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서란 언니, 그런 거 아니에요. 우린 그냥..." 한예나가 서둘러 핸드폰을 가져가며 슬픔에 잠긴 척 말했다.
윤서란은 분노가 치밀어 오른 나머지 한예나의 뺨을 찰싹 때렸다.
"당장 나가요! 뭐가 그렇게 당당해요? 내 결혼생활을 파괴한 게 그렇게 자랑스러워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예상치 못하게 뺨을 맞는 바람에 한예나의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지며 화면이 산산조각 났다. 한예나는 비틀거리다 병원 침대에 쓰러지면서 일부러 윤서란의 다친 다리를 눌렀다.
순간 다리에 통증이 느껴지며 눈물로 시야가 흐려진 윤서란이 한예나를 밀어내려고 손을 뻗자, 누군가가 강한 힘으로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윤서란, 정신 나갔어?"
우준성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서란이 고개를 들자 조금 전에 봤던 사진 속과 같은 차림의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우준성이 보였다.
큰 키와 넓은 어깨, 그리고 잘생긴 외모는 여전했지만, 윤서란은 이제 그런 그가 혐오스러웠다.
"지금 나보고 정신 나갔냐고 했어요?" 윤서란이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주어 말했다. "당신 연인이 내 앞에서 나를 조롱하는데, 그럼 가만히 있으라는 거예요? 당신 정말 역겨워요!"
화가 나서 눈물이 고인 윤서란의 시선과 마주한 그의 얼굴이 짜증으로 어두워졌다.
밤새도록 쉬지도 못하고 납치범들을 혼내줬건만, 한예나에 대한 화풀이를 그에게 늘어놓다니.
비서 말로는 윤서란이 심하게 다쳤다고 했지만, 지금 그녀는 활기가 넘쳐 보였다.
"윤서란, 지금 내 인내심 테스트 해?" 그는 그녀의 연약한 턱을 단단히 움켜쥐고 차가운 목소리로 다그쳤다. "예나한테 사과해. 지금 당장!"
윤서란은 턱에서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지만, 마음의 상처가 그보다 훨씬 심했다.
그녀보고 사과를 하라니, 택도 없는 소리였다.
"내가 왜요?" 그녀가 쉰 목소리로 항의했다. "내가 죽어가는 상태에서 당신이 첫사랑에 대한 애도를 방해해서요? 아니면 당신의 새로운 연인이 나를 조롱해서 때렸다는 이유로요? 우준성 씨, 나를 좋아하지는 않아도, 아내로서는 존중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분노한 우준성의 이마에 핏줄이 도드라지더니, 그녀의 턱을 쥔 손에 힘을 더했다.
"그만 해! 감히 예슬이 얘기를 꺼내다니!"
우준성은 마치 불을 내뿜는 용처럼 소리치며 윤서란을 침대 위로 내던졌다. "주제를 알란 말이야! 지금 당장 내 말대로 해!"
그녀의 등이 침대 헤드에 부딪히며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윤서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너무 아파서 제대로 숨을 쉬기조차 어려웠다.
주제를 알라고?
그의 명목상의 아내이자 욕구 해소 대상, 그리고 한예슬의 대체품으로 남아있으라는 건가?
그 어떤 것도 아무 의미 없는 역할이었다.
우준성은 그녀의 충혈된 눈에 눈물이 고여 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아직도 부상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입을 열려던 그때, 한예나가 재빨리 그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형부, 서란 언니는 아직도 많이 아파요! 납치 후유증으로 겁에 질려서 그러는 거예요. 너무 그러지 마요. 서란 언니가 저를 때려서 기분이 나아진다고 하면 전 괜찮아요. 하지만 곧 있을 인터뷰와 협업을 취소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녀는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대화로 풀어요."
우준성은 분노를 가라앉히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뗀 뒤, 부드럽게 말했다. "너도 쉬어야지. 집에 가서 자.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일 걱정은 하지 마. 내가 더 좋은 기회를 찾아줄 테니까."
한예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윤서란을 힐끗 본 다음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갔다.
한예나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다른 우준성의 모습에 윤서란은 머리가 차게 식는 듯했다.
그녀의 몸이 상처로 훼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준성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한예나의 몇 마디에 그의 분노는 사그라들었으니.
정말 우스운 일이었다.
결혼한 지 3년 만에 윤서란은 마침내 우준성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깨달았다.
"다친 사람이랑 싸울 생각 없어." 우준성이 차갑게 말하며 그녀를 다시 침대에 내려놓았다. "할머니께는 이 사실을 알리지 마. 나중에 퇴원하면..."
그 순간, 윤서란이 무표정으로 그의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퇴원하면 이혼할 거예요."
그녀는 그토록 아끼던 결혼반지를 빼서 그의 발치에 던졌다. "나를 구해준 은혜는 지난 3년 동안 다 갚은 것 같네요."
우준성은 걸음을 멈추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반지를 내려다봤다.
그러더니 다가와서 그녀의 손목을 꽉 쥐고 물었다. "지금 뭐라고 했지?!"
"귀 먹었어요?" 윤서란이 반박하자, 그는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이제 대체품으로 사는 건 지쳤어요. 이혼해요, 우리."
순간 우준성의 눈빛이 차갑게 식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