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은서야… 힘들었지?"

강은서가 지씨 가문 저택 거실에 막 들어서자, 서희연이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서희연은 나이가 오십이 넘었지만, 여전히 관리가 잘 되어 마흔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희연은 항상 강은서를 항상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지난 2년간 지상철이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서희연은 그녀를 감싸주며 지상철을 혼냈다.

하지만 그것은 지상철을 가볍게 꾸짖는 데 그쳤다. 결국 지상철이 친아들이었으니 말이다.

오늘도 예외는 없었다.

서희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지상철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 망할 자식아! 당장 은서한테 사과해."

예전 같았으면 강은서는 여느 때처럼 괜찮다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모든 게 귀찮았다.

그래서 지상철이 말을 꺼내기 전에, 강은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줌마, 머리가 아파서 저 먼저 올라갈게요."

서희연은 강은서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좀 쉬어. 저녁 준비되면 부를게."

강은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없이 2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은서의 모습이 계단 너머로 사라지자, 서희연은 노기 어린 시선으로 지상철을 노려보았다.

"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강은영 같은 사생아와 어울려 다니는 거야?"

"엄마, 그게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은영이도 승윤 아저씨 친딸이잖아. 게다가 엄밀히 말하자면, 예원 아줌마와 승윤 아저씨가 먼저 알게 된 사이였어."

"너..."

지상철의 말에 서희연은 눈앞이 아득해질 만큼 격한 분노에 휩싸였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에야 간신히 감정을 추스릴 수 있었다.

진정을 하고 나서, 서희연은 단호한 눈빛으로 지상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랑 강은영 사이는 내가 더 이상 상관하지 않겠다. 다만 한 가지만 분명히 해둬. 네 약혼녀는 은서고, 지씨 가문이 인정하는 며느리도 오직 은서뿐이야."

서희연이 이 말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지상철은 같은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지상철은 이번만큼은 참지 못하고 서희연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엄마, 대체 왜 꼭 강은서와의 결혼을 고집하는 거야? 예원 아줌마와의 친분 때문이야? 아니면 은서가 가진 60% 지분 때문이야?"

사업가에겐 이익이 항상 최우선이었다.

서희연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혼약을 기꺼이 받아들인 건 배여정과의 친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강은서의 60% 지분이 결정적이었다.

강씨 가문의 사업은 배여정이 두 손으로 일궈낸 것이다.

비록 일찍 세상을 떠났어도, 그녀는 강은서에게 60% 지분을 남겨주었다.

"은서가 강씨 그룹 60% 지분을 가진 걸 알면서도 그렇게 대하니? 상철아, 엄마가 너를 해칠 리가 없잖아. 이 모든 게 다 너를 위한 거야."

"은서랑 결혼하면 오히려 네가 이득이야. 외모도, 능력도 강은영 따위가 은서랑 비교될 것 같아? 계속 이러다간 은서가 완전히 널 포기할 거다. 그땐 후회해도 늦어."

"됐어요, 엄마. 그만 좀 해. 내가 강은서랑 결혼 안 한다고는 안 했잖아."

지상철은 짜증스럽게 서희연의 말을 끊고는 위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은서는 2층 방 창가 소파에 몸을 기대고, 조용히 정원의 분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옆에 놓인 휴대폰이 진동했다.

메시지를 확인한 강은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화면에 뜬 사진 속에는 은색 결혼반지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단아하면서도 우아한 그 디자인은 정확히 강은서의 취향을 적중했다.

[맘에 들어?]

김서준의 메시지를 확인한 강은서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이게 뭐야?]

[맘에 드냐고?]

김서준은 같은 질문만 반복했다.

강은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답장을 보냈다.

[응, 맘에 들어.]

그 후 김서준은 더 이상 답이 없었다.

강은서는 알지 못했지만, 그녀의 답장을 본 김서준은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옆에 있던 오민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얼씨구? 너 이렇게 웃을 줄도 알았어? 혹시 귀신이라도 들렸냐?"

친구의 농담에 김서준의 입가에 맺혔던 미소가 순간 사라졌다.

그 갑작스러운 표정 변화에 오민수는 방금 전에 본 미소가 착각이었나 싶었다.

"노부인의 상태는 어때?"

김서준이 말한 사람은 강은서의 외할머니였다.

환자 이야기가 나오자 오민수의 표정이 곧바로 진지해졌다.

"여전하지. 심장 기능이 점점 약해지고 있어서, 오래 버티기는 어려울 것 같아."

"네가 의사로서 실력이 부족하다는 거네."

어떤 의사든 자신의 전문성을 의심받으면 견디기 어려울 거다. 하물며 오민수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천재 의사였다.

평소 차분하던 오민수가 김서준의 말에 불끈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난 의사이지 신선이 아니야! 어쨌든 배씨 노부인 얘기가 나온 김에 말하는데, 정말 이해가 안 가는 게 있어. 나한테 배씨 노부인의 치료를 부탁한 건 너잖아, 근데 왜 갑자기 지씨 가문의 제안을 받아 들이라는 건데?"

오민수는 아주 내키지 않았다. 천재 의사로 소문난 그가 마치 돈에 눈이 먼 인간처럼 비춰질 수 있으니 말이다.

김서준은 답하지 않고 책상 위 도면을 내려다보았다.

바로 방금 강은서에게 보낸 그 결혼반지의 설계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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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쿤: 그녀는 내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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