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서화의 말에 화가 난 건지 아니면 놀란 건지 진소희는 한참이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화가 더 막말을 하려 할 때, 송도현이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들더니 다음 순간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송도현은 "어디 맛 좀 봐"라며 정말 부드럽게 그녀를 괴롭혔다. 서화가 울면서 잘못했다고 애원하고 나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피곤에 지친 서화는 침대에 쓰러지자마자 잠이 들었다. 잠결에 옆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느낀 것 같았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땐 이미 다음 날이었다.
새것과 낡은 것이 섞인 침대에 누워 멍하니 몇 분을 보낸 그녀가 커튼이 굳게 닫힌 창문을 쳐다봤다. 지금이 해가 중천인지 아니면 저녁이 다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휴대폰을 찾은 그녀가 어젯밤의 격렬한 여운이 아직도 몸에 남아 있는 것을 느꼈다. 휴대폰을 켜자마자 진소희가 올린 스토리를 발견했다.
사진 속에는 한 남자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뒷모습이 찍혀 있었다. 송도현을 아는 사람이라면 한눈에 그가 송도현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쾅!"
지난달에 새로 산 휴대폰을 무자비하게 벽에 내던졌다. 휴대폰의 품질이 꽤 괜찮은지 아무 손상도 입지 않았다.
"망할 여우년, 개자식!"
서화는 욕설을 퍼부으며 이를 갈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불을 걷고 일어나자마자 온몸이 쑤시고 아픈 것을 느꼈다. 이 모든 것이 그 개자식 때문인데, 정작 그놈은 멀쩡한 정신으로 그의 애인을 위해 요리를 해주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열불이 났다.
진소희가 올린 스토리는 그녀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이 분명했다.
그때, 문밖에서 아주 절제된 노크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모님, 일어나셨습니까? 선생님께서 사모님을 위해 해장국을 끓여놓으라고 하셨습니다."
서화는 속에서 천불이 났다. 송도현이 자신은 애인을 만나러 가놓고 가식적으로 아줌마에게 해장국을 끓여주라고 시켰다는 생각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몇 번이고 억눌렀다.
"됐어, 안 마셔."
하지만 아줌마는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모님, 선생님께서 사모님을 위해 약도 준비해 주셨습니다. 먼저 나오셔서 드시는 게 어때요?"
서화는 방문을 열고 아줌마에게 의아한 듯 물었다. "무슨 약?"
"피임약입니다."
세 글자는 서화의 타오르는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더 참으면 예의가 아니지!
결혼 후 3년 동안, 두 사람이 잠자리를 안 한 것도 아니었고, 할 때마다 서화는 알아서 피임약을 챙겨 먹었다. 그녀도 당장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가 원치 않는 것과 송도현이 직접 약을 사서 먹이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안 먹어! 그 개자식한테 전해. 임신하면 낳을 거라고! 열 명이고 여덟 명이고 낳아서 아주 질려 죽게 만들 거라고!"
말을 마친 서화는 문을 쾅 닫았다!
아줌마가 떠나자마자 그녀는 방 안을 발칵 뒤집어 약을 찾기 시작했다. 몸은 내 것이고, 약을 안 먹어서 그 개자식과 기싸움을 할 필요는 없었다.
다시 부드러운 침대에 누워 몇 번이고 뒤척이다 잠이 들기 전까지 송도현을 욕했다. 이번에 그가 갑자기 부대에서 돌아온 것이 그 소꿉친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불이 나게 급하게 돌아올 수 있을까?
서화의 추측은 맞았다. 송도현이 이번에 돌아온 것은 진소희 때문이었다. 부대에서 나오자마자 서화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서화가 최근에 어린 연예인 하나를 스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먼저 술집으로 가서 서화를 잡아다 혼내준 다음 진소희에게 간 것이었다.
지금 서화가 이불 속에서 송도현을 욕하고 있을 때, 송도현은 진소희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빈혈이 조금 있지만 다른 곳은 모두 괜찮습니다. 이쪽은 남편분이시죠?"
의사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진소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히려 송도현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선생님, 혹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피해야 할 음식이라던가..."
그는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다. 진소희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함이었다.
"게와 같이 찬 음식은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음식은 먹고 싶은 대로 먹어도 됩니다. 지금 입덧을 하고 있으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면 먹는 것이 좋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산부인과에서 나와 차에 탄 송도현은 백미러를 통해 진소희를 쳐다봤다. 진소희는 조심스럽게 배를 어루만졌고, 얼굴에는 처음 엄마가 되는 행복감이 가득했다. 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소희야."
"도현 오빠, 아기 심장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진소희가 반짝이는 눈으로 송도현을 쳐다보자 송도현은 차마 다음 말을 할 수 없었다.
"소희야, 아이 지우자."
"싫어!" 진소희는 딱 잘라 거절하며 금세 눈물 가득한 눈으로 애원했다. "도현 오빠, 낳고 싶어요. 제발요, 도와주세요. 포기하라고 하지 마세요, 네? 낳고 싶어요. 저 혼자서라도 키울 수 있어요..
." "낳고 싶다고? 내 허락은 받고 하는 소리니?"
서화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오자 진소희와 송도현은 모퉁이에 서 있는 서화를 발견했다. 서화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팔짱을 끼고 구경꾼처럼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방금 내뱉은 말은 명백히 태도가 강경한 주권 선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