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제주도 출신의 순진한 미대생이었던 나는, 뉴욕 맨해튼의 막강한 재벌, 강태준과 깊은 사랑에 빠졌다.

우리의 비밀스러운 관계는 짜릿했고, 그는 “우리 둘만의 것”이라 속삭이며 우리의 모든 은밀한 순간을 세심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하지만 진실이 내 세상을 산산조각 냈다.

강태준이 우리의 모든 관계가 나를 이용하기 위한 계산된 거짓말이었다고 고백하는 것을 엿들었다.

그 사진들은 내 입양 오빠, 서이현의 burgeoning 기술 제국을 무너뜨리기 위한 ‘콘텐츠’로 사용될 계획이었다.

그는 심지어 내 신뢰를 얻기 위해 강도 자작극까지 벌였다.

그의 모든 다정한 몸짓, 모든 보호적인 행동은 잔인한 연기였다.

그의 황금빛 펜트하우스는 황금 새장이 되었고, 그의 계략은 나를 통제하기 위해 신체적 해를 가하는 것까지 포함하며 점점 더 심해졌다.

나는 내가 참여하고 있는지도 몰랐던 게임의 졸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눈이 멀 수 있었을까?

굴욕감이 불타올랐지만, 그것은 차가운 분노를 일으켰다.

이 괴물이 내 신뢰를 이용하고, 내 사랑을 내가 가진 유일한 가족에 대한 무기로 바꾸는 동안, 그 분노가 나를 삼켰다.

하지만 강태준은 나를 과소평가했다. 나는 더 이상 희생자가 아니었다. 나는 들불이었다.

나는 체계적으로 모든 범죄적인 비밀을 삭제하고, 탈출을 계획했다.

그는 자비를 구걸하는 망가진 남자가 되어 전국을 쫓아왔지만, 결국 내가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식장에 들어서는 것을 발견했을 뿐이다.

그의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 내가 그의 몰락을 설계했다는 것을 아는 것은 가장 달콤한 복수였다.

제1화

서아라는 호화로운 강남의 아파트 천장을 응시했다.

실크 시트가 피부에 차갑게 닿았다.

나이가 많고, 강력하며, 제주도에서 자란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모든 것을 갖춘 남자, 강태준이 휴대폰 각도를 조절했다.

“한 장만 더, 들불아.”

그의 목소리는 보통 그녀를 녹이는 낮은 허밍이었다.

“우리를 위해서.”

그의 ‘우리’는 18개월 동안 이어진 비밀스러운 세계였다.

강태준이 그녀의 오빠, 서이현의 지독한 사업 라이벌이었기 때문에 숨겨져야만 했다.

판교의 기술 기업가인 이현은 그녀의 부모님이 입양하여 친자식처럼 사랑한 아들이었고, 항상 그녀를 보호해 주었다.

이현은 이 관계를 싫어할 것이다. 그는 강태준을 증오할 것이다.

아라는 그것을 알았다. 강태준도 그것을 알았다.

그것이 그들의 관계에 짜릿하고 위험한 긴장감을 더했다.

휴대폰 카메라의 클릭 소리는 부드러웠지만, 호화로운 침묵 속에서 울려 퍼졌다.

아라는 몸을 뒤척였다. 그녀의 눈에 불안감이 스쳤다.

“태준 씨, 정말 이렇게 많이 필요해요?”

그녀는 명문대 장학금을 받고 홍익대학교에 다니는 미대생이었다.

강태준이 말하는 그녀의 ‘특별한 요소’는 그녀의 재능, 세상을 보는 방식이었다.

그는 그것을 존경한다고, 그녀를 존경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상 은밀하고, 그의 고집에 따라 이루어지는 이 사진 촬영은 예술보다는… 다른 무언가를 위한 것 같았다.

그녀가 정확히 이름 붙일 수는 없지만 속이 울렁거리게 만드는 무언가.

강태준은 휴대폰을 내리며,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미소가 즉시 그녀를 무장해제시켰다.

“이건 우리 사랑의 증거야, 아라야. 꾸밈없고, 열정적인. 오직 내 눈만을 위한 거지.”

그는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

“나의 아름답고, 순수한 뮤즈.”

숙성된 위스키처럼 부드러un 그의 말은 보통 효과가 있었다.

그녀는 그를 믿고 싶었고, 믿어야만 했다.

이 사랑, 이 비밀은 그녀가 경험한 것 중 가장 강렬했다.

그는 종종 그녀를 ‘나의 들불’이라고 불렀는데, 그 별명은 그녀를 소중히 여겨지는 동시에 약간 무모하게 만들었다.

그는 값비싼 시계를 흘끗 보았다.

“가야겠어. 그 지긋지긋한 자선 갈라에.”

그는 빠르게 옷을 입으며 연인에서 부동산 재벌, 강태준으로 돌아갔다.

“30분 후에 기사가 아래층에 와 있을 거야, 알았지?”

그가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하며 말했다.

“나중에 전화할게. 주말에 뭐 할지 계획하자.”

그는 이미 문밖으로 반쯤 나간 상태였고, 그의 마음은 분명히 사업과 서울시에 보여주는 공적인 얼굴에 가 있었다.

아라는 잠시 누워 있었다. 그의 향수 냄새가 남아 있었다.

정신이 혼미한 채로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눈은 침대 옆 탁자에 놓인 그의 백금 커프스링크에 닿았다.

아주 작고 거의 보이지 않는 ‘K’ 모노그램이 새겨진 것.

그는 분명히 이걸 찾을 것이다.

충동적으로, 그녀는 그것을 그에게 가져다주기로 결심했다.

작은 제스처. 어쩌면 그것이 그녀를 비밀스러운 존재가 아닌, 그의 실제 삶의 일부처럼 느끼게 해줄지도 모른다. 단 한순간이라도.

그녀는 그가 갈라 전에 종종 비공식 회의를 여는, 시내의 그 고급 클럽에 있을 것을 알았다.

‘엠파이어 클럽’은 어두운 목재와 조용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미대생 복장으로 어색함을 느끼던 아라는, 강태준이 가끔 사용하는 개인실로 향하며 메인 라운지를 간신히 지나쳤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태준의 독특한 웃음소리.

그리고 강태준의 최측근 중 한 명인 민혁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즐거움으로 번들거렸다.

“진심으로, 태준아, 그 서아라라는 애를 손에 쥐고 흔드는 거 보면. 완전 예술이야.”

다른 측근인 준호가 끼어들었다.

“그리고 그 ‘미대생 여자애’는 완전 금광이지. 그 콘텐츠? 서이현 IPO 터질 때 값을 매길 수가 없을걸. 그놈은 뒷수습하느라 정신없어서 집중도 못 할 거야.”

아라는 얼어붙었다. 콘텐츠? 이현의 IPO?

강태준의 목소리, 이제는 차가워지고, 그녀에게는 한 번도 들려준 적 없는 섬뜩한 만족감이 섞여 있었다.

“그 애는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야. 서이현을 무너뜨리는 건 정말 짜릿할 거야. 사진들, 영상들… 아주 멋진 그림을 그려주겠지. 완벽한 타이밍에 터뜨리면, 그의 회사는 시작도 하기 전에 가라앉을 거야. 그는 뭐가 자신을 쳤는지도 모를걸.”

그가 낄낄거렸다.

“그리고 몇 달 전에 내가 연출했던 그 작은 ‘구출극’ 있잖아? 그 강도 사건? 그걸로 완전히 넘어왔어. 이제 날 완전히 믿어. 내가 자기 구세주인 줄 알지.”

그녀의 ‘구세주’. 그 단어가 아라의 뱃속에서 칼처럼 뒤틀렸다.

아라의 숨이 멎었다. 그녀는 비명을 막기 위해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녀가 움찔하자 마룻바닥이 살짝 삐걱거렸다.

“방금 뭐였지?” 민혁이 날카롭게 물었다.

강태준의 발소리가 문으로 다가왔다. “아마 직원일 거야.”

아라는 심장이 갈비뼈를 부술 듯이 뛰는 것을 느끼며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그녀는 돌아서서 도망쳤다. 눈물이 시야를 흐렸다.

호화로운 복도는 끝없이 길어 보였다.

귀가 울렸다. 몸이 떨렸다.

그녀는 차가운 밤공기 속으로 뛰쳐나와 숨을 헐떡였다.

도시의 불빛은 어지럽고 조롱하는 듯한 소용돌이였다.

정신없이 택시를 타고 그녀의 작은 자취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조각들이 잔인한 명료함으로 맞춰졌다.

강태준이 영웅처럼 나타나 공격자들을 물리쳤던 ‘연출된 강도 사건’. 그 공격자들은 이제 생각하니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가짜였다.

그가 아주 매끄럽게 해결해주어 그녀가 빚진 느낌을 갖게 했던 ‘공공 미술 전시회 사고’.

모든 다정한 말, 모든 열정적인 밤, 그가 그녀에게 간청했던 모든 사진들 – 모두 거짓말이었다.

계산되고 잔인한 연기.

그녀는 졸이었다. 이현을 겨냥한 무기.

그녀는 꿈에 부풀어 뉴욕에 도착했던 때를 기억했다.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로 결심했었다.

그녀는 예술가였고, 독립적이었으며, 열정적이었다.

그러다 갤러리 오프닝에서 강태준이 그녀의 삶에 들어왔다.

매력적이고, 세련되고, 그녀와 그녀의 작품에 매료된 것처럼 보였다.

그는 압도적인 도시에서 생명줄처럼, 보호자처럼 보였다.

그는 그녀의 스케치와 비전을 칭찬했다. 그는 그녀를 인정받는 느낌이 들게 했다.

얼마나 바보 같았던가. 제주도에서 온 순진한 소녀, 쉽게 현혹되고, 쉽게 속았다.

그는 끊임없이 그녀를 쫓아다니며 관심을 쏟고, 미래를 약속하는 속삭임을 했다.

“넌 달라, 아라야.” 그의 눈은 진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넌 진짜야. 우리 사이의 이거? 진짜라고.”

그녀는 그를 믿었다. 그녀는 그녀의 오빠를 파괴하기 위해 세심하게 만들어진 환영, 유령과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도시가 그녀를 옥죄는 것 같았다. 반짝이는 스카이라인은 이제 그녀 자신의 어리석음을 기리는 기념비 같았다.

맨해튼의 잿더미. 그녀의 들불은 꺼지고, 차갑고 쓴 먼지만 남았다.

작은 방으로 돌아와 떨면서, 그녀는 휴대폰을 더듬었다.

첫 번째 본능은 이현이었다. 항상 이현이었다.

마치 나라 반대편에서 그녀의 고통을 감지한 것처럼, 그녀의 휴대폰이 거의 즉시 울렸다. 그였다.

“아라야? 목소리가… 안 좋아. 무슨 일이야?”

평소 차분하고 꾸준하던 이현의 목소리가 걱정으로 팽팽했다.

눈물이 그녀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오빠,” 그녀는 목이 메어 말했다. “나… 나 곤란에 빠졌어. 나 서울에서 나가야 해. 내가 끔찍한 실수를 했어.”

그녀는 아직 그에게 모든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었다. 수치심이 너무나 생생했다.

“아무 말도 하지 마.” 이현이 단호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제주도 가는 비행기 표 예매할게. 내일 아침 첫 비행기로. 내가 후원하는 새로운 미술 재단이 있어.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관리해 줬으면 해. 네가 원한다면 그 일은 네 거야. 새로운 시작, 아라야.”

새로운 시작. 그것은 구원처럼 들렸다.

“응,” 그녀는 속삭였다. “응, 제발.”

회차 2

전화기 너머 이현의 목소리에는 놀라움이 담겨 있었고, 곧 안도감이 뒤따랐다.

“확실해, 아라야? 그렇게 바로? 지난번에 내가 여기 와서 프로젝트 같이 하자고 했을 땐 서울이 네 꿈이라고 했잖아.”

그는 잠시 멈췄다가 부드럽게 물었다.

“그 남자 때문이야? 네가 절대 말하고 싶어 하지 않던 그 사람?”

아라는 움찔했다. 이현은 그녀를 너무 잘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강태준의 배신에 대한 역겨운 세부 사항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가 이미 곧 있을 IPO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는 더욱더.

“그게… 복잡해, 오빠.” 그녀는 목소리를 안정시키려 애쓰며 말했다.

“우리 헤어졌어. 안 좋게. 그냥 좀 떠나고 싶어.”

그녀는 강태준을 처리할 것이다. 그래야만 했다.

그 괴물이 오빠를 다치게 두지 않을 것이다.

“알았어, 동생아.” 이현의 목소리가 다시 부드러워졌다.

“더 이상 묻지 않을게. 그냥 집으로 와. 우리가 모든 걸 해결할 거야.”

집. 그 단어는 따뜻한 담요처럼 느껴졌다.

통화 후, 아라는 강태준이 마련해준 ‘사랑의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열쇠가 손바닥에서 낙인처럼 느껴졌다.

한때 그녀를 설레게 했던 호화로움은 이제 숨 막히게 느껴졌다. 황금 새장이었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필수품 챙기기, 그 사진들과 영상들을 삭제할 방법 찾기, 사라지기.

그녀는 아파트 안을 돌아다녔다. 자신의 최근 과거 속 유령처럼.

여기저기 흩어진 스케치북, 강태준이 사준 비싼 물감 튜브를 집어 들었다.

각각의 물건이 오염된 것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현관문이 열렸다.

강태준이 희귀한 검은 장미로 가득 찬 화려한 꽃다발을 들고 들어섰다.

그는 침대 위에 반쯤 싸인 더플백을 들고 서 있는 그녀를 보고 멈칫했다.

넓고,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는 미소가 그의 얼굴에 퍼졌다.

“타이밍 좋네! 벌써 우리 주말 여행 준비하는 거야? 내가 방금 스케줄 비웠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그는 결국 갈라에 가지 않았거나, 일찍 떠난 것이었다.

아라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연기해야만 했다.

“미리 준비 좀 해둘까 해서요.” 그녀는 억지로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강태준의 눈이 빛났다.

“내 효율적인 들불. 이번 주말에 널 위한 큰 서프라이즈가 있어, 아라야. 절대 잊지 못할 무언가.”

그가 윙크하자, 아라는 방의 따뜻함에도 불구하고 오싹함을 느꼈다.

그의 ‘서프라이즈’는 의심할 여지없이 이현의 IPO, 그가 계획한 공개적인 굴욕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검은 장미가 갑자기 장례식 꽃처럼 보였다.

“아?” 아라는 장난스러운 톤을 내려 애쓰며 고개를 갸웃했다.

“저도 태준 씨를 위한 작은 서프라이즈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의 눈이 살짝 좁혀졌다. 그 깊은 곳에서 읽을 수 없는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지만, 곧 그의 매력적인 가면이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흥미로운데. 네 서프라이즈는 언제나 좋아.”

그는 장미를 화장대에 놓았다. 어두운 꽃잎이 빛을 흡수했다.

“있잖아,” 강태준이 그 은밀한 속삭임으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오늘 이현이 생각을 좀 했어. 이제 내가 먼저 연락해서 관계를 좀 개선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물론, 널 위해서지.”

그는 그녀를 시험하고 있었다. 그녀가 무언가 알고 있다는 기색을 보이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그거… 사려 깊네요, 태준 씨.” 그녀는 조심스럽게 중립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그녀에게 키스하려는 듯 가까이 다가왔다.

아라는 마지막 순간에 고개를 돌려 그의 입술이 뺨에 스치게 했다.

“그냥 좀 피곤해서요.” 그녀는 하품하는 척하며 말했다. “스튜디오에서 긴 하루였어요.”

그는 잠시 놀란 듯 보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좀 쉬어. 우리에겐 중요한 주말이 있으니까.”

그는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통제력에 너무나 자신만만했다.

나중에, 강태준이 샤워하는 동안, 그의 휴대폰이 침대 옆 탁자에 놓여 있었다.

기회였다.

그녀의 손가락이 떨리며 그것을 집어 들었다.

그는 얼굴 인식을 사용했지만, 가끔 실패하면 비밀번호를 요구했다.

그녀는 그가 손이 젖었을 때 한두 번 입력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생일을 시도했다. 접근 거부.

그들이 만난 날짜를 시도했다. 접근 거부.

젠장. 그녀는 좌절감이 커지면서 휴대폰을 다시 내려놓았다.

사진들, 영상들 – 그것들은 저 안에, 그의 클라우드에, 어딘가에 있었다.

그녀는 더플백으로 돌아가 무자비하게 물건들을 버렸다.

그가 파리에서 사준 실크 스카프, 골동품 은 로켓, 시집 초판들.

각각의 물건이 쓰레기봉투에 떨어질 때마다 독이 든 피부 한 겹을 벗겨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텅 빈 아픔이 남았다. 아직 해방이 아니었다. 그저… 공허함이었다.

그와 함께한 삶의 생생한 색깔들이 모두 흐릿하고 기만적인 회색으로 번져버렸다.

그녀의 휴대폰이 침대 위에서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그녀는 망설이다가 받았다.

“서아라 씨?” 차갑고, 뚜렷한 이탈리아계 미국인 억양이 섞인 여성의 목소리.

“네? 누구세요?”

“윤세라입니다. 강태준 씨 약혼녀예요. 우리 이제 좀 만나서 얘기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직접.”

약혼녀?

그 단어는 물리적인 타격처럼 아라를 강타했다.

강태준에게는 정략 약혼녀가 있었다. 물론 그랬겠지.

그의 무자비하고 계산적인 세계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회차 3

윤세라가 선택한 소호의 카페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트렌디했다. 노출된 벽돌과 장인의 커피로 가득했다.

아라는 그녀를 즉시 알아봤다.

윤세라는 뉴욕 상류층의 전형이었다.

아마 아라의 학자금 대출 전체보다 비쌀 샤넬 수트를 완벽하게 차려입고, 검은 머리는 세련된 시뇽으로 쓸어 올렸으며, 왼손에는 거대한 다이아몬드가 반짝였다.

그녀는 힘들이지 않는 우월감의 아우라를 뿜어냈다.

물감 튄 청바지와 낡은 홍익대 후드티를 입은 아라는 다른 종족처럼 느껴졌다.

윤세라는 아라가 자리에 앉자마자 의례적인 말은 생략했다.

“그래, 당신이 그 어린 미대생이군.” 그녀의 목소리는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

“태준 씨가… 취향이 독특하긴 하지, 그건 인정할게.”

그녀는 에스프레소를 우아하게 한 모금 마셨다.

“그는 다음 달에 나와 결혼할 거야. 이건 합병 같은 거지. 우리 가문들. 아주 중요해.”

아라는 조심스럽게 무표정한 얼굴로 침묵을 지켰다.

안에서는 이상한 평온함이 자리 잡았다. ‘약혼녀’라는 충격은 이미 겪었다. 이건 단지 확인일 뿐이었다.

윤세라가 그녀에게 강태준 자신의 말보다 더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는 거짓말쟁이, 조종자였다. 그녀와의 관계는 가짜였다.

윤세라와의 약혼은 그의 계산된 삶에서 또 다른 거래일 뿐이었다.

고통은 가슴속에 차갑고 단단한 매듭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것은 그녀의 고통이지 윤세라가 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라는 생각했다. ‘이미 부서진 것을 더 부술 수는 없어.’

윤세라는 아라의 반응 없는 태도에 분명히 짜증이 난 듯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봐, 난 당신과 태준 씨가 뭘 했든 상관없어. 끝났어. 그는 가끔 그런… 작은 일탈을 해. 하지만 항상 중요한 것으로 돌아오지.”

그녀는 디자이너 핸드백을 열고 수표책을 꺼냈다.

“나는 관대하게 대할 준비가 되어 있어. 조용히 사라지는 대가로 가격을 말해봐.”

아라는 거의 웃을 뻔했다. 돈. 이 사람들은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말해봐요, 윤세라 씨.” 아라의 목소리는 놀랍게도 안정적이었다.

“그 결혼식은 정확히 언제죠? 다음 달이라고 했죠? 아마 서이현 씨 IPO 이후겠네요?”

윤세라의 눈이 좁혀졌다. “어떻게 그걸…?”

“강태준 씨는 모든 일에 시간표가 있잖아요, 그렇죠?” 아라는 입안에 쓴맛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그는 지저분한 일들을 정리하는 걸 좋아하죠.”

그녀 자신의 공개적인 굴욕은 그 ‘정리’의 일부가 될 예정이었다.

아라는 손대지 않은 라떼를 옆으로 밀었다.

“돈은 가지세요, 윤세라 씨. 전 이미 떠날 예정이었어요.”

그녀는 다른 여자의 시선을 마주했다.

“하지만 공짜 조언 하나 해드릴게요. 강태준 씨에게 감정적으로 얽히지 마세요. 그는 상처받을 마음이 없어요. 그냥 마음을 수집할 뿐이죠.”

그녀는 일어섰다. “그는 이제 당신 거예요.”

윤세라의 완벽하게 화장된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이 건방진 년!”

아라가 반응하기도 전에, 윤세라는 자신의 물잔을 잡아 그 내용물을 아라의 얼굴에 그대로 뿌렸다.

차가운 물이 그녀를 흠뻑 적셨고, 순간적으로 그녀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자 윤세라는 만족하지 않고 달려들어, 그녀의 손톱이 아라의 뺨을 긁었다.

날카롭고 찌르는 듯한 고통.

아라는 뒤로 비틀거리며 손을 얼굴로 가져갔고, 따뜻한 피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대체 여기서 무슨 지랄이야?!”

강태준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그가 거기, 카페 입구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분노의 가면이었다.

그는 그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의 눈은 불타고 있었다.

그는 아라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곧장 윤세라에게 가서, 그녀의 팔을 바이스처럼 꽉 잡았다.

“미쳤어, 윤세라? 대중 앞에서 얘를 폭행해?”

“그 여자가 날 도발했어요, 태준 씨!” 윤세라가 팔을 빼내려 애쓰며 소리쳤다. “당신을 모욕했다고요!”

강태준의 눈이 마침내 아라에게, 그녀의 뺨에 묻은 피에 닿았다.

그의 턱 근육이 경련했다.

그는 다시 윤세라를 돌아보며, 위험할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꺼져. 당장.”

윤세라는 분노와 불신이 뒤섞인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태준 씨…”

“꺼져!” 그가 포효했다.

윤세라는 처음으로 진정으로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팔을 뿌리치고 카페에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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