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2

김지윤 POV:

사흘 후, 나는 강남 시내의 트렌디한 카페 ‘더 길디드 컵’ 건너편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서준이 받을 상의 시상식은 일주일 후였다. 시간은 똑딱거리는 시계와 같았고, 매 순간은 내 새롭고 차가운 목적의 북소리였다.

그에게서 문자가 왔다.

안서준: 당신 생각하고 있어. 오늘 오후 패널 토론은 완전 지루해. 집에 당신이랑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해.

그 말들은 한낱 연기, 무의미하고 모욕적인 말이었다. 나는 그의 매끈한 검은색 세단이 길가에 멈추는 것을 지켜봤다. 그는 흠잡을 데 없이 차려입고,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에어팟을 낀 채 통화하며 차에서 내렸다.

그의 말은 들리지 않았지만, 말투는 알 수 있었다. 그의 대외적인 목소리였다. 자신감 있고, 따뜻하고, 매력적인. 아마 사업 파트너나 고객과 통화 중일 것이다.

그때 그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보았다. 대외적인 미소는 사라지고, 조급한 갈망의 표정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길 건너편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한 옥타브 낮아져 더 친밀하고, 더 절박하게 들렸다.

“나 왔어. 어디야?” 그는 거리를 훑어보며 말했다. “아니, 내가 말했잖아. 뒷문으로. 직원 통로 옆에 있는 거. 그냥 와.”

그는 폰을 닫고 빠르고 거의 포식자 같은 걸음으로 움직여 카페 옆 좁은 골목으로 사라졌다. 그 골목은 카페와 연결된 부티크 호텔 ‘디 애서튼’의 직원 출입구로 이어졌다. 문자 메시지에 언급된 바로 그 호텔.

나는 핸들을 꽉 쥐었다. 손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순수하고 완전한 분노의 저주파 진동이 온몸을 관통했다. 이건 슬픔이 아니었다. 더 단단하고, 더 날카로운 무언가였다. 무기로 벼려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 신중하게 움직였다. 쓰레기와 묵은 맥주 냄새가 공기에 달라붙은 더러운 골목을 따라 그의 뒤를 밟았다. 그가 키 카드를 대고 ‘디 애서튼’의 눈에 띄지 않는 옆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207호.

체크인조차 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키를 가지고 있었다. 이건 상습적인 일이었다.

나는 그를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호텔 정문으로 돌아가 정중하고 무관심한 표정을 지었다. 엘리베이터 근처에 서서 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척했다.

몇 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10분. 20분. 30분. 매 순간이 내 20년 결혼 생활에 새로운 오물을 덧씌웠다. 207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상상했다. 그 생각은 눈물을 불러오지 않았다. 오싹하고 명료한 집중력을 가져왔다.

나는 문을 두드리며 우는 아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소란을 피우지 않을 것이다. 내 복수는 차갑고, 계산적이며, 공개적일 것이다.

45분 후, 나는 폰을 꺼내 그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는 두 번째 벨이 울리자 숨 가쁜 목소리로 받았다. “어, 자기야. 무슨 일이야?”

그의 거친 숨소리 위에 덧씌워진 가식적인 걱정의 소리는 너무나 역겨워서 토할 뻔했다.

“서준 씨.” 내 목소리는 낯설었다. 떨리고, 약했다. 나는 목소리에 공황 상태를 주입했다. “어디예요? 나… 나 몸이 안 좋아요.”

“뭐? 왜 그래?” 그가 물었다. 능숙한 걱정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나 지금 회의 중인데, 곧 끝나. 회사 지점에서.”

거짓말. 너무 쉽고, 너무 매끄러웠다.

“나… 나 공황 발작이 온 것 같아요.” 나는 목소리를 갈라지게 하며 속삭였다. “가슴이 아파요. 집에 와줘요. 제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의 머릿속에서 선택지를 저울질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픈 아내 대 값싼 쾌락.

“물론이지, 자기야. 물론이야. 지금 바로 나갈게. 20분 안에 갈게. 그냥 숨 쉬고 있어, 알았지? 가고 있어.”

그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비상구 근처 작은 벽감에 몸을 납작하게 붙였다. 심장이 갈비뼈에 미친 듯이 부딪혔다. 몇 초 후, 207호 문이 활짝 열렸다. 서준이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뛰쳐나왔다. 그의 폰은 이미 귀에 붙어 있었다.

“일이 생겼어.” 그가 폰에 대고 쉭쉭거렸다. “아내가… 몸이 안 좋대. 가봐야겠어. 아니, 언제가 될지 몰라. 그냥… 정문으로 나가. 나중에 문자할게.”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려가 ‘아래’ 버튼을 연달아 눌렀다.

나는 숨을 참고 기다렸다. 잠시 후, 207호 문이 다시 열렸다. 한 인물이 나타났고, 세상이 축을 중심으로 기울었다.

여자였다. 젊고, 아마 20대 중반쯤. 긴 금발 머리에 몸에 딱 붙는 트렌디하고 비싸 보이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완벽하게 광택이 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복도로 나왔다. 그녀는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가지 마.” 그녀는 투덜거리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기다리게 해.”

그는 짜증으로 굳은 얼굴로 팔을 뿌리쳤다. “카티아, 지금은 안 돼. 가야 해.”

그는 그녀에게 빠르고 거친 키스를 했다. 진정한 애정이라고는 없는 제스처. 그건 해고 통보였다. “내가 보상해 줄게.” 그는 중얼거리고는 돌아서서 서둘러 떠났다.

그녀는 그가 가는 것을 지켜봤다. 짜증이 얼굴을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고 원피스를 매만졌다. 그리고 그녀가 돌아섰을 때, 그녀의 얼굴이 호텔 복도의 환한 불빛 아래 드러났다.

피가 차갑게 식었다.

나는 저 얼굴을 알았다.

청담고의 모든 학부모는 저 얼굴을 알았다.

카티아 셰퍼드.

민준이의 학교 상담 선생님. 아들이 묘사했던 그 ‘쿨한’ 선생님. “어른들보다 훨씬 말이 잘 통하는” 그 사람.

기억이 물리적인 타격처럼 나를 덮쳤다. 몇 달 전, 저녁 식탁에서의 민준이. “셰퍼드 선생님 진짜 쿨해요. 진짜 뭘 좀 아세요. 아빠처럼 제 영혼이 늙었다고 하셨어요.”

또 다른 기억. 폰을 스크롤하며 웃던 민준이. “셰퍼드 선생님 틱톡 좀 보세요. 진짜 웃겨요.”

그는 알고 있었다.

내 아들은 알고 있었다.

그는 불륜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연녀의 팬이었다. 그의 ‘늙고 지루한’ 엄마를 대체할 ‘쿨한’ 업그레이드. 퍼즐 조각들이 맞춰진 게 아니었다. 그것들은 서로 부딪쳐, 내 폐에서 공기를 앗아갈 만큼 심오한 배신의 괴물 같은 그림을 형성했다. 이건 단지 서준의 기만이 아니었다. 이건 공모였다. 내 집 안에서, 내 아이가 기꺼이 참여한 공모.

두 마리의 웃는 독사, 내 남편과 아들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들은 나를 비웃고 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몇 달? 몇 년?

고통은 물리적인 것이었다. 가슴을 관통하는 새하얀 고통. 잠시 숨을 쉴 수 없었다. 벽에 기댔다. 거친 벽지의 질감이 등을 파고들었다. 이건 세포 수준의 배신이었다. 내 가족의 심장에 조금씩 주입된 독이었고, 나는 행복하고 멍청하게도 모르고 있었다.

혈관 속 얼음이 불로 변했다.

나는 벽에서 몸을 떼었다. 움직임은 다시 안정되었다. 슬픔은 순수하고 의로운 분노에 타서 사라졌다. 나는 호텔을 나와 차로 돌아가지 않고, 거리를 걸었다. 내 구두굽이 포장도로 위에서 날카롭고 단호한 리듬을 냈다.

폰을 꺼냈다. 친구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엄마에게도 전화하지 않았다.

나는 내 개인 비서, 자라라는 무자비하게 효율적인 여자에게 전화했다. “자라 씨, 부탁할 게 있어요. 카티아 셰퍼드라는 여자에 대해 찾을 수 있는 모든 걸 찾아줘요. 소셜 미디어, 공공 기록, 모든 거요. 그리고 내일 아침까지 필요해요.”

다음으로, 커뮤니티 변호사 LegalEagle88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저예요.” 그녀가 받자마자 말했다. “게시판의 그 여자요. 증거가 있어요. 그리고 그의 세상을 잿더미로 만들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은 아니에요. 제 방식대로 하고 싶어요. 그리고 완벽한 무대가 있어요.”

회차 3

김지윤 POV: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집 안에서 마늘과 로즈마리 냄새가 풍겼다. 서준은 주방에서 비싼 셔츠 위에 내 앞치마를 두르고 파스타 소스를 젓고 있었다. 가정적인 모습의 전형. 아픈 아내를 돌보기 위해 ‘회의’에서 돌아온 완벽하고 다정한 남편.

“어, 돌아왔네.” 그가 부드러운 걱정이 어린 얼굴로 말했다. “막 전화하려던 참이었어. 좀 괜찮아?”

그는 행주에 손을 닦고 내 곁으로 달려와 열이라도 재는 듯 내 이마에 손등을 댔다. 그의 손길은 역겨웠다.

“조금.” 나는 한 걸음 물러서며 중얼거렸다. “바람 좀 쐬려고 잠깐 산책했어.”

“쉬어야지.” 그가 부드럽게 나무랐다.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아라비아따 만들었어. 당신이 좋아하는 대로 맵게. 그리고 당신이 아껴두던 바롤로 와인도 땄어. 가서 앉아. 내가 한 접시 가져다줄게.”

그는 경이로운 배우였다. 진정한 기만의 예술가. 그는 능숙하고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주방을 오갔다. 모든 제스처는 그의 헌신을 보여주기 위해 설계되었다. 내가 본 것을 보지 못했다면, 내가 들은 것을 듣지 못했다면, 나는 그를 믿었을 것이다. 이 애정 표현에 내 마음은 녹아내렸을 것이다.

이제는 낯선 사람이 관객 한 명을 위해 연극을 하는 것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는 딱 적당한 양의 걱정이 담긴 미간을 찌푸리며 와인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 “정말 걱정했어, 지윤아. 몸 좀 챙겨야지.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나는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진한 액체는 내 혈관 속 얼음을 녹이지 못했다.

몇 분 후, 그는 손을 닦고 말했다. “민준이 좀 보고 올게. 금방 올게.”

나는 그의 발소리가 위층 복도 저편으로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그림자처럼 조용히 뒤를 따랐다. 민준이의 반쯤 열린 침실 문 바로 밖에서 멈춰 서서, 벽에 몸을 납작하게 붙이고 귀를 기울였다.

“어이, 아들. 공부는 잘 돼가?” 서준의 목소리는 평범하고 아버지다웠다.

“네.” 민준이가 중얼거렸다. 배경에서는 비디오 게임 컨트롤러를 격렬하게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회의’는 재밌었어요?”

아들의 목소리에 담긴 비웃음에 속이 울렁거렸다.

서준이 낮고 음모적인 소리로 낄낄거렸다. “아주… 생산적이었지. 근데 좀 일찍 끝내야 했어. 네 엄마가 또 발작해서.”

피가 얼어붙었다. 또 발작해서. 그는 내가 꾸며낸 공황을 반복적이고 불편한 드라마처럼 만들었다.

“진짜요?” 민준이는 짜증 섞인 목소리였다. “괜찮으세요?” 그 질문은 형식적이었고, 진정한 걱정은 없었다.

“괜찮아. 그냥 관심이 좀 필요했던 거지.” 서준이 무시하듯 말했다. “너도 알잖아, 엄마 성격. 그건 그렇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상담 선생님은 어때?”

그 태연함, 우리 아들과의 대화에 그녀의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끼워 넣는 방식은 숨 막힐 정도로 오만했다.

민준이가 웃었다. “카티아요? 짱이에요. 김 선생님보다 훨씬 쿨해요. 적어도 카티아는, 뭐랄까, 백 살 먹은 할머니 같진 않잖아요.”

직격탄이었다. 그리고 그건 내 아들에게서 나왔다.

“그렇지?” 서준의 목소리에는 거만한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아빠, 근데요.” 민준이의 말투가 바뀌었다. “엄마가 뭔가 눈치챈 것 같아요. 며칠 전에 저한테 여자애들 얘기 같은 거 이상하게 물어보셨어요. 아이패드에서 그 문자 보신 것 같아요.”

내 아들. 내 아들은 그 문자를 보고도 아버지의 불륜을 보호하는 것이 첫 번째 본능이었다.

“걱정 마.” 서준의 목소리는 비단처럼 부드러웠다. “내가 다 처리했어. 너에 관한 거라고 했지. 네가 사고 친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었어. 완전히 믿던데. 네 엄마 같은 여자들은… 완벽한 가정을 믿고 싶어 하거든. 진실을 마주하는 것보다 그게 더 쉬우니까.”

진실. 진실은 내 남편과 아들이 한 방에 앉아 내 약점을 아무렇지 않게 분석하고, 내 사랑을 조롱하며, 우리 가족을 파괴하는 데 일조하는 여자를 칭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너무… 지루하잖아요, 아빠.” 민준이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잔인함은 물리적인 타격이었다. “맨날 그 조그만 디자인 프로젝트나 하고, 건강식 저녁이나 만들고. 카티아는 재밌잖아요. 섹시하고. 그냥 엄마랑 헤어지고 그 선생님이랑 사귀면 안 돼요? 그게 훨씬 나을 텐데.”

바로 그거였다. 가장 깊은 배신. 단순한 공모가 아니라, 나를 대체하길 바라는 욕망.

서준이 가식적인 위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민준아. 네 엄마는 좋은 여자야. 좋은 엄마고. 그 사람은… 집안일을 잘 돌보잖아.”

그는 나를 변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사랑이나 충성심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자산을 변호하고 있었다. 가사 관리인. 그의 완벽한 삶의 기계를 원활하게 작동시키는 가전제품.

“됐어요.” 민준이가 비웃었다. “그냥 제 말은, 카티아가 훨씬 쿨한 새엄마가 될 거라는 거죠.”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어지러웠고, 시야가 좁아졌다. 문에서 비틀거리며 물러나, 흐느낌을 막기 위해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안방 화장실에 도착하자마자 속이 뒤집혔고, 나는 비싼 와인과 배신의 쓴맛을 새하얀 변기에 토해냈다.

내가 손과 무릎을 꿇고 떨고 있을 때, 서준이 나를 발견했다.

“지윤아! 세상에, 자기야, 무슨 일이야?” 그는 순식간에 내 곁으로 와서, 내 등을 만지려 하고, 머리를 쓸어 넘기려 하며 손을 허둥지둥 움직였다.

“만지지 마.” 나는 거칠고 목이 멘 소리로 뱉어냈다.

그는 손을 공중에 띄운 채 얼어붙었다. “무… 무슨 일이야? 지윤아, 너 무서워.”

나는 피부를 찢을 듯한 깊은 분노로 떨리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나는 그를 밀쳐냈다. 내 손바닥이 내가 가진 줄도 몰랐던 힘으로 그의 가슴에 부딪혔다.

“나가.” 나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나가. 혼자 있고 싶어.”

그의 잘생긴 얼굴에 혼란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그는 고통받는 파트너가 아니라,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보고 있었다. “지윤아, 제발, 나한테 말해줘. 우리 행복했잖아. 이해가 안 돼.”

행복. 그 단어는 조롱이었다.

“그냥 혼자 있을 시간이 좀 필요해.” 나는 섬뜩할 정도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를 보고 있었지만, 내 눈에는 건축가 협회 시상식 무대가 보였다. 웅장한 연회장, 무대 양옆의 거대한 스크린, 수백 명의 얼굴들. 그의 파트너, 고객, 도시의 엘리트들.

그는 진심으로 겁에 질린 듯 보였다. 아마 내가 신경 쇠약이라도 걸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그랬다. 돌파구였다.

“알았어.” 그가 달래는 듯한 제스처로 손을 들고 천천히 물러서며 말했다. “알았어, 네가 원하는 대로 할게. 미안해.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미안해.” 그는 너무나 진심으로 들렸다. 자기 기술의 대가였다.

그는 문간에서 멈춰 서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다음 주 금요일이 협회 시상식이야.”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내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밤이야. 네가 거기 있어 줘야 해, 지윤아. 우리를 위해… 우리 20주년을 위해 건배하려고 했어.” 그는 서사를 다시 중심에 놓고, 나를 대본 안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었다.

우리를 위해 건배하려고 했다. 그 아이러니는 너무나 지독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내 마음의 폐허 속에서 차갑고 눈부신 아이디어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건배. 축하. 공개적인 선언.

그가 옳았다. 완벽한 무대였다.

나는 그를 올려다보며 표정을 부드럽게 풀었다. 계산된 눈물 한 방울을 뺨에 흘렸다. “당신 말이 맞아요.” 나는 속삭였다. “미안해요. 그냥… 너무 힘들어서. 물론, 갈게요. 절대 놓치지 않을 거예요.”

안도감이 그의 얼굴에 번졌다. 너무나 순수하고 완전해서 거의 우스꽝스러울 정도였다. 그는 자신의 가전제품을 다시 작동시켰다. 위기는 피했다.

그는 그 매력적이고 파괴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래야 내 여자지.”

그는 나에게 다가와, 나를 안고, 거래를 마무리하려 했다.

나는 손을 들었다. “그냥… 몇 분만 시간을 줘, 알았지?”

그는 나의 ‘연약한’ 상태를 존중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방을 나가 문을 부드럽게 닫자, 나는 거울 속의 내 눈과 마주쳤다. 나를 바라보는 여자는 낯선 사람이었다. 그녀의 눈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다이아몬드의 단단하고 반짝이는 빛으로 가득했다. 날카롭게 벼려지는 칼날의 빛.

시상식. 그의 가장 중요한 밤.

기억에 남을 밤이 될 것이다. 나는 그에게 평생 잊지 못할 헌사를 바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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