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2

며칠 후, 임시영은 간소한 흰색 슬립 드레스를 입고 교외의 작은 교회에 도착했다.

오늘이 그녀의 결혼식이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남자와 결혼할 예정이었다.

임시영은 웨딩드레스를 빌리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웨딩드레스는 빌릴 가치가 없고 손 할머니 수술비를 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임시영은 꽃집에서 하얀 안개꽃을 샀고, 사장님께 하얀 비단 리본까지 빌려 머리를 묶었다. 매우 순수하고 순진해 보였다.

결혼식 시간이 되었지만, 신랑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결혼식장은 단지 몇 명의 사람들로 모여 초라해 보였다.

"걱정하지 마. 신랑 쪽 차가 막히나 보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임영빈이 임시영을 위로했다.

임시영의 숨결이 흔들렸다.

자신이랑 결혼할 남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김도영이고, 웬만한 직업조차 가지지 않았고, 항상 거리의 불량배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낭비하는 게으름뱅이였다.

이런 남자와 같은 사람과 결혼한다는 생각에 임시영은 불안으로 속이 울렁거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신랑쪽 사람은 왜 하나도 보이지 않지?" 정이연은 얼굴을 찡그리며 교회 안의 몇 명 안 되는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는 화려하고 부드러운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며 담백한 화장이 이목구비를 돋보이게 했다.

김 씨 가족은 결혼을 중시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임시영은 신경 쓰지 않았다. 손 할머니의 의료비에만 신경을 썼다.

임시영은 정이연에게 몸을 더 가까이 기울이며 속삭이듯 말했다. "결혼식이 끝나는 대로 돈을 주는 거죠?"

그녀는 양부모에게 손 할머니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결혼을 돈과 맞바꾸겠다고 약속했었다.

"우리는 가족이다. 왜 자꾸 돈 얘기만 해? 걱정하지 마. 약속한 대로 돈을 줄게. 계속 물어보지 말고 결혼식에만 집중해." 정이연이 아무리 부드럽게 말하려 해도 목소리에는 조바심이 역력했다.

그러는 사이에 임설영도 도착했다.

임설영은 화려한 옷을 입고 목에는 값비싼 보석 목걸이를 걸고 왔다.

남자친구의 팔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임영빈과 정이연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갔다. 임설영은 득의양양했다. 자신은 부잣집 아들과 연애하고 임시영은 그 사생아와 불쌍한 삶을 살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주자원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임시영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마음속엔 온통 임시영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모두 자신의 잘못이었다. 한순간의 잘못으로 주자원은 영원히 사랑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임시영은 곧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길 것이었다.

주자원은 결혼식에 참석할 생각이 없었다. 억지로 임설영에 의해 끌려왔다. 임설영의 임신으로 주자원은 무엇이든 다 따라야 했다.

주자원의 시선은 교회에 도착한 이후로 줄곧 임시영에 고정되어 있었다. 임설영은 참을 수가 없었다.

옛날이든 지금이든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임시영은 그녀의 매력으로 모든 사람을 사로잡았다. 사람들은 항상 임설영 대신 임시영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질투심이 임설영을 더 추악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화가 치밀어 주자원을 향해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걔한테서 시선을 떼지 못해? 확 눈을 파 버릴라! 저년이 대체 뭐가 그렇게 좋아? 왜 계속 쳐다보는 거야?"

그리고 나서, 임설영은 돌아서서 비웃었다. "신랑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지? 자기 결혼식에도 늦다니, 참 믿음직스럽지 못하네. 가족들도 아마 안 올 거야. 사생아라더니, 불쌍해라."

임설영은 집에서 공주였다. 아무리 무례한 말을 해도 집에서는 그 누구의 지적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는 결혼식장이고 그녀는 신부의 여동생이었다. 임설영의 무례하고 주제넘은 행동에 모두가 수군거렸다.

임시영은 슬며시 옷자락을 들어 올리며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지금까지 임설영이 얼마나 오만하고 무례해도 다 참아왔다. 하지만 더 이상 그 헛소리를 참을 수가 없었다. "임설영, 사생아라니! 말을 가려서 해야지. 여긴 내 결혼식이고, 그 사람은 네 형부될 사람이잖아. 기본적인 예의는 배우지 못했나 봐?"

임설영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임시영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아무리 자신이 과한 짓을 하더라도 임시영은 참기만 했다.

그 말을 듣고 교회는 조용해졌다. 바로 그때, 대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키가 큰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눈 부신 햇살이 그 호리호리한 체격의 윤곽을 드러냈다.

교회 문이 다시 닫히자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깊은 눈은 군중들을 휩쓸었고, 입은 굳게 다물었다. 기다란 손가락으로 양복 단추를 채우고 있었다. 서둘러 온 것이 분명했다.

햇빛이 그 남자의 잘생긴 얼굴에 부드러운 빛을 발했다. 마치 하나님이 그를 창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마법에 걸린 것처럼 모든 시선이 그 남자에게 쏠렸다.

회차 3

모두가 경외의 눈으로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임설영의 눈에는 빛이 반짝거렸다. 김 씨 집안은 김도영 외에 두 아들이 또 있었다. 이 잘생긴 남자는 그 두 사람 중의 하나라고 임설영은 추측했다. 김 씨 가문은 여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문이었다. 김도영은 그저 수치스러운 사생아였고 절대 집안의 문턱을 넘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 앞에 있는 남자는 매력적이고 움직임 하나하나에 귀족스러운 품위가 들어가 있었다. 임설영은 이 남자가 바로 김 씨 집안의 후계자임을 확신했다.

그 남자의 잘생긴 외모와 매력은 임설영을 놀라게 하고 흥분시켰다. 주자원도 그나마 미남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눈앞의 남자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임설영은 앞으로 걸어가서 그 남자에게 인사를 했다. "김도영 씨의 형이시지요?" 그의 눈을 쳐다보기만 해도 임설영은 얼굴이 빨개졌다. "신랑쪽 가족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자리에 앉으세요. 시작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임설영은 그 남자의 전화번호까지 묻고 싶었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감히 그렇게 대담할 수가 없었다.

그 남자는 임설영에게 눈길도 주지 않으며 곧장 임시영에게로 갔다.

임설영은 당황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수줍음과 흥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임설영은 화가 난 상태로 자리로 돌아왔다. 그녀는 잘생긴 남자가 임시영의 옆에 있는 것을 보고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때 임설영은 깨달았다. 그 잘생긴 남자는 다름 아닌 신랑 김도영이었다.

임설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 잘생긴 남자가 김도영이라고?'

임설영은 고개를 숙여 정이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엄마, 왜 김도영이 이렇게 생겼다고 말 안 해줬어? 왜 나한테 사진을 보여주지 않았어? 이렇게 잘생겼는지 알았다면 내가 결혼했을 거야!"

정이연은 한숨을 내쉬어 못마땅한 눈으로 임설영을 바라보며 나무란다는 듯이 말했다. "넌 아직 어려서 나중에 알게 될 거다. 남자는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김도영은 시작부터 틀렸어. 제대로 된 직업이 없고 그냥 얼굴만 예쁜 양아치일 뿐. 아무 쓸모 없어. 시영이와는 완벽한 짝이지. 저 두 사람은 이제 영원히 사회 밑바닥에서 고개를 들지 못할 거다."

임설영은 굳이 말대꾸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임시영이 잘생긴 남자와 결혼한다는 사실이 싫었다. 김도영의 얼굴이 너무 완벽하게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김도영은 임시영에게 걸어가서 얼굴을 살폈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일이 생겨서 좀 늦었어."

"괜찮아요." 임시영은 개의치 않았다. 잘생긴 얼굴이라도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썩 나쁘진 않았다.

김도영의 옷차림을 살피던 임시영의 시선이 그의 손에 닿았을 때, 임시영은 손목에 걸린 파텍 필립 시계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임시영이 가진 명품은 없었지만 그녀가 보는 안목은 있었다. 임시영은 그 시계가 적어도 억 원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눈썹을 치켜올렸다.

임시영은 줄곧 김도영이 가난하고 김 씨 집안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임 씨 집안에서는 임설영 대신 임시영을 시집보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김도영은 어떻게 이런 비싼 시계를 살 수 있었을까?

지금 전체 스토리 읽기
작가를 후원하고 Moboreader의 다음 이야기를 응원해 주세요!
모든 회차 잠금 해제

나의 가짜 아내

2화
회차
사용자 설정
다음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