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공기가 필요했다.
파티장의 향수 냄새와 숨 막히는 분위기가 아닌, 진짜 공기가.
나는 직원용 문을 통해 골목으로 빠져나왔다.
쓰레기통 냄새가 차라리 반가웠다.
휴대폰이 울렸다. 엄마였다.
“지우야, 생각보다 더 심각해.”
엄마는 서두 없이 말했다.
“그 자식이 아빠 맞아. 친자 확인 끝났대. 몇 달 전에 서초동에 그 여자 오피스텔도 얻어줬어. 이중생활을 하고 있었던 거야.”
하나하나의 단어가 망치처럼 나를 내리쳤다.
그때, 안쪽 직원용 문 근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혁 씨의 목소리였다.
“…걱정 마, 민석아. 지우 그냥 예민해서 그래. 알잖아, 임신 호르몬.”
민석. 진혁 씨의 가장 오랜 친구 중 한 명이자 우리 결혼식에서 사회를 봐줬던 사람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형수님이 형을 여기서 본 건… 좀 심했어.”
민석의 목소리에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진혁 씨가 낮고 깔보는 듯한 소리로 웃었다.
“괜찮아. 걔 원래 저래. 지우는 날 너무 사랑해서 절대 못 떠나. 그리고, 갈 데가 어디 있겠어? 걘 내가 필요해.”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
그 냉담함, 목소리에 담긴 절대적인 확신.
그는 진심으로 내가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울다가도 결국 용서할 예측 가능한 인형이라고 믿고 있었다.
“세라 씨는?”
민석이 물었다.
“세라는 상황을 이해해. 인내심이 많지. 내가 지우를 잘 다룰 거라는 걸 알아.”
나를 다룬다고.
마치 내가 처리해야 할 문제인 것처럼.
나는 벽돌 벽에 몸을 기댔다.
거친 표면이 등을 파고들었다.
역겨움이 물리적인 형태로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그는 단지 기만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경멸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내가 약하다고 생각했다.
그를 향한 내 사랑이 나를 영원히 묶어둘 족쇄라고 생각했다.
절망이 무거운 추처럼 가슴을 짓눌렀다.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