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2
원청하가 눈물을 글썽이며 사무실에 들어서자, 모두가 그녀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회사 모든 사람들이 원청하가 구청준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의 회사도 그녀의 노력 덕분에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구청준은 그녀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여자를 곁에 두었다.
오늘처럼 구청준이 새로운 애인을 데리고 온천에 갈 때 원청하는 늦은 밤까지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원청하는 이미 그런 시선에 익숙해 있었다. 그녀는 무심하게 회의실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시작하죠. 오늘 이걸 끝내야 해요."
서른 명이 넘는 직원들이 새벽까지 회의실에서 구청준의 일을 완성하기 위해 일했다.
그녀는 모두에게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서명은 구 대표가 출근하면 그때 처리하죠."
원청하는 직원들에게 하루 휴가를 주었다. 회사를 나서며 휴대폰을 켜자 수백 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대부분은 시어머니의 전화였고 시아버지와 모르는 번호도 있었다.
구청준은 그녀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
원청하는 찡그린 얼굴로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시어머니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청하! 내 아들이 교통사고가 나서 5시간 째 긴급 수술 중이야. 그런데 왜 연락이 안 돼?"
원청하는 발걸음을 멈췄다. "어느 병원이에요?"
"종합 병원. 당장 와!"
전화가 끊겼다.
원청하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직원이 실수로 그녀와 부딪혔을 때 비로소 현실을 직시했다. 그녀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말했다.
"차 사고. 또 차 사고야?!" 그녀는 가방을 쥐고 계단으로 달려갔다. 20층 이상을 달려 내려가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녀는 병원 주차장까지 전속력으로 달렸다.
수술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구청준은 아직 수술실 안에 있었다.
시어머니 왕여는 그녀를 보자마자 앞으로 나와 그녀의 뺨을 세게 때렸다. "어떻게 구청준이 위험한 산길을 운전하게 놔둘 수가 있어? 걔 야맹증 있는 거 몰라?"
왕여가 다시 청하를 때리려 하자, 시아버지가 그녀를 막았다. "여보, 구청준이 얼마나 고집 센지 알잖아. 걔가 마음 먹으면 청하도 못 말려."
청하의 얼굴의 고통이 점차 무감각으로 변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수술실 문 앞에서 굳건히 기다렸다.
그녀는 구청준을 가장 먼저 보고 싶었다.
6시간이 지나고 구청준이 수술실에서 나오자, 원청하는 앞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밀려 바닥에 쓰러졌다.
그 사람은 구청준에게 매달려 절박하게 울고 있었다. "준아, 왜 그렇게 어리석어? 나 안 지켜줘도 되는데. 난 네가 살아만 있어도 행복해."
의사는 간호사들에게 그 사람을 구청준에게서 떼어 놓으라고 지시했다. "환자를 즉시 중환자실로 옮겨야 합니다. 지체하지 마세요."
하지만 두 명의 간호사도 그녀를 떼어놓지 못 했다. 그녀는 구청준의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구청준의 얼굴이 붕대로 감싸진 것을 본 원청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바닥에서 급히 일어나 의사에게 뛰어갔다. "의사 선생님, 구청준은 어디를 다쳤나요?"
의사는 청하가 누군지 알아보고 한숨을 쉬었다. "구청준 씨는 운이 좋았어요. 에어백이 충격을 거의 다 흡수했지만, 깨진 유리가 얼굴을 베었습니다. 모든 파편은 제거되었습니다. 눈 주변을 가장 심하게 다쳤고, 시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원청하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아 중심을 못 잡을 뻔 했다. "흉터가 남을까요?"
의사는 그녀가 이런 질문을 하리라고 생각 하지 못 했는지 잠시 의아해하다가 말했다. "흉터는 분명히 남을 것입니다."
원청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최고의 성형외과 의사를 불러서 그의 눈이 원래대로 회복될 수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반드시 전과 똑같아야 해요."
모든 사람들이 멍해졌다.
회차 3
제일 먼저 입을 뗀 건 왕여였다. "내 아들이 시력을 잃게 생겼는데 흉터 걱정이나 하고 있어?"
왕여의 목소리는 날카로웠고, 원청하는 그녀를 돌아보고는 그녀의 뺨을 때렸다. "조용히 하세요!" 원청하는 손을 닦으려고 물 티슈를 꺼내며 경멸스럽다는 듯 말했다. "괜찮으니까 수술 실에서 나왔겠죠. 뭐가 그렇게 급해요?" 왕여는 지고 지순하게 구는 원청하에 익숙했다.
처음으로 이런 일을 겪자 모욕감이 들었다.
하지만 말을 꺼내기도 전에 원청하는 거칠게 밀려났다.
원청하는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고 힘겹게 눈을 떠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까 구청준의 몸에 엎어져 울던 여자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구청준이 의식을 잃은 사이에 그 사람 가족을 괴롭히지 마요."
원청하는 그 여자의 순수하면서도 고집스러운 얼굴을 올려다보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구청준을 병원에 데려온 게 당신인가요? 고마워요. 저는 원청하예요."
여자는 한동안 얼어붙어 있다가 말했다. "화 안 내세요?"
원청하는 힘겹게 일어나서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누군지 알아요. 백정미 씨 맞죠."
백정미는 놀라서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뭘 하시려고요? 저는 준이의 친구일 뿐, 그의 애인은 아니에요."
원청하는 부드럽게 말을 끊었다. "당신이 친구인 건 알아요. 설명할 필요 없어요."
지난 몇 년 동안, 구청준 주변에는 수많은 여자들이 있었지만, 그들 중 누구도 한 달을 넘기지 못 했다.
그러나 백정미는 그와 거의 반 년이나 함께 했다.
원청하는 백정미가 뭔가 특별한 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깨달았다.
백정미는 그 여자와 많이 닮았다.
수년간 만난 모든 여자들 중 가장 그 여자와 비슷했다.
여기까지 생각한 원청하가 차갑게 웃었다. "하지만 당신도 완전히 똑같지는 않네요."
백정미는 어리둥절했다. "뭐라고 하셨죠?"
원청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옷이 좀 더러워졌네요. 사이즈가 저와 비슷한 것 같은데, 제 트렁크에 새 옷이 있어요. 제가 사람을 시켜 갈아입게 해드릴 게요. 의사 선생님, 이 사람을 철저히 검사해 주세요. 문제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사모님" 의사가 대답했다.
원청하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가세요.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 구청준도 나올 거예요. 그냥 각막의 회복 정도를 검사하는 거에요.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왕여는 아까부터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지금은 더 이상하다는 눈빛이었다.
도대체 어떤 여자가 자기 남편의 애인을 이렇게 부드럽게 대할 수 있지?
왕여는 묻고 싶었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구봉현에게 끌려갔다.
곧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원청하는 이제 강한 척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병실로 들어가서 침대에 누워 있는 구청준을 바라보았다. "왜 당신들 모두 교통사고 때문에 나를 떠나는 거지?"
원청하의 눈물이 흘러내려 구청준의 손가락에 떨어졌다.
그 촉감에 그의 손가락이 떨렸다.
원청하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눈물을 닦았다. "깨어났어?"
구청준은 눈을 깜빡였고 몇 초 만에 혼란에서 공포로 표정이 바뀌었다.
그는 벌떡 일어났다. "정미는 어디 있어? 괜찮아?"
원청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지켜보았다.
역시 백정미는 그의 마음속에 특별한 존재였다.
구청준은 천천히 상황을 파악하고 미안한 기색을 보였다. 그제서야 원청하가 입을 열었다. "괜찮아. 약간 놀랐을 뿐이야. 지금은 집에 가서 쉬고 있어."
구청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게 괜찮다면 다행이야."
하지만 모든 것이 괜찮을 수 있을까?
원청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고, 의사를 불러 구청준을 검사하게 했다. 그런 다음 화장실로 갔다.
칸막이 안에 몸을 숨긴 그녀는 심장이 아파왔다. "구청준 지금 너무 못생겼어. 너무 못생겨서 지금은 전에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어."
그녀가 그의 앞에서 울기 힘들 정도로 못생겼다.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구청준 옆에 있을 이유가 없어."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결단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