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코니세그는 성심 대극장 문 밖에서 끼익 소리를 내며 멈췄다.

그러자 경비원이 팔을 흔들며 차쪽으로 달려갔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전체 대관으로 인해 극장 문을 닫았습니다. 다른 관객은 입장할 수 없습니다."

예단은 차창을 내리고 경비원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 차, 못 알아보겠어요?" 그녀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경비원은 자동차 번호판을 주의 깊게 살피고, 예단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 봤다. 그는 무전기를 집어 들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누구시죠? 고 대표님과 무슨 사이입니까? 초대장은 가져오셨나요?"

예단은 고개를 기울이고 장난스럽게 윙크를 하며 말했다. "저는 고시우 씨의 아내예요. 불륜 현장 잡으려고 직접 왔어요."

경비원이 대답하기도 전에 예단은 엑셀을 밟았다. 차는 큰 충돌음과 함께 반쯤 열린 문의 좁은 공간 사이로 달려나갔다.

"쾅!" 문이 깨지는 소음에 극장의 우아한 분위기도 깨졌다. 극장 안은 엉망이 되었다.

고시우는 무대 위로 달려나가 눈에 띄게 몸을 떠는 하지우를 감싸 안았다. 그는 경비원들을 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 "극장에 차가 난입해서 난장판을 벌이게 두다니! 우리 지우가 다치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 했어! 너희 다 감옥으로 보내줄까!?"

하지우는 고시우의 셔츠를 꼭 움켜쥐고 몸을 떨며 눈물을 흘렸다. "시우 씨, 나 무서워! 이거 테러 아니야? 빨리 경찰에 신고해!"

고시우는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그녀를 달랬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줄게!"

그는 돌아서서 경비원들에게 소리쳤다. "뭘 그러고 섰어? 경찰에 신고하고 난동 부리는 놈을 잡아야지!"

경비원들은 어리둥절하게 서 있었다. 바로 그 때, 한 경비원이 주저하며 자동차 번호판을 가리켰다. "고 대표님, 이거 대표님 차량인 것 같은데요..."

뿌연 먼지 속에서 패기 넘치고 위풍당당한 코니세그가 등장했다.

충격에 휩싸인 고시우는 동공이 흔들렸다. 그것은 그가 암시장에서 엄청난 돈을 주고 구입한 고성능 코니세그였다.

워낙 복잡한 기능 탓에 이 첨단 슈퍼카를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은 그와 그의 아버지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차는 망가진 극장 문에 처박혀 있었다. 한때 완벽했던 모습은 흉 지고 찌그러져 있었으며, 앞쪽 조명은 깨진 채 잔해에 뒤덮여 있었다.

고시우의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감히 내 차를 훔쳐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 주겠어..."

다음 순간, 뒤틀린 차문이 열리고 날씬하고 우아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불륜을 저지른 당신이 치러야 할 대가보다 큰가?" 예단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사람들로 붐비는 홀의 소음을 뚫고 울려 퍼졌고, 극장 안에는 침묵이 내려 앉았다.

고시우의 표정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일그러졌다. "예단? 여기서 뭐 하는..."

고시우는 처음에는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그녀에게 다가가며 거칠게 물었다. "당신 미쳤어? 감히 우리 지우의 콘서트를 방해하다니! 당신이라고 봐줄 줄 알아?"

예단은 장난기 가득하면서도 위협적인 미소를 짓더니 자동차 열쇠를 가볍게 흔들며 고시우를 향해 다가갔다. "위대한 고 대표님은 내연녀 콘서트 보러 갈 시간은 있으면서 이혼할 시간은 없으신가 봐요. 그래서 내가 직접 이혼 서류를 들고 왔죠."

그녀의 말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 여자예요? 고 대표님이 지금까지 숨기던 아내가? 시골에서 온 고등학교 자퇴생인 줄만 알았는데, 정말 예쁘네요!"

"잠깐만요, 그럼 고 대표님이 불륜을 저질렀다는 말인가요?"

"고 대표님 아내와 내연녀 사이의 대결이잖아요! 누가 영상으로 좀 찍어 봐요. 인터넷에서 난리가 날 거예요!"

주변에서 카메라가 하나 둘 등장하자 하지우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녀는 고시우의 품에서 빠져 나와 눈물을 글썽한 채 예단을 돌아보며 말했다. "예단 씨가 우리 사이에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나는 결코 떠나지 않았을 거예요. 시우 씨는 이제 나를 친구로만 생각한다고요. 그런데 왜 그렇게 나를 적대적으로 대하는 거죠?"

하지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이미 시우 씨의 아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나 보고 뭘 더 어쩌라는 거예요? 내가 없어져야만 속 시원하겠어요?"

하지우의 눈물 어린 호소와 그녀의 청순한 외모는 금세 구경꾼들의 동정심을 불러일으켰다.

군중은 하지우를 옹호하기 시작했다.

"하지우 씨와 고 대표님은 어린 시절부터 완벽하게 잘 어울리는 연인 사이였잖아요. 하지만 고 대표님은 결국 고등학교 자퇴생 따위와 결혼했죠. 저 여자가 고 대표님을 사로잡기 위해 무슨 짓을 했는지 누가 알겠어요?"

"그러니까요! 고 대표님은 약혼 파티까지 빠지고 해외로 떠나는 하지우 씨를 배웅하러 갔잖아요. 아직도 하지우 씨를 사랑하는 게 분명해요!"

"서류상의 결혼은 별 의미가 없어요. 사랑 받지 못하는 사람이 진짜 내연녀죠!"

상황이 그녀에게 유리해지자, 하지우는 고시우의 뒤로 몸을 숨기며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시우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하지우의 눈물을 닦아준 뒤, 마치 예단이 생트집이라도 부린다는 듯 혐오 가득한 시선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문제가 있으면 우리끼리 해결하자고. 지우까지 끌어들일 필요는 없잖아."

예단은 그들의 노골적인 애정표현을 비웃으며 지켜봤다. "두 분 다 어쩜 그렇게 뻔뻔해?"

예단은 차갑게 굳은 눈으로 하지우를 보며 말했다. "하지우 씨, 솔직히 말해 봐요. 그 당시 당신은 고시우 씨가 아닌 해외에서 발전할 수 있는 미래와 100억이라는 돈을 선택했잖아요. 해외에서 실패하니까 다시 도와줄 사람을 찾으러 돌아온 거 아닌가요?"

"입 다물어!" 고시우가 눈을 부라리며 예단의 말을 가로막았다. "우리 지우는 돈 밖에 모르는 너 같은 사람과는 달라!"

변함없이 하지우를 감싸고 도는 고시우의 모습에 예단은 조금 씁쓸해졌다. 한때 테러리스트로부터 자신을 구하기 위해 위험에 맞섰던 남자는 온데간데없었다. 그 순간, 그녀의 마음은 완전히 무너졌다.

예단이 선언했다. "고시우,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고 싶으면, 이혼 서류에 서명하고 재산을 똑같이 나누도록 하자. 하지만 단 한 푼이라도 적게 주면 이혼에 동의하지 않을 거야. 그렇게 되면 당신과 당신의 연인은 평생을 불륜이라는 말을 들으며 살 수 밖에 없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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