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조명하나 없이 어두운 호텔 객실 창으로 황금빛 노을이 스며들어와 김소월의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듯이 내려앉았다. 컴컴한 방 안에는 낮게 읊조리는 듯한 숨소리와 은은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박운빈의 목에 부드럽게 팔을 두른 김소월의 얇은 입술이 그의 입술을 아프지 않게 깨무는 것 같더니, 가녀린 손이 대범하게 가슴을 쓸어 내리는 것이다. 이윽고 그의 가운을 여민 끈에 손을 올려 살짝 잡아당겼다.

"벌써 단단해졌네요." 그의 귓가에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김소월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가득 묻어나는 것 같더니 입 꼬리가 매혹적으로 말려 올라갔다. 그리고 손에 힘을 주어 남자의 마지막 인내심을 끌어내렸다.

김소월의 손목을 움켜잡고 유리창에 밀어붙인 박운빈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피부에 직접 닿았고, 목소리는 욕망을 억제한 듯 거칠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그녀를 집어삼킬 것처럼 으르렁거렸다. "김소월, 너 지금 단단히 실수하고 있는 거야." 창문에 손을 기댄 그가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다리를 들어 올리고 낮은 신음을 뱉었다. "지금 이 선을 넘으면, 너와 박길남은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어."

"네, 알고 있어요." 김소월은 대답하면서 그의 가슴 근육에 시선을 고정하더니 두 팔을 허리에 감싸고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운빈 씨, 저 결정했어요.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됐단 말이에요."

박길남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여동생과 부적절한 사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소월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처음엔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숨어 술에 몸을 맡긴 채,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로 모든 슬픔을 흘려 보낼 생각이었으나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박길남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왕 복수를 하기로 결정했으니 철저하게 복수할 것이다. 180은 훨씬 넘는 키에 아직 약혼자도 없는 28살 박운빈을 방패막으로 삼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은 없었다. 그의 든든한 몸이 탐났던 건 부인할 수 없지만, 더 중요한 건 그의 사회적 지위였다.

박길남이 그녀의 여동생과 바람을 피울 수도 있는데, 그녀는 왜 박운빈과 바람을 피우지 못한단 말인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래야 공평하지.

박운빈은 착잡한 표정으로 비꼬듯 말했다. "김소월, 착한 척하지 마. 날 이용해 박길남에게 복수할 생각인 거 내가 모를 것 같아?" 그의 목소리에는 짙은 조롱이 묻어났다. "그게 다야? 복수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겠다고? 그런데 내가 왜 너의 장단에 놀아나야 하지?"

한때 박길남의 아내가 될 뻔했던 김소월은 지금 박길남의 삼촌 앞에서 야한 차림으로 서 있었다. 그녀의 전 약혼자에 대한 첫 번째 복수였다. 만약 박길남이 바람만 피우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한 달 뒤에 예정이던 결혼식을 올렸을 것이다.

김소월이 신경 써 관리한 손톱이 박운빈의 가슴을 스쳐 지나 매끈한 복근을 만지는 것 같더니 단단해진 중심부를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최소한 당신의 몸은 거짓말하지 않으니까." 김소월의 도발적인 속삭임이 귓가에 들려오면서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박운빈 씨, 우린 그저 오늘 밤에 눈이 맞아 뜨거운 장난을 즐기는 것뿐이에요. 당신이 날 원하지 않았다면, 이 방에 나타날 일도 없었겠죠?"

김소월은 얼굴을 앞으로 내밀며 그의 단단한 가슴을 혀로 쓸었다. "이럴 생각으로 나타난 게 아니라면, 지금 바로 절 밀쳐내도 좋아요. 내 손짓 한 번에 바로 달려올 남자, 당신 아니어도 널렸으니까."

그녀의 선택지에 박운빈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녀가 박운빈을 유혹했던 건, 그를 이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운빈은 과연 순수한 의도로 호텔 방에 올라왔을까? 그녀의 복수 계획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러 오진 않았을 것이다.

더 이상 김소월의 유혹을 참을 수 없었던 박운빈은 그녀의 허리를 더욱 세게 끌어안고 입술을 집어삼킬 기세로 맞춰왔다. 마치 그녀의 립스틱을 얼굴 가득 번질 기세로 말이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목소리에 욕정이 가득 새어 나왔다. "김씨 가문에서 곱게 자란 아가씨가 낯선 남자 앞에서 함부로 옷을 벗을 정도로 대담할 줄 누가 알았겠어?"

그녀의 대담함에 박운빈은 깊숙한 곳에서부터 갈증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가 그녀를 처음 만난 건, 두 가문이 충분히 예를 갖춘 상견례 자리였다. 단아한 차림새에 자리에 앉아 방긋방긋 웃기만 했던 그녀는 손윗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들었을 참한 여자였다.

그랬던 그녀가 약혼자의 배신을 눈앞에서 보고도 울고불고 난리 치지 않고 조용히 뒤돌아 떠날 줄 누가 알기나 했을까? 더욱이 전 약혼자와 여동생의 약혼식에 시삼촌을 호텔 방에 불러 유혹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작고 가녀린 손으로 직접 그의 셔츠 단추까지 풀어 헤쳤을 뿐만 아니라 벨트까지 풀고 통 유리 앞에서 욕망을 분출해 냈다.

김소월의 당장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허리를 꽉 끌어안은 박운빈이 그녀의 귓가에 낮게 읊조렸다. "김소월, 단지 박길남에게 복수하기 위해 날 유혹하려는 거야? 아니면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거야?"

"난..." 작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그녀가 대답하려 할 때, 커다란 손이 그녀의 얇은 허리를 더욱 세게 끌어당겼다.

곧게 편 허리에 힘이 더욱 들어가더니 낮게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와 날카로운 눈빛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삼킬 기세였다. "잘 생각하고 대답해야 할 거야."

회차 2

온몸이 나른해지는 것을 느낀 김소월은 박운빈의 품에 안기듯이 쓰러졌다. 그리고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힘껏 끌어당겨 거침없이 입을 맞췄다.

"목적이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중요한 건, 당신이 상상 그 이상으로 훌륭하다는 거예요." 입술을 떼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그녀의 입 꼬리가 매혹적으로 올라갔다.

다시 그의 목에 팔을 감은 그녀가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박운빈 씨,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길 바래요..."

곧이어 박운빈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는 것 같더니 그녀의 허벅지를 번쩍 들어 올려 침대로 걸어가 천천히 눕혔다. 그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들려오는 쾌락 섞인 신음이 호텔 연회장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후 박운빈은 직접 김소월을 안고 욕실로 향했고, 그녀가 샤워를 마치고 욕실 밖으로 나왔을 때 박운빈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깔끔한 정장 차림에 금테 안경을 쓴 그가 창가 앞에서 커프스 단추를 채우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침대에서 그녀와 뜨겁게 몸을 섞었던 사람이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단정한 모습이었다.

김소월은 욕실 문에 기대 통 유리와 맞먹을 정도로 큰 키에 다부진 어깨를 한 남자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는 점잖은 남자가 한 마리의 야수처럼 조카의 전 약혼자와 몸을 섞었다는 사실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인기척을 느낀 듯 뒤돌아선 그의 눈동자에 비웃음이 가득 묻어났다. "생각보다 빨리 나왔네."

시계를 확인하고 가까이 다가온 그의 숨결이 그녀의 귓가에 따뜻하게 불어왔다. "내가 급한 마음에 드레스를 찢었어. 난 먼저 내려가 볼 테니, 갈아입을 드레스를 가져다 줄 사람이 곧 올 거야. 잘 여미고 내려와. 어떤 흔적도 알아볼 수 없게."

그의 눈빛이 그녀의 쇄골에 남은 흔적을 빤히 쳐다보는 것 같더니 순간 숨을 거칠게 몰아 쉬는 것이다.

샤워 가운을 그대로 입고 나온 김소월은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침대에 걸터앉아 말했다. "전 약혼자와 바람난 동생 약혼식에 참석하고 싶지 않아요."

원래 오늘 연회의 주인공은 그녀와 박길남이었지만, 그녀의 이복동생인 김나은이 두 사람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박길남을 가로챈 것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가문 어르신들이 정해놓은 약혼녀가 갑자기 나타나면 분위기만 더욱 어색해질 테니까.

그때, 박운빈이 쌀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까지 침대에서 날 유혹하던 배짱은 어디 갔지? 박길남에게 복수하기 위해 날 유혹한 거 아니었어?"

두 손으로 침대를 누르며 그녀를 품 안에 가둔 그가 잔뜩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그동안 노력 많이 했잖아. 박길남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지 않아? 30분 후에 연회장에 내려와." 권유보다 통보에 가까운 말투였다. "약속한 시간에 내려오지 않으면, 우리 약속은 없던 일로 해."

그렇게 박운빈이 호텔 방을 나서고 홀로 남은 김소월은 넋을 잃은 모습으로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불현듯 그녀는 이대로 박운빈의 손을 잡아도 될지 의심이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꽤 위험한 남자인 것 같았는데, 정말 현명한 선택일까?

하지만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그녀는 위험한 줄 알면서도 그 손을 잡아야만 했다.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절망적인 상황에서, 박운빈은 그녀의 동아줄이자 마지막 희망이었다.

박운빈의 손을 꼭 잡고 있어야만 지금 상황에서 벗어나 그녀와 어머니의 것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소월이 젖은 머리를 말리고 있을 때, 호텔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빨리 옷을 보내왔다고?" 고개를 갸웃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천천히 문을 향해 걸어갔다. 헝클어진 머리에 메이크업도 미처 하지 못한 그녀는 박운빈이 남기고 떠난 여파에 몸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해 손님을 맞을 상태가 아니었다.

박운빈의 비서라고 확신하며 방문을 연 그녀는 오늘 연회의 주인공인 김나은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씨 가문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김나은은 어렸을 때부터 고집불통이었다. 그런 그녀가 대기실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있던 중, 이상한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메시지를 보내온 사람은 김소월과 박길남이 호텔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으며 몇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김나은은 당장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두 사람이 있다는 호텔 방으로 올라갔다. 방 문을 열고 나타난 김소월의 몸에 서로의 몸을 탐했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한 그녀는 바로 취조하듯이 추궁했다.

"길남 오빠 어디 있어? 너 길남 오빠 어디에 숨긴 거야?"

김소월은 그런 그녀를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쳐다봤다. "박길남이 어디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네가 나한테서 그 사람 뺏어간 거 아니었어? 네 약혼자를 네가 잘 간수하지 못하고 왜 나한테 내놓으라 말아야?"

김소월과 박길남은 어린 시절 가문 어르신들끼리 서로 사돈을 맺기로 약속하며 맺어온 인연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와 정부가 낳은 딸 김나은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면서 두 사람은 몇 달 전부터 부적절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약혼식에서 박길남을 찾지 못한 김나은이 자신을 찾아와 약혼자를 내놓으라고 하다니. 김소월은 대답 대신 비웃음이 가득 묻어난 얼굴로 김나은을 쳐다봤다. 그녀가 아무리 김씨 가문에서 못한 대접을 받았어도, 김나은의 손이 닿은 쓰레기는 줍지 않을 것이다.

회차 3

분을 이기지 못한 김나은이 서슬 퍼런 눈으로 김소월을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을게. 조금 전까지 길남 오빠랑 같이 있었어? 음탕한 몸으로 오빠를 유혹한 거야?"

"난 대답할 의무 없어." 쌀쌀맞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김소월의 목소리에는 아무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으나 눈빛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더 이상 화를 참을 수 없었던 김나은이 손을 번쩍 들어 김소월의 뺨을 있는 힘껏 내려쳤다.

"뻔뻔스러운 년. 고작 남자 몸이나 홀려대는 주제에 길남 오빠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두 사람 아무리 결혼 약속을 했더라도, 오빠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나야. 너 같은 년이 함부로 유혹할 수 있는 사람 아니라고!"

김나은의 손에 낀 반지가 김소월의 얼굴을 때리며 상처를 남겼다. 깊은 상처는 아니지만 찌릿한 통증이 그대로 전해졌다.

곧바로 비틀려 올라간 그녀의 입술 사이로 차가운 실소가 터져 나왔다. "김나은, 넌 어쩜 아직도 이렇게 순진하니? 네 엄마, 조미영 씨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 몰라서 그래?"

"너 감히 우리 엄마가 정부라고 비웃는 거야?"

김소월은 그녀의 대답이 만족스러운 듯 활짝 미소 짓더니 경멸 어린 눈빛을 보냈다. "이미 알고 있었어?"

그녀의 도발에 김나은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김소월, 너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어?"

그리고 김소월을 향해 주먹을 마구 휘두르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본 김소월은 세면대 옆에 올려둔 핸드워시 뚜껑을 열어 김나은의 얼굴과 머리에 쏟아 부었다.

"아악! 내 얼굴!" 뒤이어 들려오는 김나은의 비명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호텔 방 앞에서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김나은의 친구들이 비명을 듣자마자 서둘러 달려왔다.

"나은아, 괜찮아?"

"김소월, 너 정말 해도 너무 하잖아. 나은이 메이크업하는 데 3시간이 넘게 걸렸어. 그걸 네가 망가뜨린 거야!"

"아무리 나은이가 너 대신 박길남 씨와 약혼한다지만, 사랑 앞에서 사랑 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방해꾼이 아니겠어? 나은이와 길남 씨,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 그냥 두 사람 축하해주면 안 돼?"

김소월은 김나은 친구들의 감정 섞인 질타를 듣고 있으면서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상처에 컨실러를 조심스럽게 펴 발랐다. 최고급 호텔에서 마련한 고급용 제품에도 불구하고, 상처에 닿자 찌릿한 통증이 밀려와 그녀의 미간이 절로 좁아 들었다.

"김나은, 내가 너였다면 약혼식이 시작되기 전에 메이크업을 수정했을 텐데 말이야. 김씨 가문과 박씨 가문의 약혼식이라 그런지 각계 유명 인사들이 모두 참석했네. 오늘 주인공이 그런 모습으로 나타나면, 내일 기사 1위는 두 가문의 약혼식이 아니라 김씨 가문 둘째 아가씨의 추한 사진이 올라오겠네."

김나은의 친구들은 그제야 김나은을 설득하며 말했다. "나은아, 오늘은 네 약혼식이니 이런 사람이랑 시간 낭비할 필요 없어. 약혼식이 끝나면 그때 처리해도 늦지 않아."

"그래, 나은아. 일단 약혼식부터 무사하게 올려야지. 침착해."

김나은은 뒤돌아서는 순간까지 김소월을 노려봤다. "김소월, 너 두고 봐!" 분한 마음에 발까지 동동 구른 그녀는 엄포를 놓고 친구들과 함께 호텔방을 나섰다.

김나은이 방문을 나서자마자 김소월은 갑자기 만족스러운 한숨을 푹 내쉬는 것이다.

"나은아, 나 아직 너한테 할 말 남았어. 네가 나한테서 길남 씨 빼앗은 거, 널 탓하지 않을게."

그녀의 말에 자리에 멈춰 선 김나은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날 탓하지 않겠다는 건 무슨 말이야? 김소월, 너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거야?"

김소월은 피곤한 듯 하품을 길게 하더니 싱긋 미소 지었다. "말 그대로 널 탓하지 않겠다는 거야. 박씨 가문 남자들이 침대에서 얼마나 짐승 같은지, 네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넌 그저 네 엄마의 실력을 그대로 물려받고 길남 씨를 유혹한 거잖아? 네 엄마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가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해. 그러니까 널 탓하지 않겠다고 하는 거야."

"김소월!" 김나은이 꽥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호텔 방문이 김소월에 의해 굳게 닫혔다.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호텔 로비가 떠나갈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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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도련님과의 위험한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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