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송세아는 심장이 멎는 것 같은 느낌에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었지만, 예상했던 발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참다 못한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반쯤 열린 문만 보일 뿐 아무도 없었다.

방금 들은 소리는...바람 소리였을까?

...92%...100%.

[전송 완료.]

휴대폰 화면에 알림이 떴다.

송세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등줄기가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빠르게 전송 기록을 삭제하고 모든 것을 원상태로 돌려놨다.

모든 걸 마친 송세아는 더 이상 침실에 머무르지 않고 조용히 문을 닫고 계단을 내려갔다.

거실로 돌아온 그녀는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화면에는 온전한 채팅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송세아는 사진을 보며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녀는 바로 강 변호사와의 대화창을 열고 기록을 전송했다. "선배, 새로운 증거에요..."

그리고 보라색 벨벳 상자를 사진 찍어 중고 상점 사장에게 보냈다. "이 물건을 팔아주세요. 돈은 여성 아동 보호 재단에 기부해 주시고요."

모든 일을 마친 그녀가 휴대폰을 내려놓자 계단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머리를 말리며 계단을 내려오던 정남일은 거실에 앉아있는 송세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세아야, 아직도 안 자고 뭐 해?"

"몸이 좀 불편해서 그래." 송세아는 고개를 돌리고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나 오늘 손님방에서 잘게."

그러자 정남일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어디가 불편한데? 의사를 불러줄까?"

그는 말과 함께 그녀의 이마에 손을 얹으려 했다.

"그럴 필요 없어." 송세아는 그의 손길을 피하며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한숨 푹 자면 괜찮아질 거야."

정남일은 허공에 손을 멈춘 채 손님방 문을 닫는 송세아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철컥."

그는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이 스쳤다.

다음 날 아침,

정남일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집을 나섰다.

송세아는 점차 멀어지는 자동차 엔진 소리를 듣고서야 눈을 떴다. 그녀의 눈은 맑았고 잠기운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그녀가 외출 준비를 하려 할 때, 절친 당시윤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송세아는 휴대폰 화면을 확인하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

"세아야, 괜찮아?" 당시윤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 묻어났다. "어젯밤에 모임에 갔다가 정남일 씨를 본 것 같아. 옆에 여자를 끼고 있었는데, 두 사람 사이가 너무 친밀해 보였어. 내가 당장 확인하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말리는 바람에..."

송세아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윤아, 나도 알아. 그래서 지금 이혼준비를 하고 있어."

송세아는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당시윤에게 전송했다.

사진을 확인한 당시윤은 화를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부술 뻔했다. "미친! 정남일 그 개새끼가! 게다가 그 뻔뻔한 년이 이런 사진을 보내서 도발을 해? 이 상간녀가 누군데? 당장 이 년의 아가리를 찢을 거야!"

"윤나연, 정남일의 첫사랑이야." 송세아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여자가 사진을 보낸 건 나의 화를 돋구어 정남일과 대판 싸우게 하려는 수작이야. 그래야 날 제치고 정남일의 아내가 될 수 있으니까."

"정남일 그 개자식과는 진작에 이혼했어야지. 그 개자식은 윤나연이랑 둘이서만 지지고 볶고 살게 하고, 다른 사람 괴롭히지 못하게 해야 해. 세아야, 잘 들어. 이제 체면 차릴 필요 없어. 그 개자식과 그 년을 아예 인터넷에 폭로해버려! 정의로운 네티즌들이 그 쓰레기 같은 연놈들을 매장시키게 말이야, 윤나연 목에 상간녀라는 칼을 채우고 구정물에 처넣어 썩게 만들어야 해!"

송세아는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난 그저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야. 소란을 피우는 건 가장 저급한 방법이야. 내 얼굴에 먹칠하는 것 외에는 아무 소용도 없어."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시윤아, 네 도움이 필요해."

"말만 해! 돈이 필요하면 돈을 주고,

사람이 필요하면 사람을 보내줄게! 난 애초부터 정남일 그 위선적인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당시윤은 당장이라도 싸울 준비가 된 것 같았다.

송세아는 마음 한 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역시 친구가 최고야! '

"시윤아, 보안이 철저한 아파트를 알아봐 줘. 그리고 윤나연에 대해서도 자세히 조사해 줘." 송세아는 지금 당장 윤나연에 대해 조사할 수 없었다.

"그래, 나만 믿어."

당시윤은 바로 대답했다.

정남일이 회사에 도착하자 조현서 비서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한씨 그룹에서 인화 제약과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갑자기 중단하겠다고 합니다. 그들의 태도가 너무 단호해서 더 이상 설득할 수가 없었어요."

"이유가 뭔데? 그동안 잘 진행되고 있었잖아?" 정남일은 눈살을 찌푸렸다.

"한씨 그룹에서 새로 취임한 대표가 내린 결정이라고 합니다. 대표님, 회사에서 이 프로젝트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중단되면 자금줄에 큰 문제가 생길 겁니다."

정남일은 자리에 멈춰 서더니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한씨 그룹의 새로운 대표? 누구야?"

"한태준이라고 합니다."

"뭐? 한태준?" 정남일은 안색이 더욱 어둡게 가라앉았다.

한태준.

그 이름은 재계에서 절대적인 실력과 살벌한 수단을 대표한다.

그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권세가 하늘을 찌르지만, 겸손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한태준은 해외에 중점을 둔 것 같았지만, 갑자기 귀국하면서 한씨 그룹을 장악한 그가 첫 타겟으로 정씨 그룹을 겨냥할 줄은 몰랐다.

"이유는? 한씨 그룹에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으니, 이유라도 있을 거 아니야!" 정남일은 차갑게 식은 두 눈을 번뜩이며 사무실로 향했다.

조현서는 잰걸음으로 그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 "한씨 그룹에서 제시한 공식적인 이유는, 재평가 결과 인화 제약의 신형 경구액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 안정성과 후속 임상 데이터 지원에 중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여 한씨 그룹의 투자 위험 관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개소리 하고 있어!" 정남일은 욕설을 내뱉으며 사무실 문을 세게 열었다. "프로젝트 초기 임상 데이터는 이미 한씨 그룹에서 검토했고, 그동안 별말 없었어! 이건 분명 핑계야!"

그는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넓은 책상 뒤에 앉았다.

이 프로젝트는 인화 제약의 향후 3년 전략의 핵심이며, 회사의 미래를 건 대형 프로젝트였다.

"한태준에게 연락해. 내가 직접 만나서 얘기할 거야." 정남일은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히며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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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 시술 전에 사기를 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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