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정소민은 눈을 굴리며 이하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바보야, 그 놈 말고 네가 키스한 남자 말이야!"
"잠깐, 뭐라고? 네가 박승현한테 키스했다고? 이하나 너 정말 구재불능이구나! " 한명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자기가 들은 사실에 너무 놀란 한명준은 엑셀을 세게 밟았다.
한명준의 아버지는 남산시에 있는 금융 회사의 총괄 매니저였다. 한명준이 박승현을 알고 지낸 지 아주 오래 되었다.
박승현의 이름을 듣고 그를 떠올린 임은숙이 외쳤다. "오, 주여! 이하나, 넌 방금 박승현이랑 키스한 거야! 이리 와 봐. 너랑 키스하면 승현 님의 입술과 향기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몰라!"
그 말을 하자마자 임은숙은 이하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만해!" 이하나는 짜증스럽게 임은숙을 밀어낸 다음 휴지로 정소민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이하나는 방금 알게 된 사실에 너무 당황해서 정소민에게 사과하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박승현은 매체에 얼굴을 찍은 일이 없기로 유명한데 그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 " 이하나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 아버지와 협력한 적이 있어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어." 정소민이 조급하게 대답했다.
"확실히 그 사람이었어? " 이하나가 물었다.
사실 이하나는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백 퍼! 확실해!"
박승현과 키스하는 것이 대단한 명예일지라도 연애 경험이 없는 이하나가 이렇게 흥분할 줄은 정소민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하나는 가슴이 철렁하는 듯 했다. '난 이제 끝장이다.'
머리를 싸매고 있는 이하나를 보고 정소민은 친구의 손을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박승현과 잠자리를 가지길 바라던 수 많은 여자들이 있었지만 전부 내쳐졌어. 하나야, 네가 그 사람이랑 잘 가능성은 조금도 없어. 하지만 좋은 소식이라면 네가 그 남자랑 키스한 유일한 여자라는 거지."
이하나는 정소민의 손을 치우며 우울하게 말했다. "그런 일을 당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어."
"뭐가 됐든. 어쨌든 우리는 축하해야지. 내일은 쇼핑 하러 가자! 그 다음엔 하나 보고 저녁 사 달라고 하자!" 임은숙이 신나서 외쳤다.
이하나는 임은숙을 곁눈질한 다음 생각에 잠겨 뒷자리에 몸을 기댔다. 그녀는 친구들이 열광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친구들과 달리 이하나는 괴로운 마음이었다.
이하나과 박승현은 3년 전에 결혼했다. 결혼 절차는 박승현의 비서가 처리했다.
그들의 결혼이 확정되자 박승현은 조승민에게 이하나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최고로 주라고 했다.
지난 3년 동안 이하나는 남편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오늘 밤에야 남편의 얼굴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박승현은 대외 활동을 자제하며 어떠한 인터뷰도 수락하지 않았다. 언론은 인터넷에 그의 사진을 올릴 수도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언론이 박승현의 사진을 유출했다. 기자회견에서 여성 스타의 팔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뒷모습 뿐이었다. 이하나가 그의 뒷모습을 보고 어디서 본 것 같다고 느낄 만도 했다.
그리고 오늘 밤 이하나는 바에서 그에게 키스하고 말았다. 만약 박승현이 이혼 합의서에 서명을 했다면 지금은 이하나의 전 남편인 셈이었다.
한 시간 후 이하나는 집에 도착했다. 유감스럽게도 박승현은 아직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를 알게 된 이하나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이하나의 불안은 잠자리에 들 때까지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는 밤새 뒤척일 수 밖에 없었다.
다음 날 이하나는 정소민과 임은숙과 함께 신세대쇼핑센터에서 손잡고 다녔다. 한 숨도 못 잔 탓에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한명준과 손영훈은 쇼핑백을 들고 여자들을 졸졸 따라 다녔다. 몇 시간의 쇼핑 끝에 남자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한명준은 세 아가씨들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저기, 아가씨들. 너희가 이렇게 기운 넘치게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건 본 적이 없는데. 도대체 왜 쇼핑할 때 한시라도 앉아서 쉬지 않는 거야? "
"왜 쉬어? " 임은숙은 앞에 가게를 가리키며 말했다. "도착했어. 여기가 마지막이야."
한명준은 손을 모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감사합니다, 아가씨들!"
이하나, 임은숙 그리고 정소민은 모두 함께 가게로 걸어가며 서로 속삭였다. 이하나의 손에 든 핸드백을 보자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손님. 그 핸드백은 인기 많아요. 원하시면 가져 가세요. 그게 마지막이랍니다."
이하나는 가격표를 봤다. 핸드백의 값이 25,999,800원이었다. '이걸 사, 말아? ' 그녀가 고민했다.
"야 이하나, 너 부자잖아. 수십억 짜리 차를 몰면서 뭘 망설여? 이 핸드백은 겨우 이천 만원이 좀 넘을 뿐이야. 이 정도야 너한테 껌값이지. 망설여지면 내가 대신 결정해줄게. 사!" 한명준이 조언했다.
"내 차 아냐. 잠깐 빌린 거지." 이하나가 말했다.
사실 그 차는 남편의 것이었다. 이하나는 자랑할 것이 없었다.
그때 근처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이하나는 무슨 일인지 보려고 시선을 들었다. 갑자기 그녀의 눈이 커지더니 핸드백을 떨어뜨릴 뻔했다.
몇몇 사람들이 이하나와 그녀의 친구들이 있는 가게로 오고 있었다. 앞장 선 남자는 값비싼 짙은 색 양복을 입고 있었다. 그의 복장에 큰 키와 잘 빠진 몸매가 강조됐다. 그의 깊은 눈동자는 차분했지만 그 위엄 있는 분위기에 사람들이 물러서며 길을 터주었다.
'이 남자는... 오, 안돼! 내 남편이잖아! 근데 옆에 저 여자는 누구지? 흰 피부에 완벽한 몸매. 너무 예쁘다.' 이하나가 속으로 감탄했다.
박승현이 애인을 두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공개적으로 쇼핑을 다닐 일은 더더욱 없었다. '대단한 사랑이라고 과시라도 하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