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2
베아트릭사의 부모님은 그녀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딸이 줄곧 옆집에 사는 매버릭을 좋아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매버릭은 그녀보다 세 살 많았고, 그녀는 그와 같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꿔서 엘다로 가고 싶어 하는 것일까?
어머니는 베아트릭사의 붉어진 눈을 살펴보며 부드럽게 물었다. "베아, 무슨 일이니? 매버릭이 너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조금 전에 들었던 말들이 떠오르자 베아트릭사는 마음이 쓰라렸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 그는 나를 좋아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요."
부모님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숨을 쉬었다.
"가서 짐을 싸고 여기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해. 한 달 남았어." 아버지는 그녀의 어깨를 다정하게 두드리며 말했다.
베아트릭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가 문을 열자 매버릭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물었다. "베아와 할 얘기가 있는데, 잠깐 볼 수 있을까요?"
베아트릭사는 그의 전화와 메시지를 무시했다고 해서 그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다.
어머니는 그녀를 돌아보자, 베아트릭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밖으로 나갔다.
매버릭은 그녀의 부은 눈을 보고 잠시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이내 깊은 한숨과 함께, 모든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눈빛을 드러냈다.
찰나의 순간에, 그는 그녀가 그 말들을 들었음을 직감했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력함인지 귀찮음인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
"참 안 됐네, 다 들었구나."
베아트릭사의 손과 발이 차가워졌고,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그녀는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았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 왜 나에게 희망을 줬어?"
매버릭은 그녀의 머리를 만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못 들었어? 너는 그녀와 많이 닮았어. 원래는 계속 숨기려 했는데 지난 1년 동안 네가 너무 착하고 순종적이었어. 그 점이 정말 좋았어."
베아트릭사의 눈물이 마침내 참지 못하고 터져 나왔다
"걱정 마, 널 떠나지 않을 거야." 그는 그녀의 눈물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닦으며 말했다. "우린 이전처럼 함께 있을 수 있어.
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네가 그저 옆집에 사는 동생일 뿐이야."
그의 눈빛은 여전히 다정했다.
베아트릭사는 그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비참하고 굴욕적인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멍하니 당황한 채 천천히 말했다. "오빠, 지금 나한테 애인이 되라는 거야?"
그는 부정하지 않았다.
베아트릭사는 온몸이 꽁꽁 얼어붙는 듯했고,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항상 그 앞에서 순종적이었던 소녀가 처음으로 그에게 반항했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붉었고,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녀는 단호하고 천천히, 확고하게 말했다. "싫어. 매버릭, 우리 끝났어. 이제부터 오빠는 그냥 내 이웃일 뿐이야."
매버릭은 베아트릭사가 거절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가슴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른 그는 기가 차서 할 말을 잃은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한 발짝 물러나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차갑게 말했다. "후회하지 않길 바래. 너처럼 뚱뚱한 애를 나 말고 누가 좋아해 주겠어? 다시 나한테 돌아온다고 해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베아트릭사는 고개를 숙인 채 팔을 세게 꼬집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불안감 때문에 폭식을 했고, 그로 인해 체중이 많이 늘었다.
그녀가 현재 뚱뚱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매버릭이 그녀를 공격할 권리는 없다.
베아트릭사는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매버릭이 준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가 그녀를 위해 정성껏 준비한 손으로 쓴 공부 노트와 요점 정리들이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도우려던 흔적들이다.
수능시험 100일 전, 그는 매일 하나씩 열어보라고 100개의 종이학을 주었다.
종이학에는 그가 손으로 직접 쓴 격려의 말이 적혀 있었다.
이것들을 보며 베아트릭사의 눈은 다시 붉어졌고, 기억들이 밀려왔다.
그녀가 7살이었을 때, 매버릭의 가족이 옆집으로 이사 왔다. 그는 부모님의 눈에 똑똑하고 잘생기고 점잖은 완벽한 아이였다.
그는 물에 빠진 그녀를 구해주었고, 그때부터 그녀는 17살이 될 때까지 그를 몰래 사랑했다.
그녀는 예전에 목숨 걸고 그녀를 구했던 소년과, 지금 이 비정하고 냉담한 오늘날의 차가운 매버릭이 같은 사람이라는 걸 믿을 수 없었다.
베아트릭사는 그가 준 종이학, 공부 노트, 작은 선물들을 상자에 담았다.
떠나는 날이 오면 모든 것을 돌려줄 생각이었다.
회차 3
한 달 후이면 해외로 떠나기에, 베아트릭사는 가장 친한 친구들을 불러서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녀는 레스토랑에 먼저 도착해 둘이 좋아하는 요리를 주문했다.
음료를 가지러 가던 중, 누군가 실수로 그녀와 부딪혔다.
베아트릭사는 예상치 못한 충격에 바닥으로 넘어졌다.
그녀는 치마를 입고 있었고, 큰 소리와 함께 어깨끈이 찢어지면서 매끄러운 어깨와 가슴의 윤곽이 드러났다.
그녀와 부딪힌 소년은 사과하려다 그녀를 알아보고 멈칫했다. "베아트릭사? 매버릭의 뚱뚱한 옆집 동생?"
주변 사람들이 소란스러운 움직임을 알아채고, 이쪽을 향해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베아트릭사는 허둥지둥 드레스가 찢어진 부분을 가리려 했다.
주변의 시선은 바늘처럼 찌르듯 아프고 따끔했다.
소년은 당황해하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그 몸무게로 드레스가 어울린다고 생각해? 봐, 완전히 찢어졌잖아."
그리고 그는 돌아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 "매버릭, 여기 와봐!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어."
베아트릭사는 소년의 말을 듣고 매버릭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떠나려 했지만 소년이 길을 막아섰다. "어디에 가려고? 매버릭을 좋아하잖아? 너의 이런 추한 모습을 직접 보고도 널 여전히 좋아할지 한번 보자고."
베아트릭사는 입술을 깨물며 치마를 꽉 쥐었다. 너무나 굴욕스럽고 수치스러웠다.
그녀는 그 자리에 머물고 싶지 않아서 용기를 내어 소년을 밀쳤다.
준비가 안 된 소년은 넘어져 머리를 부딪히며 피를 흘렸다.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만지자 소년의 눈은 분노로 이글거렸다. "이 더럽고 뚱뚱한 돼지야, 감히 날 밀쳐? 내가 오늘 반드시 병원비랑 사과받아야겠어!”
소년은 그녀의 팔을 붙잡고 외쳤다. "여기 좀 보세요. 이 뚱뚱한 여자가 날 때리고 그냥 가려 해요!"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혐오와 경멸이 담긴 시선으로 훑어보았다.
매버릭은 멀리서 다가왔고 그의 옆에는 날씬하고 아름다운 소녀가 서 있었다.
그녀의 눈은 베아트릭사와 약간 닮았고, 베아트릭사가 전에 눈여겨봤던 드레스를 들고 있었다.
매버릭이 사랑한다던 그 소녀였다.
그녀는 자신과는 완전히 달랐다. 눈앞의 이 소녀는 분명 더 아름답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부족한 모든 것을 이 소녀는 가지고 있었다.
베아트릭사의 눈은 눈물이 맺혀 눈이 아렸다.
그녀는 머리를 숙이고 자신이 얼마나 초라해 보이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매버릭이 도착하자, 소년은 더 격분하여 베아트릭사가 그와 부딪혀 넘어지면서 드레스가 찢어졌고, 자기를 밀쳐 다치게 하고 피가 나게 했다고 자초지종을 과장해서 설명했다.
"본인이 너무 뚱뚱해서 드레스가 찢어졌는데, 왜 날 밀치냐고? 난 사실만 얘기했을 뿐이야. 저렇게 뚱뚱한데 드레스가 어울리기나 해?"
소년의 이야기를 들은 베일리는 매버릭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매버릭, 시몬의 말이 맞는 것 같아. 어쨌든 저 여자 때문에 다쳤으니, 사과를 요구하는 게 당연하잖아."
베아트릭사는 베일리를 바라보았고 마침 말을 마친 베일리와 시선이 마주쳤다. 베일리는 그녀를 향해 희미한 미소를 지었지만, 눈가에는 순간 스치는 악의를 숨기지 않았다.
베아트릭사는 사실은 그 소년이 먼저 자신을 밀쳐 수치를 당하게 했으며, 가는 길을 막아서 도망치지 못하게 했기에 자신이 그를 밀친 것이라고 설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목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매버릭을 바라보며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의 시선은 그녀에게 머물렀고,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럼 사과하는 게 맞네."
시몬은 이마를 움켜쥐고 비웃었다. "들었지? 매버릭이 네가 사과해야 한다고 했어."
베아트릭사는 마치 찬 물을 끼얹은 듯 몸이 얼어붙었다.
항상 그녀를 지켜주던 매버릭이 진실은 안중에도 없이 사과만을 요구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단지 베일리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베아트릭사가 말이 없자, 매버릭의 눈은 그녀의 찢어진 드레스로 향했다.
그녀는 그의 얼굴에서 익숙한 표정을 읽었다. 마치 짜증스럽게 한숨 쉬는 듯한 그런 표정이었다.
그녀가 무슨 실수를 할 때마다, 매버릭은 항상 이런 표정을 지었다. 마치 그녀가 큰 실수라도 한 것처럼.
매버릭은 시몬에게 말했다. "내가 여동생처럼 여기는 애야. 베아트릭사가 잘못했다면 내가 대신 사과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