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바람이 울부짖었다.

나의 임박한 죽음을 위한 애절한 교향곡처럼.

비컨의 작은 붉은 불빛은 비밀스러운 약속이었지만, 매 순간 희미해져 가는 약속이었다.

시간은 나의 적이었다.

추위는 나의 사형 집행인이었다.

한유라의 말이 내 마음속에서 메아리쳤다.

잔인한 주문처럼.

그는 기꺼이 그랬어.

내 등산복의 찢어진 부분은 벌어진 상처였다.

방수, 방풍 장벽인 고어텍스 겉감이 손상되었다.

내의가 노출되어, 바람에 날리는 미세한 눈에 빠르게 젖어들고 있었다.

축축함이 피부에 닿아 얼음으로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내 생명은 분 단위로 측정되고 있었다.

눈 밟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와,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강태준과 다른 사람들이 본부 텐트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미친 듯한 순간, 내 가슴속에서 희망의 불꽃이 타올랐다.

그가 나를 데리러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한유라가 그의 팔에 매달려 연극적으로 흐느끼고 있었다.

"저 여자가 날 공격했어요, 태준 씨! 그냥 상태 좀 보러 갔는데, 손도끼로 나한테 달려들었다고요! 완전히 미쳤어요!"

내 손도끼.

그녀가 내 등산복을 찢는 데 사용했던 것.

방금 내 옆에 던져 놓았던 것.

그것은 눈 속에 놓여 있었다.

나를 향한 무기로 왜곡되고 있는, 저주스럽고 조용한 증거물.

"이게 대체 뭐야?"

강태준이 포효했다.

그의 눈이 내 재킷의 찢어진 부분에 닿았다.

그는 그 상처를 치명적인 부상이 아닌, 내 광기의 증거로 보았다.

"자기가 한 짓이야!"

다른 등반가가 끼어들었다.

"유라 씨한테 뒤집어씌우려는 거야!"

나는 말을 하려고, 부인하려고 애썼다.

"그녀가... 그녀가 찢었어요..."

말은 얼어붙은 목소리로 나왔고, 바람에 흩어졌다.

강태준은 듣지 못했다.

아니면 듣고 싶지 않았다.

그는 한유라의 눈물 젖은 얼굴과 내 망가진 모습을 번갈아 보았고, 그의 판결은 즉각적이고 절대적이었다.

그의 눈빛이 마침내 나를 무너뜨렸다.

그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혼란도 아니었다.

차갑고 단단한 확신이었다.

그는 그녀를 믿었다.

그는 나를, 그의 약혼녀를, 그가 사랑하고 보호해야 할 여자를 보며 괴물을 보았다.

"넌 항상 내가 관심을 주는 사람이면 누구든 질투했지."

그가 으르렁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독이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이건? 이건 너한테도 역대 최악이야."

"이런 수준의 압박감을 감당할 깜냥이 안 되는 거지."

다른 누군가가 무시하는 듯한 어깨짓과 함께 말했다.

"항상 자기가 주인공이어야 하니까. 예쁜 신입이 관심 좀 받는 걸 못 견디는 거야."

"정말 프로답지 못해."

또 다른 목소리가 덧붙였다.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야."

그 말들이 나를 때렸다.

하나하나가 물리적인 타격이었다.

그들은 내 주위에 이야기를 쌓고 있었다.

내가 너무 약해서 부술 수 없는 거짓말의 감옥을.

강태준은 한유라 옆에 무릎을 꿇고, 내 스마트 담요를 그녀 주위로 더 단단히 감쌌다.

"괜찮아, 자기야."

그가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몇 년 동안 나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다정함으로 가득했다.

"내가 여기 있잖아. 저 여자가 널 다치게 두지 않을 거야."

그 애칭, 너무나 자연스럽고 친밀한 그 말이 칼날의 마지막 비틀림이었다.

한유라는 훌쩍이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하지만 그의 어깨 너머로, 그녀의 눈이 내 눈과 마주쳤다.

그 눈은 승리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넌 짐 덩어리야, 차서진."

강태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평평하고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는 일어서서, 마치 폐기해야 할 결함 있는 장비처럼 나를 내려다보았다.

"넌 팀에 위험하고, 너 자신에게도 위험해."

나의 희망, 그 작고 어리석은 불꽃이 완전히 꺼졌다.

해결할 오해도 없었다.

호소할 사랑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그의 경멸이라는 차갑고 단단한 현실만이 있었다.

나는 눈 속으로 다시 쓰러졌다.

마지막 싸울 힘이 빠져나갔다.

추위는 이제 위안이었다.

고통의 끝을 약속하는.

"나는 프로젝트 팀장이다."

강태준이 선언했다.

그의 목소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공식적이고 권위적인 톤을 띠었다.

"그리고 나는 공식적으로 차서진의 이번 원정 자격을 박탈한다. 그녀는 우리가 후송을 준비할 때까지 여기에 남는다."

그는 나의 사형 선고를 공식화하고 있었다.

새로운 현기증이 덮쳐왔고, 세상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내 몸이 포기하고 있었다.

나는 떨어지고 있었다.

깊고 하얀 심연 속으로.

내 의식이 흐트러지기 시작할 때, 새로운 소리가 눈보라의 포효를 뚫고 들려왔다.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소리, 점점 더 커지는 깊고 규칙적인 울림이었다.

두두두두두.

헬리콥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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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게 내버려둔 약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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