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권여정은 눈을 가늘게 뜨고 훓어보고는 자리를 떠났다.
그녀의 여유로움에 원민주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거기 멈춰! 내 말 다 끝나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해두는데, 오빠가 당신이랑 결혼할 일은 없을 거예요!"
마침 원제욱이 방에서 나왔다.
"오, 오빠..." 원민주는 두려움에 흠칫 물러서며 말을 더듬었다.
누가 봐도 화가 엄청 난 상태였기 때문에 원민주도 감히 큰 소리를 더 내지 못했다.
한편 권여정은 하인에게 자신의 방을 안내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물건을 정리한 뒤 아침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백청아, 원민주, 원제욱은 이미 식탁에 앉아 있었다.
그녀가 식탁에 앉자마자 백청아가 잔소리를 시작했다. "집에서 옳바른 교육은 받고 온거니? 일찍 일어나서 식사를 준비하지 않고 게으름만 피우고 말이야. 여기가 네 집인 줄 아니?"
권여정은 무표정으로 백청아를 바라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이 집 하인은 아니죠."
이 집 식구들을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건 그녀의 인생에 나타날 수 없는 일이었다.
두 사람이 다투는 동안 원제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역시도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식사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그때 백청아가 은행 카드를 권여정에게 건네며 말했다. "백만 원 정도 들어 있어. 출근 전에 제대로 된 옷 좀 사 입어. 회사에서 말썽 부리지 마."
한편 원정궐은 두 사람의 사이를 친하게 만들기 위해 권민철에게 손녀딸을 자기 손자의 비서로 일하게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권여정은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 모든 일은 잠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만 원? 누구 코에 붙일려고? 나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그녀는 비아냥대는 말투로 말했다.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권여정이 지금 입고 있는 옷들은 모두 전문적으로 맞춰서 제작된 단품이라 브랜드 옷이 아니라고 오해할 법도 했다. 그녀는 백청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출근 준비를 위해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 백억 원이 계좌에 입금되었다는 은행 알림이었다.
그때 친할아버지로부터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우리 손녀, 잘 지내고 있지? 네 계좌로 돈 보냈다. 필요한 건 마음껏 사렴. 누가 괴롭히면 꼭 말해주고. 사랑한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답장을 썼다. "할아버지, 이 집 너무 마음에 안 들어요. 사람들이 다 날 괴롭혀요. 빨리 돌아가고 싶어요."
할아버지의 답장이 바로 도착했다. "그래? 우선 난 지금 낚시하러 가야 하니까 나중에 또 얘기하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곧 출근 차림으로 갈아 입고 집을 나서자, 기다리고 있던 운전기사가 차 문을 열어주었다. 안에는 원제욱이 타고 있었다.
"나한테 관심 없다면서요? 그런데 왜 같이 일하겠다고 한 거죠?" 그의 목소리는 매력적이었지만 비아냥거리는 말투가 거슬렸다.
"오해하지 마세요. 할아버지랑 여기에서 3개월만 살기로 이미 약속했으니까요. 3개월 후에 우리 쿨하게 계약 취소합시다." 그녀는 무관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3개월 동안 나한테 빠지지 않을 자신 있습니까? 그때 가서 울고 불고 서로 난처하게 하지 말고."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그쪽은 제 스타일이 아니라고 벌써 말했을 텐데요? 착각하지 말아요."
원제욱은 잘생겼지만 성격은 영 아니었다. 그녀가 싫어하는 전형적인 남성상에 가까웠다.
그녀의 말에 원제욱은 미간을 찡그렸다.
정말 이 여자가 날 좋아하게 될 일은 없을까?
"두고 보면 알겠죠. 후회하지는 마시고."
원제욱은 그녀가 밀당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에 대하여 아무 생각이 없다면 처음부터 이 곳에 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권여정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걱정 마세요. 석 달만 있으면 우린 다시 각자의 길을 가게 될 거니까요. 그리고 회사에서는 서로 아는 척하지 말죠. 괜히 시끄러운 일 만들기 싫으니까."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회사에서는 원제욱의 약혼자에 대한 소문이 퍼져 있었다. 직원들은 권여정이 별 볼일 없는 시골 출신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아침부터 원 씨 그룹 직원들은 수다에 여념이 없었다.
"혹시 소식 들었어요? 사장님 약혼녀가 새 비서로 온다고 하던데요?"
"들었어요! 못생겼다는 소문이 있더라고요. 게다가 시골에서 올라왔대요. 돈이 없어서 제대로 된 대학도 못 나왔다고 하던데 일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몰라요?"
"그러게요. 프린트도 못하는 거 아니에요?"
한창 수다를 떨고 있는 직원들은 원제욱이 권여정과 함께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둘의 모습을 보자마자 직원들은 놀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