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연우는 눈을 감았다. 손으로 병원 담요 모서리를 꽉 잡았다.

"제 일이었습니다."

그녀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비서로서, 대표님의 안전은 제 책임이니까요."

그녀는 그 말을 반복하며 둘 사이에 벽을 더욱 견고히 했다.

그가 직접 세운 직업적인 경계선.

"그게 전부였습니다."

강태준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마치 터지기 직전의 먹구름 같았다.

"네 일."

그가 비꼬는 투로 되풀이했다.

"그래."

그는 지갑을 꺼내더니 침대 옆 탁자 위로 5만원권 지폐 한 뭉치를 던졌다.

현금이 하얀 시트 위로 흩어졌다.

"그럼 이건 네 수고비다."

그가 비웃었다.

"일 잘한 대가. 넌 항상 돈에 환장했었지, 서연우? 예전에 50억에 목숨 걸던 거 기억나는데."

그 숫자, 그녀의 배신에 매겨진 가격을 언급하는 것은 따귀를 맞는 것 같았다.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비싼 향수 냄새와 그의 경멸의 무게만을 남긴 채.

며칠 후, 퇴원한 연우에게 경매와 관련된 마지막 임무가 주어졌다.

50억짜리 크리스털 백조를 강태준의 저택에 있는 한세라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었다.

한세라는 가식적인 걱정과 미소를 가득 머금고 문에서 그녀를 맞았다.

"연우 씨! 이거 가져다줘서 정말 고마워요. 어머, 팔은 어떡해! 아직도 아파요?"

"괜찮습니다."

연우는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고개를 숙인 그녀의 시야에, 순수하고 노골적인 증오로 번뜩이는 한세라의 눈빛이 들어왔다.

그 눈빛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다시 상냥한 미소로 바뀌었다.

"정말 아름다워요."

한세라는 무거운 상자를 받으며 감탄했다.

"태준 씨는 저한테 정말 잘해줘요."

그러고는 돌아서는 순간, 그녀의 손이 "미끄러졌다."

상자가 대리석 바닥으로 추락했다.

역겨운 파열음이 웅장한 현관에 울려 퍼졌다.

연우는 충격으로 고개를 들었다.

50억을 호가하던 영원한 사랑의 상징, 아름다운 크리스털 백조는 이제 반짝이는 파편 더미가 되어 있었다.

한세라의 상냥한 가면이 벗겨지고, 승리에 찬 악의적인 표정이 드러났다.

바로 그때, 소리를 듣고 강태준이 들어왔다.

그는 바닥에 흩어진 크리스털 조각을 보고 즉시 얼굴이 굳어졌다.

"무슨 일이야?"

그가 연우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다그쳤다.

"연우 씨, 당신이…"

한세라가 울기 시작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전 만지지도 않았어요!"

연우가 공황 상태에 빠져 목소리를 높이며 설명하려 했다.

"저 여자가 떨어뜨렸어요!"

강태준의 시선은 빙하처럼 차가웠다.

"이건 세라를 위한 선물이었어. 우리 사랑의 상징이 될 물건이었다고."

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연우의 다치지 않은 손목을 쇠처럼 단단하게 움켜쥐었다.

"네가 망치지 않는 게 대체 뭐지? 내 인생의 아름다운 것들을 전부 파괴해야 직성이 풀릴 만큼 그렇게 질투가 나고 비참해?"

"아니에요! 태준 씨, 제 말 좀 들어봐요…"

하지만 한세라의 흐느낌은 더 커졌다. 상처받은 희생자를 연기하는 완벽한 공연이었다.

"태준 씨, 연우 씨한테 화내지 마요. 사고였어요. 분명 미안해할 거예요."

강태준은 눈물범벅이 된 한세라의 얼굴과 연우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의 결정은 이미 내려져 있었다.

"사과해."

그가 강철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무릎 꿇고 세라한테 사과해."

연우는 경악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뭐라고요? 싫어요! 현관에 CCTV 있잖아요. 녹화 영상 확인해봐요! 그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한세라의 흐느낌이 순간 멈칫했다. 눈에 두려움이 스쳤다.

하지만 그녀는 곧 안심했다.

연우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

덩치 큰 경호원 두 명이 다가와 연우의 어깨를 잡았다.

"대표님."

한 경호원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관 보안 시스템은 오늘 아침부터 점검 중이었습니다."

물론 그랬겠지.

경호원들이 그녀를 강제로 무릎 꿇렸다.

그녀의 무릎이 산산조각 난 크리스털 파편 위로 직접 닿았다.

날카롭고 갈리는 소리가 조용한 홀에 울리고, 다리 위로 타는 듯한 고통이 치솟았다.

그녀는 고통에 찬 숨을 삼키며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애원하는 눈으로 강태준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그녀의 바지를 뚫고 피가 배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어린 고통을 보았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는 한세라를 믿었다.

언제나 한세라를 믿을 것이다.

"사과해."

그가 이전보다 더 차가운 목소리로 반복했다.

"그리고 변상해. 50억. 네 퇴직금에서 제하지."

퇴직금.

그는 그녀를 해고하고 있었다.

무릎의 고통은 심장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려 바닥의 피와 섞였다.

그녀는 한세라를 보았다.

그녀는 이제 손 뒤에 작고 의기양양한 미소를 숨기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연우가 입안에서 재 맛이 나는 단어들을 힘겹게 내뱉었다.

"별로 진심 같지 않은데, 태준 씨."

한세라가 잔인한 고양이처럼 가르랑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어."

한세라는 커다란 유리문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밖은 하늘이 어두워지고 갑작스러운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비가 세차게 내리치고 바람이 울부짖었다.

"밖에 무릎 꿇려 놔."

한세라가 제안했다.

"내가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느낄 때까지."

강태준은 자신의 피 웅덩이 속에 무릎 꿇고 있는 연우를 보고, 다시 약혼녀를 보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

경호원들이 그녀를 밖으로 끌고 나가 차갑고 젖은 베란다 돌바닥에 무릎 꿇렸다.

비가 즉시 그녀를 흠뻑 적셔 얇은 드레스를 피부에 달라붙게 했다.

그녀는 몸을 떨었다.

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무릎의 고통은 새하얀 불길처럼 타올랐다.

유리문을 통해, 강태준이 한세라의 어깨에 부드럽게 담요를 둘러주며 위로의 말을 속삭이는 것이 보였다.

연우는 눈을 감았다. 마음이 흐려졌다.

몇 년 전, 다른 폭풍우를 기억했다.

천둥을 무서워하는 그녀를 태준이 안아주며, 언제나 지켜주겠다고 말했었다.

그녀는 눈을 떴다.

기억은 사라졌다.

남은 것은 차가운 비와 무심한 경호원들, 그리고 이제는 낯선 사람이 된 남자뿐이었다.

그녀의 눈물은 비와 섞여 무릎의 피를 씻어내며 돌계단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녀는 혼자였다.

완전히, 철저하게 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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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희생, 그의 눈먼 증오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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