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곽요한의 얼굴이 순간 굳어버리더니, 거의 본능적으로 임채아에게 붙잡혀 있던 자신의 팔을 황급히 빼냈다.

"가연아, 너에게 문자 보냈는데 답도 없더니 나한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불쑥 나타난 거야?"

'서프라이즈? 오히려 경악에 더 가까워 보이는데.'

임가연은 그가 연기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볼 뿐,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오후에 볼 일이 좀 있어서 휴대폰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

그 말에 곽요한은 속으로 깊이 안도한 듯, 재빨리 그녀 곁에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어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더니 다정하게 말했다.

"오늘 날씨가 추운데 이렇게 얇은 옷만 입고 다니면 어떡해. 내가 걱정 되잖아."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곧장 직원을 불러 담요를 가져오게 한 뒤, 부드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 주었다.

임가연이 조용히 관찰하는 사이에 시선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임채아에게로 향했다.

임채아는 그 시선에 잠시 몸을 움찔했지만, 곧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언니, 여기서 만나다니, 정말 우연이네."

그리고는 아무일 없다는 듯 임가연과 의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았다.

곽요한은 임가연의 귀밑머리를 살며시 정리해 주며 가까이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동생이 최근 대형 프로젝트를 몇 개나 성사시켜서 내가 보상으로 생일선물을 사주겠다고 약속했어."

잠시 말을 멈춘 그는 다정한 눈빛으로 임가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가연아, 화난 거 아니지?"

그때 임채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한마디 덧붙였다. "언니, 내가 여기 있는 게 불편하다면 자리를 비켜줄게."

임가연은 담요 끝자락을 정돈하며 태연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불편할 게 뭐 있어. 요한 씨가 네 형부인데 챙겨주는 게 당연하지. 그냥 우리 부부가 너에게 주는 생일선물이라 생각해."

결혼증명서가 가짜라 한들, 현재 곽요한의 공식적인 아내는 자신이고, 임채아는 영원히 빛을 보지 못할 내연녀에 불과했다.

경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곽요한은 초반에 주얼리 세트를 낙찰 받아 임가연에게 선물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채아는 더는 참지 못했는지,의자 아래로 새끼손가락을 뻗어 곽요한의 손을 살짝 걸었다.

곽요한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그 손가락을 잠시 감쌌다가 놓았다.

임가연은 그 모습을 보고 가소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양다리 전문가가 따로 없네.'

예전에 임가연과 임채아는 경성 사교계에서 재능과 미모를 겸비한 자매로 이름을 날렸다. 지금은 비록 임씨 가문이 몰락했지만 그녀와 임채아는 어디를 가나 시선을 끄는 존재였다.

그런데 곽요한이 이렇게 뻔뻔하게 두 여자를 동시에 차지하며 양다리를 걸치다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임가연은 곽요한에게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 관계가 자신의 감정이나 이익에 진정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그때 해야 할 일은 용감하게 판을 뒤엎는 것이었다.

그때, 사회자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여러분. 다음은 이번 경매의 마지막 출품작입니다. 천연 비취로 정교하게 조각한 배추로, 질감이 매우 섬세할 뿐 아니라 비취 특유의 결이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시작가는 4억 원입니다."

그 말에 임가연의 시선이 순간 단호해졌다. 아버지의 유품인 이 비취 조각상 만큼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했다.

"20번 분께서 5억 2천만 원을 호가하셨습니다! 더 오르실 분 계십니까?"

호가가 마무리되려는 순간, 임가연이 번호판을 번쩍 들며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7억 원."

갑작스러운 고가에 경매장 안이 순간적으로 술렁였다. 비취 시장의 암묵적인 룰을 깬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게다가 임가연이 제시한 가격은 시작가보다 훨씬 높았고, 현장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이 비취 조각상을 꼭 갖고 싶어 한다는 걸 알 수 있었기에 더 이상 입찰하는 사람은 없었다.

"7번 분께서 7억원을 호가하셨습니다! 더 오르실 분 계십니까?"

"7억 원 한 번! 7억 원 두 번!"

경매사의 망치가 공중에 떠오른 순간,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가 경매장을 가르며 터져 나왔다.

"7억 2천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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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집적대, 각자의 선택이야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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