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이번에 들고 온 서류는 또 뭐죠?" 현이재는 나를 비웃듯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조롱은 이미 익숙한 일이었다.
"또 돈 때문인가요? 당신에게 돈 말고는 중요한 게 없잖아." 현이재는 내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 말했지만, 사실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 내가 이 서류를 들고 온 진짜 이유를.
나는 계약서가 돈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 병을 치료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현이재는 진한봄을 품에 안고 나를 내려다보았다. "진한봄 씨에게 사과하면 서류에 사인해 줄게요. 어때?"
그가 나에게 진한봄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나를 무릎 꿇리려는 의도였다. 그는 과거의 사건을 이용해 나를 벌하려 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참을 수 없는 굴욕감에 몸이 떨렸다.
"정말 내가 진한봄 씨를 밀쳤다고 생각해요?" 나는 현이재에게 물었다. 내 목소리는 떨렸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아. 사과해." 현이재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눈빛은 나를 꿰뚫어 보는 듯 차가웠다.
"지금 당장 사과해." 그는 명령하듯이 말했다.
나는 현이재가 진한봄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나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잔인함은 나를 질식시켰다.
나는 고등학생 시절 현이재를 떠올렸다. 그는 불량배들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었다. 그는 내 앞에 서서 나를 감쌌다. 그의 등은 단단하고 넓었다.
그때 현이재는 나에게 말했다. "내가 옆에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 그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나는 현이재의 얼굴을 보았다. 과거의 다정했던 현이재와 지금의 차가운 현이재가 겹쳐 보였다. 내 마음은 갈기갈기 찢기는 듯했다.
나는 쓰디쓴 침묵을 삼키며 진한봄에게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진한봄은 비웃듯이 말했다. "그게 사과예요? 진심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데." 그녀는 콧방귀를 뀌었다.
"어떻게 해야 진심이라고 생각할 건데요?"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내 목소리에는 비아냥거리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현이재는 진한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는 진한봄에게 물 한 잔을 건넸다. 그리고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어떻게 해야 진심으로 반성하는지 보여줄까?"
진한봄은 시원하게 물을 마셨다. 그리고는 남은 물을 내 얼굴에 뿌렸다.
차가운 물이 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온몸에 한기가 느껴졌다.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내 얼굴은 물에 젖었지만, 진한봄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녀는 오히려 나보다 더 추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