은 심자언이 보낸 주소로 향했다.
그곳은 국내 최고 수준의 보안 시스템을 갖춘 아파트가 가득 들어선 부자 동네였다.
심자언의 말대로 경호원들은 입구에서부터 그녀의 출입을 막았다. 송가은이 이민수 씨를 만나러 왔다고 하자 경호원은 바로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하고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목적지를 빠르게 찾은 그녀는 바로 초인종을 눌렀다.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문은 바로 열렸다.
방문객이 심자언일 것이라고 생각한 이민수는 문 앞에 있는 송가은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누구..."
심자언이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환자는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해 큰 거리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 문제 없이 환자를 치료하고 이곳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문제에도 휘말리면 안 되었다. 그리하여 송가은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선택했다.
"심자언 의사가 보내서 왔습니다."
이민수는 그녀의 손에 쥐어진 구급상자를 보고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아시나요?"
"네. 심자언 의사한테서 전해 들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겁니다."
심자언은 절대 믿을 수 없는 사람한테 이런 부탁을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이민수는 송가은을 방으로 안내했다.
커다란 거실을 지나 2층 계단을 오르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이 어두컴컴한 것을 보고 그녀가 말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치료를 하란 말이죠?"
강도윤은 여자 목소리를 듣고 곁에 있는 옷으로 자신의 얼굴을 막았다. "불 켜."
이민수가 스위치를 누르자 방은 순식간에 환해졌다.
남자의 목소리가 익숙했지만 송가은은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침대를 쳐다보니, 그곳엔 한 남자가 누워있었고 셔츠에 묻은 피는 이미 말라 있는 것 같았다.
송가은은 바로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 자신은 오늘 이곳에 환자를 보러 온 의사였다.
남자는 자신의 정체를 들키고 싶지 않아 했고 그러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냥 상처만 집중해서 진찰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구급상자를 옆에 놓고 바로 수술 도구를 꺼내 들었다.
송가은은 가위로 남자의 셔츠를 자르자 그곳엔 간단하게 거즈로 덮은 상처가 드러났다. 거즈를 열어보니 남자의 오른쪽 허리의 칼 자국을 발견했다.
구급상자에서 필요한 도구들을 꺼내어 상처 치료를 시작했다.
송가은은 침착하게 상처를 살피고, 빠른 손놀림으로 상처 소독을 마쳤다.
"혹시 마취제에 관한 알레르기가 있으신가요?"
다행히도 상처가 깊지 않아 큰 수술은 필요 없었다.
대신 상처를 봉합하는 과정에서 부분 마취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송가은의 목소리는 침착하고 단호했다. 어젯밤 다른 남자의 품에서 낸 신음 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목소리였다.
강도윤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알아보지 못했다.
"아니요." 송가은에게 몸을 맡긴 강도윤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대답을 들은 후, 송가은은 바로 마취약을 준비했다.
부분 마취가 되기까지 조금 기다린 후, 바로 상처를 꿰매기 시작했다.
1시간 후, 모든 치료가 끝났다.
상처에 비하면 치료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송가은은 피투성이 된 자신의 손을 보고 말했다.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1층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이민수의 말을 듣고 송가은은 바로 1층으로 향했다.
송가은이 1층으로 내려간 것을 확인 한 이민수는 바로 강도윤의 곁에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습격한 사람을 알아냈습니다. 최옥금, 사장님의 숙모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사장님께서 최옥금 씨가 우리 회사에 심어 둔 스파이를 모두 자르자 어젯밤에 사장님을 죽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강도윤은 바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침대에 걸터앉은 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지만, 그의 어두운 두 눈에서 위험한 빛이 번쩍거렸다.
그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민수를 보며 물었다. "그 여자와도 관련 있는 건가?"
이민수는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최옥금 씨가 그녀의 아버지인 송창성 씨에게 먼저 연락을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송창성 씨는 어떻게든 딸을 강 씨 가문에 시집 보내려고 했지만 강도빈이 아닌 사장님과 결혼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마 최옥금 씨가 미리 손을 쓴 것이 틀림없습니다."
"귀국 선물로 아주 큰 것을 준비했네.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나도 큰 선물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어?" 강도윤이 잠시 해외에 다녀오는 사이, 최옥금은 많은 소란을 일으켰다.
"강도빈이 중심거리에서 '매지컬'이라는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지?" 강도윤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이민수는 바로 강도윤의 뜻을 알아차리고 말했다. "네. 현재 회사에 마땅한 자리가 없어 클럽이 유일한 돈줄입니다. 만약 클럽도 문을 닫으면 앞으로의 생활도 더 어려워질 겁니다."
"네가 처리해라." 강도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민수가 계단을 내려오자 송가은은 막 2층으로 올라가려던 참이었다.
심지언이 이미 언질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대로 한 번 더 말하는 것도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으름장을 놓았다. "만약 오늘 있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따를 겁니다.
강도윤이 다쳤다는 소식이 최옥금과 강도빈의 귀에 들어가면, 두 사람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고 또 기회를 엿볼 것이다.
송가은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저의 물건만 챙기고 떠나겠습니다."
송가은이 방으로 돌아가자, 남자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피가 묻은 셔츠를 벗고 등을 돌리고 있는 남자의 넓은 어깨와 근육으로 가득 뒤덮인 등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몸이었다. 군살 하나 없이 엉덩이와 연결된 남자의 뒷모습만 보면 야수가 연상되었다.
"안 가세요?" 남자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지만 송가은의 뜨거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조롱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 당황한 송가은은 바로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