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군왕님⋯" 청죽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송영걸은 방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무완희는 그를 보자 간신히 손을 뻗으며 말했다."군왕, 분명⋯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송영걸은 무정하게 무완희의 손을 뿌리쳤다. 무설유가 미소를 머금고 무완희의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 "큰 언니, 몸은 좀 어떠십니까?"
무완희는 붉은색 혼례복을 입은 무설유와 송영걸을 번갈아 보았다.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송영걸을 바라보았다.
"무엇 때문입니까?" 무완희는 슬픔에 잠긴 눈빛으로 송영걸을 바라보았다. 눈 앞의 이 남자는 일평생 그녀만을 사랑하고 절대 첩을 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무설유가 입은 붉은색 혼례복은 그녀의 가슴을 난도질하듯 아프게 했다.
"큰 언니, 군왕께서는 처음부터 언니를 마음에 두지 않으셨습니다." 무설유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군왕께서 마음에 두신 여인은 처음부터 저였어요. 군왕께서는 단지 진국공부의 뒷받침이 필요했던 겁니다. 오늘날 새로운 황제가 즉위하였고 군왕께서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벼슬에 오르셨으니 이제 언니 따위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어요. 그러니 언니도 그만 물러나야죠."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말에 무완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송영걸을 바라보았다. 이 모든 것이 다 거짓이라고 믿고 싶었다. "군왕, 말씀해 보십시오. 전부 거짓말이지요⋯"
"아 참, 언니가 모르는 사실이 또 있어요. 진국공부 말입니다. 바로 군왕께서 직접 사람을 데리고 가서 몰살한 거예요." 무설유는 얄밉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진씨 가문이 적과 내통하여 나라를 배반한 증거 역시 군왕께서 찾아내신 겁니다."
"아니야, 난 믿을 수 없어."
"큰 언니가 믿건 말건 이제는 그게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언니가 이 탕약을 반드시 마셔야 한다는 겁니다." 무설유의 표정이 갑자기 사악해졌다.
"뭘 하려는 거야?" 무완희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온 몸에 힘이 풀려 반항할 수 없었다.
"군왕비한테 손 대지 마십시오!" 청죽이 앞으로 나서서 무완희를 감싸 안았다. "군왕님, 둘째 아가씨. 군왕비께서 당신들에게 그리도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어찌 이리도 마음이 독하십니까."
"천한 노비 따위가 감히 어디서 참견이야. 썩 꺼지거라!" 무설유가 청죽의 뺨을 후려쳤지만 청죽은 비킬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송영걸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발을 들어 청죽을 힘껏 찼다. 힘없이 넘어진 청죽은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피가 줄줄 흐르더니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청죽아!"
"언니, 직접 마시겠어요, 아니면 제가 사람을 시켜 입에 넣어드릴까요?" 무설유는 환히 웃으면서 물었다.
"군왕, 이 아이는 당신의 아이입니다!" 무완희는 애원하듯 말했다.
송영걸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손을 뻗어 무완희의 턱을 힘껏 끌어당겼다. "탕약을 부어 넣어라."
"네, 군왕님."
수화가 탕약을 들고 다가왔다. 푸름이와 이령이는 무완희가 발버둥치지 못하도록 힘껏 눌렀다. 수화는 탕약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전부 무완희의 입에 부어 넣으며 생각했다. '군왕비님, 저를 탓하지 마시고 멍청한 자신을 탓하십시오!'
송영걸을 바라보는 무완희의 눈빛이 점차 절망으로 바뀌었다. 그녀가 모든 것을 다 바쳐 사랑했던 남자는 자신의 아이조차 버리려 하고 있었다.
"무엇 때문입니까?" 무완희는 분노에 찬 소리를 질렀다. 심해지는 통증과 더불어 배속의 아이가 점차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며 온 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꼭 이렇게 해야만 했습니까?"
"아직도 내가 정말 너를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생각하느냐? 난 진씨 가문의 도움이 필요했을 뿐이야. 그리고 드디어 난 바라던 모든 것을 전부 이루었어. 잔인한 사실을 알려줄까? 진국공부는 매국 죄로 멸족되었어. 갓 태어난 아이도 전부 목을 베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