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누구보다 심서월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심수연은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수작이다.

안타깝게도 심서월은 아직도 자신의 처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더 이상 대작 가문의 천금귀녀가 아니라, 더 높은 값을 기다리는 관기로 돈을 많이 주는 사람에게 팔려 갈 것이다.

다시 시선을 거둔 심수연은 더는 심서월의 어설픈 연기를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단상 아래에 있는 육금환을 내려다보자 육금환도 그녀에서 시선을 고정했다.

곧바로 입가에 매혹적인 미소를 머금은 심수연이 얇은 옷자락을 살포시 들어 올려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더니 육금환의 품에 살포시 안겼다. 심서월의 충격으로 가득한 눈빛 아래 그녀는 더욱 대담하게 육금환의 목을 감싸 안았다.

"남왕 전하."

심수연은 촉촉하게 젖은 목소리로 나긋하게 말했다. "수연이도 전하를 오랫동안 흠모하여 왔사옵니다. 전하를 모실 기회가 소녀에게 주어진다면, 수연은 당장 숨이 끊어진다 하여도 감지덕지라 생각하옵니다."

심수연의 행동이 어찌나 뜬금없던지, 장내에 있던 이들이 하나같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오직 육금환만이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고, 어둠이 짙게 깔린 눈동자 속에 고요한 빛이 언뜻 비쳤다.

한참 후, 그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지는 것 같더니 이내 심수연을 품에 안아 들고 말했다. "그렇다면 본 왕 황금 만 냥을 더 내겠으니, 이 낭자도 본 왕이 가지겠다."

그 말을 들은 기방마담은 더욱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일찍이 심수연에게 꾀가 있으리라 짐작하였는데, 역시나 그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심수연을 품에 안고 방으로 향하던 육금환은, 심서월 곁을 지날 즈음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심서월은 아직도 충격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얼굴이었다.

심수연이 부끄러움도 잊고 자진하여 몸을 바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하였던 것이다.

육금환은 심수연을 품에 안은 채 심서월 앞으로 지나가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 "서월 낭자를 방에 모시거라. 누구도 방해치 못하게 하여 편히 쉬게 하라."

짧은 말 속에 그녀에 대한 애정이 가득 묻어났다.

그 누구도 육금환이 심서월을 중히 여긴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예, 명 받들겠사옵니다."

기방마담의 대답을 들은 육금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심수연을 품에 안은 채 방으로 올라갔다.

두 사람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본 심서월은 무의식적으로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수연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뻔뻔할 수 있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육금환을 유혹하다니!'

그녀는 당장에 심수연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어딜 가려는 것이냐?" 기방마담은 하녀더러 심서월을 잡아 놓도록 지시했다.

"저, 저는 수연이 걱정되어서..." 심서월은 자신의 진짜 목적을 밝힐 수 없어, 그저 아무 핑계나 지어내었다. "심씨 가문의 가훈에 따라 언제 어디서든…"

"더 말하지 않아도 된다." 기방마담은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심서월의 말을 가로챘다. "심씨 가문의 가훈이라니? 너는 아직도 네가 심씨 가문의 천금귀녀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내 미리 말해두지만, 심씨 가문은 이미 망했고 너는 천금귀녀도 아니다, 그저 교방사의 관기일 뿐이야. 지금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반드시 우리 교방사의 규칙을 따라야 할 것이다."

"이전에 네가 어떻게 지내왔든 상관하지 않았지만, 교방사의 문턱을 넘은 이상 네가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수연이가 남왕 전하를 모시고 있는데, 만약 네가 전하의 흥을 깬다면 내 너를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다."

대작 가문의 적녀로 지낸 심서월은 기방마담의 입에서 나온 험한 말을 들어본 적 없었다. 기방마담의 위협에 그녀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차갑게 콧방귀를 뀐 기방마담은 심서월에게 가치가 남았다는 것을 깨닫고 더 꾸짖지 않았다. 예쁘장한 얼굴만으로도 사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녀를 겁주다 멍청이가 되어 버리면 재미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에 기방마담은 하녀더러 심서월을 방으로 올려 보내도록 지시했다.

그 시각, 심수연의 방.

부드러운 몸짓으로 심수연을 침상에 내려놓은 육금환이 침상 바로 옆에서 그녀를 뚫어져라 내려다보고 있는 시선을 느낀 심수연은 얼굴을 수줍게 붉히고 뒤로 몸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몸을 막 위로 움츠리는 순간, 심수연은 움직임을 멈췄다. '이대로 피할 수 없다. 상황을 피한다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육금환은 심수연의 두 눈에 어려 있는 망설임을 알아차렸다. '이토록 담이 작은 낭자가, 어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본 왕을 유혹하였을까?'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간 육금환이 심수연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고 말했다. "본 왕을 모시겠노라 호언장담하였지? 오늘 본 왕이 네게 그 기회를 주겠다. 본 왕을 기쁘게 한다면, 너를 교방사에서 빼내 줄 것이다."

말을 마친 육금환은 심수연의 연기를 볼 준비를 마쳤다.

조금 전, 단상 위에서 심서월이 자신의 격앙된 마음을 내비칠 때, 심수연은 경멸과 혐오감으로 가득 담긴 눈빛으로 심서월을 지켜봤다.

심서월의 연기가 심수연의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는 심수연이 더 나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대가 피어 올랐다.

심수연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본 육금환은 일부러 재촉했다. "왜 아직도 멀뚱히 있는 것이냐? 기방마담이 사내를 어떻게 시중드는지조차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이냐?"

육금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침상에 무릎을 꿇은 심수연이 그의 허리띠에 손을 올려 조금 힘을 주어 잡아당기더니, 육금환의 우람진 체구가 그녀의 몸 위에 쓰러지게 했다.

넓은 허리띠를 움켜잡은 가녀린 손을 내려다본 육금환이 고개를 들어 말하려던 찰나, 심수연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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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녀 왕비: 냉정한 왕의 한 줄기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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