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2

다음 순간, 고수혁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며 차갑게 말했다. "당장 나와, 수술실로 가!"

힘이 얼마나 셌던지 김유나는 손목이 당장이라도 부러질 것만 같았다.

너무 아팠던 김유나는 주저 없이 그의 손을 뿌리쳤다.

"내가 왜 널 따라가야 하는데?!"

고수혁의 눈빛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그와 김유나가 결혼한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그 동안 그는 그녀의 얌전하고 현숙한 모습에만 익숙해 있었다.

그의 말에 토를 다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의 목소리에 분노가 가득 묻어났다. "왜? 네가 무슨 염치로 물어?!" "네가 독을 풀지 않았다면 시영이가 신장 기능 저하로 생명이 위급한 일도 없었을 거야! 네가 벌인 짓이니 당연히 네가 책임 져야지!"

"어떻게 책임 지길 원하는데?"

"수술실로 끌고가 내 신장을 떼어 내려고?" 그녀는 냉소를 지으며 받아쳤다.

고수혁은 김유나가 자신의 생각을 꿰뚫어볼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틀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 그렇다면 어쩔 건데?"

"네가 자초한 일이야! 따라 나와!"

'자초한 일?'

그 말을 들은 김유나는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전생, 임시영이 그녀를 함정에 빠뜨릴 때마다 고수혁은 항상 임시영의 편을 들었다.

그때마다 그녀는 본인이 부족한 탓에 오해를 샀다고 생각하며, 그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다시 태어난 지금, 그녀는 두번 다시 그들에게 자신을 해칠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꿈도 꾸지 마!" 그녀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네가 거절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고수혁이 차갑게 코웃음 쳤다. "당장 이 여자를 수술실로 끌고 가서 신장 적합성 검사를 진행해!"

고수혁의 명령이 떨어지자, 건장한 경호원 몇 명이 그녀를 둘러쌌다.

김유나는 익숙한 얼굴들을 바라보았다. 전생에도 그녀는 이들 손에 이끌려 죽은 개처럼 수술실로 끌려갔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들에게 잡히기 전에 김유나는 놈들이 방심한 틈을 타 재빨리 도망쳤다.

그녀는 전생의 기억을 더듬으며 빠르게 임시영의 병실을 찾아냈고 발로 문을 걷어 차며 안으로 들어갔다.

병실 안.

임시영은 병상에 기대앉아 손거울을 들고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

갑자기 들려온 굉음에 임시영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고 , 립스틱이 뺨을 가로질러 길게 그어졌다.

그녀 즉시 욕설을 퍼부었다. "일 똑바로 안해?! 바쁘니까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잖아! 이건 또 뭐야!?"

사납게 문쪽을 돌아 본 임시영이 눈이 휘둥그래졌다.

"김유나? 네가 어떻게 여기에..."

'지금쯤이면 수술실에 끌려가 신장을 적출당하고 있어야 할 년이 왜 여기 있는거지?'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고수혁과 경호원들이 병실로 들이닥쳤다.

임시영이 멀쩡한 모습을 본 고수혁은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 "시영아? 언제 깨어난 거야?"

임시영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현재 의식을 잃은 생태여야 했다.

그녀는 황급히 손거울을 이불 속에 숨기고는, 곧바로 죽어가는 표정을 지으며 가슴을 움켜쥐더니 연신 기침을 해댔다.

"콜록콜록... 수혁아, 나 너무 아파..."

하지만 뒤늦게 시작한 연기는 사람들을 속이지 못했다.

김유나는 비웃음을 터뜨렸다. "임시영 씨, 생명이 위독해서 제 신장이 필요하다던 분이 이렇게 멀쩡하시다니? 설마 나를 해치려고 자작극을 벌인건 아니겠죠?"

임시영의 얼굴이 어색하게 굳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눈시울이 빨개지더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김유나 씨, 무슨 말씀이세요? 난 아무것도 몰라요... 난 방금 깨어났어요. 수혁 씨한테 초췌한 모습 보이기 싫어서 화장을 한 것뿐인데... 제가 유나씨를 해치려 했다니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임시영의 가련한 모습을 본 고수혁은 다짜고짜 그녀 편을 들었다.

그가 김유나를 향해 호통쳤다. "김유나, 그만해! 모두가 너처럼 속이 시커먼 줄 알아? 시영이는 착한 애야. 왜 널 해치려 하겠어!"

회차 3

"마음이 착하다고?"

김유나는 세상에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농담을 들은 것 같았다.

그녀는 성큼성큼 다가가 임시영의 이불을 확 걷어냈다.

이불 속에는 화장품 세트뿐만 아니라 아직 다 먹지 않은 고급 디저트도 놓여 있었다.

"고수혁, 똑똑히 봐!"

김유나는 디저트를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게 네가 말한 생명이 위태로운 사람이야? 내 신장을 떼어내서 살려야 한다고?! 임시영의 목숨은 목숨이고, 내 목숨은 목숨이 아니야? 아니면 네 눈에 난 아무렇지 않게 밟아 죽여도 되는 개미로 보여?"

고수혁은 디저트 박스를 빤히 쳐다보더니 안색이 몇 번이나 변했고 눈빛에 당황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을 본 임시영은 고수혁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수혁아,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의사가 왜 내 상태가 심각하다고 했는지 모르겠어. 아마 검사 보고서가 잘못되었거나, 누군가 의사를 매수해서 나를 모함하려는 것일지도 몰라. 내가 너를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려는 수작일..."

눈이 멀지 않은 사람이라면 임시영의 서툰 연기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수혁은 잠시 침묵하더니 임시영의 말을 믿기로 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김유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오해였으니 수술은 취소 할게. 이 일은 여기서 끝이야."

"끝이라고?"

김유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고수혁, 내가 빨리 도망치지 않았다면 지금쯤 난 신장이 적출되었을 거야! 그런데 이제 와서 끝이라고?" "아무 일도 없었잖아? 그저 오해였을 뿐이야. 적당히 해!"

고수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김유나를 불만스럽게 노려봤다.

"보상을 바라는 거잖아? 그래서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거 아니야?"

"교외에 있는 별장을 너한테 줄게. 100억 짜리 수표도 줄게. 그거면 돼?"

김유나는 차갑게 실소를 흘렸다. "100억? 보상이라며 ? 그게 다야?"

그 말에 고혁수는 혐오감이 치밀어 올랐다. 김유나가 더 많은 걸 바란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원하는 게 뭐야?"

다음 순간, 김유나의 차가운 목소리가 병실에 울려 퍼졌다.

"내가 원하는 보상은 간단해. 이혼하자. 지금 당장!"

"이혼?"

고수혁은 웃긴 농담을 들은 듯 웃음을 터뜨렸다.

결혼 3년 동안, 김유나가 그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는 물론이고 지인들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랬기에 그는 김유나가 임시영을 질투한 나머지 자꾸 괴롭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김유나가 이혼을 하겠다고 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고수혁은 곧바로 무언가를 떠올리더니 눈빛에 짙은 조롱이 번졌다.

"김유나, 또 밀당이야? 지겹지 않아? 시영이가 귀국한 이후로 계속 시영이를 괴롭히더니, 이제는 이혼까지 요구해? 정말 웃기지도 않아!"

"마지막으로 경고할게. 내 인내심엔 한계가 있어. 지금 당장 그 말을 취소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 있어."

고수혁은 그녀가 떠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김유나는 너무 역겨웠다.

"고수혁, 내 말 못 알아들어?"

김유나는 허리를 곧게 펴고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했다. "다시 말할게. 이혼 해!"

김유나의 단호한 태도에 고수혁은 더욱 짜증이 치밀었다. "나와 이혼하려는 이유가 뭐야?"

"이유? 꼭 내입으로 말해야겠어? 불륜녀를 위해 아내인 나를 구박하는 놈이 정상이야? 너 같은 놈은 내 남편이 될 자격이 없어! 꺼져 줄래? 역겨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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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귀염둥이가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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