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어두운 조명의 호텔 방에서 윤서연은 한 잘생긴 낯선 사람과 정렬적으로 키스하고 있었다.
몇 시간 전, 그녀의 전 남자친구 유민성은 다른 사람과의 약혼을 발표했다. 절망적이었던 윤서연은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빠르게 취했다. 취기와 겹친 이 낯선 사람의 매력은 그녀를 호텔로 데려오기에 충분했다.
유민성은 4년간 그녀와 해온 연애를 잊고 부잣집 아가씨와 결혼하려고 하는데, 그녀라고 환승 못 할 것 있는가?
남자가 그녀의 옷을 벗기려고 할 때, 윤서연은 그 남자의 어깨에 기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민성아!"
그 남자는 즉시 행동을 멈추었다. 둘 사이의 야릇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곧 불이 켜졌다.
밝은 빛이 그녀의 눈을 찌푸리게 만들었으나, 곧 빛에 적응한 그녀는 남자의 얼굴을 똑바로 알아봤다.
이제훈!
전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변호사.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이 바로 그녀를 배신한 전남친 유민성의 미래 처남이라는 것이다.
윤서연의 술기운이 순식간에 깼다.
그녀는 눈을 감고 깊게 심호흡을 했다. 자신의 원수나 다름 없는 여자의 오빠와 잠자리를 할 뻔했던 것이다.
이제훈도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벽에 기댄 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깊게 한 모금을 들이마신 그는 그녀를 장난스럽게 위아래로 훑었다. "재미있네요, 윤서연 씨."
그는 담뱃재를 털어내며 옅은 미소를 짓고 물었다. "조금 전에 나랑 키스할 때 무슨 생각 했어요? 그냥 유민성 씨 질투 유발용으로 나랑 자려고 한 거예요?"
당연히 이제훈도 그녀를 알아봤다.
윤서연은 눈앞에 남자를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이제훈은 누구나 아는 유명인이었다. 술 기운 때문에 지금까지 그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 뿐이다.
그녀는 그런 거물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이제훈 씨. 너무 많이 마셨나 봐요."
다행히 그는 그녀를 괴롭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담배를 다 태운 그는 똑바로 일어나서 그녀에게 코트를 던졌다. "옷 입어요. 데려다 드릴게요."
윤서연은 그에게 감사 인사를 표했다.
이제훈의 빈틀리안에서 둘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서연이 그를 때때로 훔쳐볼 뿐이었다.
이제훈은 각진 얼굴과 날렵한 턱선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셔츠 브랜드를 알지 못했으나, 매우 비싼 옷인 것이 분명해 보였다.
윤서연은 이 남자와 하룻밤을 함께 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여자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몇 분 간의 침묵 끝에, 이제훈이 목적지에서 차를 멈췄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의 마르고 쭉 뻗은 다리를 몇 초간 바라보다가 그녀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윤서연은 이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누구인지 안 이후에도 그녀와 잠자리를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은 의외였다.
그는 매력적인 사람임이 분명했고 밤기술도 좋을 것 같았으나, 윤서연은 망설였다. 이런 거물과 엮이는 것에는 위험이 따를 것이다. "이제훈 변호사님, 연락은 안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훈은 어깨를 으쓱했다.
윤서연은 보기 드문 예쁜 여자였다. 하지만 그에게 관심이 없다면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자신의 주머니에 명함을 넣으며 말했다. "보수적인 게 당신 답네요."
윤서연은 조금 민망했다. 그리고 그녀가 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이제훈이 차에서 내려 신사처럼 문을 열어주었다. 마치 방금 전 서로 뜨거운 호흡을 공유한 느끼했던 순간이 착각으로 생각할 정도로 담담했다.
윤서연이 차에서 내리자 마자, 차는 그녀의 시야에서 천천히 멀어졌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몸에 오한을 돌게 했다. 그제서야 몸에 걸친 코트를 아직 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가 그를 따라 잡아야 할지 말지 망설이던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새엄마인 서현진의 전화였다. 서현진의 목소리는 다급한 톤이었다. "서연아, 얼른 집에 오렴! 나쁜 소식이 있어!"
윤서연은 그녀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 했으나, 서현진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며 제발 빨리 집에 와 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회차 2
윤서연이 집 안으로 달려 들어가자,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는 서현진을 발견했다.
그녀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윤서연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초조한 듯이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아빠는요?"
서현진은 윤서연의 아버지의 둘째 부인이었다.
윤서연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유민성 그 놈은 진짜 잔인해! 몇 년 전, 유씨 그룹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도 너는 포기하지 않고 밤낮으로 곁에 있어줬잖니. 이제 유씨 그룹이 상승세를 얻으니까 너를 버릴 뿐만 아니라 네 아빠도 감옥에 보내려고 하고 있어! 감사도 모르는 놈 때문에 네 아빠는 지금 구치소에 있다고!"
잠시 생각하던 윤서연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민성한테 연락해 볼게요."
지금 그들은 헤어진 관계지만 그래도 남은 정이 있어 유민성이 그렇게까지 비겁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유민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통화가 연결되었다.
윤서연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간청했다. "유민성, 우리 이미 헤어졌잖아. 우리 아빠한테 화풀이 하지 마."
그러나 유민성은 차가운 코웃음만을 쳤다.
"누군가는 이 손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어?"
윤서연은 다시 한 번 그를 설득하려 입을 열었으나, 유민성이 먼저 말을 꺼냈다.
"다른 방법이 있긴 한데... 5년 동안 내 애인이 되어주면, 네 아버지는 놓아 줄게.
윤서연의 넋이 나갔다.
그녀는 자신의 전 남자친구가 이렇게 뻔뻔한 사람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자신의 커리어와 그녀의 몸 전부 가지려고 했던 것이다.
윤서연은 분노하며 떨었다. "유민성, 너 진짜 역겨워!"
유민성은 장난스러운 톤으로 대답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 지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거 아니었어?"
윤서연은 이를 꽉 깨물고 소리쳤다. "애인 같은 건 할 생각 추호도 없어!"
유민성은 무심한 듯 비웃었다. "그러면 좋은 변호사 고용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게 큰 돈이 관련된 건인데, 최소 징역 10년은 되겠지."
윤서연이 받아 쳤다. "이 나라 최고의 변호사를 고용해 주겠어!"
"이제훈 말하는 거야?" 유민성이 거만하게 웃음 소리를 냈다. "내 처남이 될 사람을 찾다니. 정신 차려, 그 사람이 널 도와줄 것 같아?"
계속해서 주먹을 꽉 쥐고 있던 그녀의 손이 점점 하얗게 변했다. 딱히 받아 칠 말도 없었다.
유민성은 킬킬 웃으며 말했다. "윤서연, 나한테 제발 애인으로 삼아 달라고 비는 날을 기다릴게!"
윤서연은 유민성의 헛소리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전화를 급하게 끊었다.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서현진이 욕을 했다. "저 나쁜 놈의 새끼! 걱정 마 서연아, 절대로 너를 건드리게는 안 둘 거다!"
분노와 슬픔이 섞인 눈물이 서현진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근데 유민성 말도 틀리지는 않아. 이제훈 변호사는 그쪽 사람이니까 우리를 도와줄 리는 없겠지. 서연아,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윤서연은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그녀는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훈 변호사님을 만나본 적이 있어요. 한 번 대화해 볼게요."
서현진은 의아한 눈길로 윤서연을 바라봤다. 그녀는 꽤 예민한 편이었다.
서현진은 윤서연에게서 술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남자의 코트가 그녀의 어깨 위에 걸쳐져 있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단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했다.
하지만 서현진은 의문을 속으로 숨기고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윤서연이 이제훈을 다시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동행법률사무소의 로비에서, 데스크 직원은 윤서연의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예약 없이 올라가시기는 힘듭니다, 손님."
윤서연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그 남자의 명함을 받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다.
"다음 가능한 예약 시간은 언제인가요?" 그녀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데스크 직원은 컴퓨터 화면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2주 뒤입니다."
곧 윤서연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때,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한 남자와 여자가 밖으로 나왔다.
그 남자가 바로 이제훈이었다.
그는 검정색의 커스텀 정장을 입고 있었으며, 상위 1% 같은 엘리트 다운 분위기를 뽐내고 있었다.
반면 그 여자는 윤서연이 모르는 사람이었다. 30살 정도로 보이는 그 여자는 매우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제훈은 윤서연과 눈을 마주쳤으나, 그녀를 모른다는 듯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고 고객을 문까지 배웅했다.
그는 여자와 악수하며 작별인사를 했다.
그 여자의 목소리는 야릇했다. "이제훈 변호사님이 아니었다면 전 남편에게서 한 푼도 못 받아냈을 거예요! 그 사람한테 애인이 생긴 이후로 얼마나 저한테 인색하게 굴었는지..."
이제훈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게 제 일이니까요."
곧 그 여자는 그를 위아래로 훑고는 물었다. "이제훈 변호사님, 저랑 오늘 한 잔 어떠신가요?"
윤서연은 보통 남자라면 그 아름다운 여자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훈은 보통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손목시계를 흘끗 보고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오늘 저녁은 선약이 있어서요."
그 여자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가 단순히 말을 돌려 거절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자는 그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고 차에 올라타서 떠났다.
그 여자가 떠난 후 이제훈은 프런트 데스크로 향해 윤서연에게 물었다. "생각이 바뀌었나요?"
회차 3
윤서연은 눈에 띄게 굳은 상태였다.
그녀는 어색하게 종이 봉투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코트 돌려 드리려고 온 거예요."
이제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종이 봉투를 가져갔다.
"고마워요." 그런 다음 그는 아무 말 없이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윤서연은 그를 따라잡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서둘러 뛰어가며 말했다. "이제훈 변호사님, 드릴 말씀이..."
이제훈이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의 문을 열었다. 아무 망설임 없이 윤서연은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이를 본 이제훈은 그녀를 흘끗 쳐다봤다.
곧 그는 셔츠의 매무새를 다듬으며 무심하게 말했다. "그쪽 건은 맡을 생각 없습니다."
윤서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제훈은 이미 그녀의 아버지 관련 일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레 물었다. "유민성 씨가 맡지 말라고 하셨나요?"
이제훈은 벽에 있는 거울을 통해 그녀를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뇨. 그냥 개인사랑 직장 일을 엮는 걸 싫어해서요."
윤서연은 그의 말을 이해했다. 그녀가 그와 잠자리를 갖고 싶다면 그는 환영이었으나, 일과 관련된 일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녀의 귀는 수치심에 붉어졌으나 이제훈은 그녀에게 아무 것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름다웠지만, 그의 원칙주의를 포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대낮에 다른 사람과 잠자리를 갖고 싶지 않았다.
곧, 엘리베이터는 28층에서 멈췄다.
이제훈의 비서는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윤서연이 자기 오너와 같이 서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지만 이제훈과 제일 오랫동안 일한 비서로서 바로 시선을 정리했다. 그리고 공손한 태도로 정중하게 말했다. " 변호사님, 의뢰인이 도착하셨습니다."
이제훈은 비서에게 종이 봉투를 건네며 말했다. "클리닝에 맡겨."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떴다.
이제훈은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윤서연을 바라보지도 않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다른 변호사 찾아요. 그리고 호의를 바라며 몸을 팔거나 하지 마시고. 정말 별로니까."
그리고 그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기 직전에 밖으로 나갔다.
윤서연은 이를 갈고 있었다. '완전히 위선자가 아닌가!'
집에서, 서현진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심란한 윤서연은 백경아와 만나 현실을 잠시 도피할 생각이었다.
백경아는 윤서연의 대학교 동창이다. 그녀는 졸업 직후 인해시의 부유한 남자와 결혼했다. 그녀의 남편은 발이 넓은 사람이었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윤서연은 백경아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들은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서연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바로 그녀에게 있었던 일들을 전해주었다.
백경아는 유민성을 향해 엄청난 욕을 쏟아냈다. 어느 정도 화가 풀린 그녀는 잠시 고민하고는 물었다. "정말로 이제훈 변호사랑 호텔 방 잡은 거야?"
윤서연은 얼굴을 붉히며 어색하게 커피를 저었다.
백경아는 목소리를 낮추고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윤서연 좀 대단한데? 연예인들도 이제훈의 눈길 한 번 받기조차 힘들다던데. 눈이 얼마나 높은지 가십거리도 거의 없어.
윤서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주제를 바꿨다. "아무튼, 경아야 너한테 올 수 밖에 없었어."
이제훈은 상류층 사회에서 존경 받는 인물이었으며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다. 백경아가 윤서연을 돕기로 결정한다면 이제훈의 눈 밖에 나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
그러나 백경아는 윤서연의 진실된 친구였다.
그녀는 곧 인맥을 이용해 이제훈의 스케줄을 파악했다.
토요일 오후 3시에 이제훈은 한 컨트리클럽에서 다른 사람과의 골프 약속이 있었다.
그 시간에 윤서연은 백경아 부부와 함께 컨트리클럽으로 향했다. 한 가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유민성도 거기 있었다는 것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그녀는 당황했다.
백경아는 자신의 남편의 팔을 꼬집으며 불평했다. "왜 유민성도 여기 있을 거라고 미리 말 안 했어? 이런 상황에서 서연이가 어떻게 이제훈에게 도움을 요청해?"
백경아의 남편은 진심을 담아 사죄했다. "미안해, 경아야. 진짜 몰랐어. 정말이야!"
윤서연이 자리를 떠나기 전에, 이제훈은 이미 그들을 알아보았다.
잘생기고 부유한 분위기를 풍기던 그는 흰색 골프복을 입고 있었다. 그의 훤칠한 키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두드러졌다.
법률 사무소에서 있었던 일처럼, 이제훈은 윤서연을 모른 척하며 백경아의 남편에게만 인사를 건넸다.
백경아의 남편은 미소로 화답했다.
그 이후 이제훈은 윤서연을 흘끗 쳐다봤다.
그녀의 피부는 매끄럽고 탱탱했다. 그리고 오늘은 특별히 운동하기 쉽게 시원하고 간편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타이트한 흰색 티셔츠는 그녀를 에너지 넘치는 스타일로 보이게 했고, 옅은 회색 반바지는 그녀의 긴 기럭지를 돋보이게 했다.
그녀의 긴 다갈색 곱슬 머리는 단정한 묶음 머리 스타일을 선보이며 상큼하지만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냈다.
이제훈은 그녀의 길고 마른 다리를 쳐다보며 가볍게 물었다. "그리고 그쪽 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