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이세인이 필요한 짐을 챙기고 현관문을 나설 때까지 김현월과 장다은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굳은 얼굴로 테이블 위에 놓인 이혼 서류에 시선을 고정했다.

"정말 석준이와 이혼할 생각인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장다은의 목소리에 의심이 가득 묻어났다. 다시 이혼 서류에 적힌 조항들을 자세히 확인하던 그녀가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더니 버럭 소리질렀다. "하, 이세인.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이번에도 돈이 목적이잖아. 엄마, 이것 좀 보세요. 위자료로 우리 가문 재산 절반을 요구한대요!"

때마침 현관문이 열리며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장석준이 돌아왔다.

동시에 김현월과 장다은은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것처럼 빠르게 달려가 고자질을 했다.

"석준아, 방금 세인이가 다녀갔는데 글쎄." 김현월이 먼저 격분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 장씨 가문을 얼마나 우습게 봤는지, 이혼을 핑계로 우리 가문 재산을 반이나 달라는 거야!"

장다은이 뒤질세라 목을 빼 들고 소리쳤다. "게다가 태도는 어찌나 기고만장한지. 이혼 서류를 엄마와 내 얼굴에 던지고 집을 나갔어. 내가 보기엔 우리가 먼저 선수 쳐야 할 것 같아. 이세인은 우리 장씨 가문에서 버림받은 여자라는 소문이 나면, 어느 가문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거야. 때가 되면 제 발로 다시 기어들어 올 수밖에 없겠지."

두 사람이 하는 말을 들은 장석준의 눈살이 깊게 찌푸려졌다. "그런 소문이 나면 안 돼요."

현재 장씨 그룹은 큰 전환점을 맞이해, 세계 100대 기업 중 하나로 인정받는 중이다. 현재 장씨 가문의 수장이자 군사, 및 금융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장만승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장씨 그룹은 더욱 높은 위치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서, 그에 관한 부정적인 소문이 조금이라도 새어 나가면 치명적인 오점으로 책잡힐 수 있다.

장석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가 찌푸려진 얼굴로 전화를 받더니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말을 듣고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

"뭐라고? 신의 백소담이 돌아왔다고?" 두 눈을 반짝인 그가 재촉하며 말했다. "계속 추적해.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백소담의 도움을 받아야 돼."

......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가득 물든 저녁, 브렌든 술집.

"세인 누나의 귀환을 축하합니다!"

잔뜩 흥분한 얼굴로 잔을 높게 치켜든 하윤슬이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가 이 순간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렸는지 모른다.

그런 그의 곁에 둘러앉은 수하들도 잇달아 잔을 들고 높은 소리로 환호했다.

"세인 누님, 축하합니다!"

"역시, 우리 세인 누나야. 신의 백소담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알리자마자, 사람들이 득달같이 모여들었어요."

"그러니까요. 장씨 그룹에서 계약금으로 20억을 제안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장석준이 세인 누님이 바로 신의란 걸 알면, 아마 땅을 치고 후회하겠죠?"

장석준의 이름을 들은 이세인의 안색이 급격하게 싸늘해졌다.

그녀의 표정 변화를 바로 알아차린 하윤슬이 서둘러 대화 주제를 돌렸다. "20억? 그깟 푼돈으로 뭘 할 수 있겠어? 잘 들어. 100억을 제안한 사람도 있어.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야. 신의 백소담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추가로 500억을 더 주겠다고 제안했어!"

이세인은 잔을 들어 술을 홀짝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번에 600억을 제안한 사람이라면, 어마 무시한 권력을 손에 쥔 것과 동시에 쉽게 치료할 수 없는 병에 걸렸을 것이다.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온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이세인은 너무 복잡한 일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미동도 없자 하윤슬도 더 강요하지 않고 수하들과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세인은 멍한 얼굴로 잔에 담긴 술만 홀짝일 뿐이었다.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외향인 남자들이 가득 모이자,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들에게로 쏠렸다.

낯선 사람들의 주목에 신경이 잔뜩 곤두선 이세인이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하윤슬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스테이지를 가리켰다. "춤추러 가자."

대답도 듣지 않고 스테이지로 향한 이세인이 가볍게 허리를 흔들며 음악에 몸을 맡겼다. 지난 3년 동안, 장씨 가문에서 숨 막히는 생활을 해온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자유를 만끽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었다.

쿵쾅거리는 음악 소리에 복잡했던 머리가 한결 가벼워지는 것만 같았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음악과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주변에서 춤을 추고 있던 사람들도 어느새 그녀의 춤사위에 매료되어 넋을 잃고 그녀의 몸짓을 지켜보고 있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 몸에 꼭 맞는 미니 드레스는 그녀의 매혹적인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더욱이 골반과 가슴을 요염하게 흔드는 모습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설마, 이세인?"

막 술집 입구에 들어선 장석준이 스테이지에서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춤을 추고 있는 이세인을 발견하고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윤보미가 귀국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장다은을 비롯한 친구 몇 명과 함께 술집을 방문한 그는 이곳에서 이세인을 만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평소에 펑퍼짐한 옷차림에 늘 머리를 하나로 묶고 다니던 이세인에게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이야?

장석준의 팔에 매달리다시피 하며 따라 들어온 윤보미도 이세인을 발견하고 적지 않게 당황한 얼굴이었다.

먼저 이세인을 발견한 장석준이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자 윤보미가 눈살을 확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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