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2

심우아 POV:

박용락의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당신은 나중에.' 나는 피식 웃었다. 쓴웃음이었다. 그들은 나를 버리고 떠났다. 배 속의 아이와 함께, 나는 이 지옥 같은 사고 현장에 홀로 남겨졌다. 내 존재는 그들에게 이미 지워진 지 오래였다.

"용락 씨, 희하야! 내가... 내가 임신했어요!"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소리쳤다. 목소리는 갈라져 나왔고, 숨은 턱까지 차올랐다. 배 속의 아기는 이미 경고음을 보내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내가 이 아이를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박용락과 희하는 이미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들은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듣고도 외면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의 뒷모습은 점점 작아졌고, 나는 그저 그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7년 동안 바친 사랑과 헌신은, 마치 모래성처럼 한순간에 허물어졌다. 그들이 내게 남긴 것은 오직 차가운 배신감뿐이었다.

"용락 씨, 기억나요?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이 그랬잖아요. 나처럼 순수하고 따뜻한 여자는 처음 봤다고. 희하도 저처럼 순하고 착한 아이가 될 거라고." 나는 억지로 기억을 더듬었다. 7년 전, 희하의 모친이 희하를 버리고 떠난 후, 절망에 빠져 있던 박용락과 희하를 내가 보듬어 주었다. 희하가 열병을 앓을 때, 나는 밤새 간호하며 그의 곁을 지켰다. 박용락은 그때마다 내 손을 잡고 고마워하며 말했다. "우아 씨, 당신은 하늘이 내게 보내준 선물 같아요. 희하에게도 당신 같은 엄마가 필요해요." 그때의 박용락은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일까.

"지금 당신이 버리고 가는 건, 나 혼자가 아니에요. 당신의 또 다른 아이도 함께 버리고 가는 거예요!" 나는 다시 한번 소리쳤다. 내 목소리는 울부짖음으로 변해 있었다. 배 속의 아기는 이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통증은 더욱 격렬해졌고, 나는 의식을 잃을 것 같았다.

박용락은 멈칫했다. 그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냉정했지만,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심우아 씨, 또 무슨 거짓말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임신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제발 이 상황에서 정신 차려요!" 그의 목소리에는 불신과 짜증이 섞여 있었다. 그는 내가 절박한 상황에서 그를 붙잡으려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나는 그의 눈빛을 보며 절망했다. 그는 나를 전혀 믿지 않았다. 내가 바친 7년의 세월은,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는 맹효빈에게로 다시 몸을 돌렸다. "효빈 씨가 더 위험해요. 당신은 다친 곳이 없잖아요." 그의 말은 비수처럼 내 심장을 꿰뚫었다. 다친 곳이 없다니? 나는 지금 피를 흘리고 있었다. 배 속의 아이는 이미 위기에 처해 있었다.

나는 마지막 발악을 하는 심정으로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이미 거리가 너무 멀었다. 나는 힘없이 손을 뻗었다. "용락 씨... 제발... 내 말 좀 들어봐요... 우리 아기... 우리 아기가..."

그때, 희하가 나타났다. 그는 맹효빈의 손을 잡고 박용락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아빠! 저 이모 거짓말하는 거예요! 저 이모는 맨날 아빠한테 거짓말만 해요! 제가 들었어요, 저 이모가 아빠 돈 보고 접근했다고!" 희하의 말은 나를 다시 한번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그 아이는 내가 7년 동안 자신에게 쏟았던 사랑을, 이런 식으로 짓밟았다.

맹효빈은 희미하게 눈을 뜨고 희하에게 속삭였다. "희하... 착한 우리 아들... 엄마는 괜찮아. 아빠랑 얼른 가자..." 그녀의 연기는 완벽했다. 그녀는 마치 희하를 위하는 척했지만, 그 모든 것은 박용락의 마음을 흔들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다. 박용락은 맹효빈의 말에 더욱 흔들리는 듯했다.

"심우아 씨, 그만해요. 제발, 더 이상 추해지지 마요." 박용락은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그리고는 맹효빈을 안아 들고 다시 한번 돌아서서 걸어갔다. 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절규했다. 내 목소리는 이미 바닥에 처박혀 들리지도 않았다.

주변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차들이 연달아 폭발했고, 연기와 먼지가 시야를 가렸다. 나는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었다. 내 손에 쥐여 있던 작은 유리 조각은 이미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것은 내가 희하를 보호하기 위해 잡았던 것이었다. 이제 그 유리 조각조차도 나를 놓아주고 싶어 하지 않는 듯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박용락도, 희하도, 그리고 내 배 속의 아기도. 나는 이 모든 것을 지킬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버려진 채,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죽어가야 하는 운명이었다. 내가 그들에게 바친 모든 것은, 결국 나를 파멸로 이끌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모든 것이, 나를 처절하게 배신했다.

회차 3

심우아 POV:

내가 그들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박용락의 사랑은 늘 맹효빈의 그림자 속에 있었다는 것을. 희하의 순수한 애정은, 돈과 물질적인 유혹 앞에서 너무나도 쉽게 변질될 수 있었다는 것을. 나는 지난 7년 동안, 그저 그들의 필요에 의해 존재했던 대체품에 불과했다. 이 모든 비극의 씨앗은, 우리가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뿌려져 있었다.

나는 박용락의 대학 후배였다. 그를 처음 본 순간, 나는 한눈에 반했다. 그는 언제나 냉철하고 이성적이었지만,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외로워 보였다. 나는 그 외로움에 이끌렸고, 그에게 다가가려 애썼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늘 맹효빈, 그의 첫사랑이자 당시 아내였던 여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맹효빈을 향한 지독한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 방황했다. 맹효빈은 촉망받는 디자이너였던 나조차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

맹효빈이 돌연 희하를 버리고 떠났을 때, 박용락은 폐인처럼 변해버렸다. 그는 술에 절어 살았고, 희하는 엄마를 잃은 슬픔에 매일 밤 울었다. 나는 그런 그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나는 박용락의 옆에서 그를 위로했고, 희하에게는 따뜻한 엄마의 손길이 되어주었다.

어느 날 밤, 박용락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나를 찾아왔다. "우아... 효빈아... 가지 마..." 그의 입에서는 내 이름 대신 맹효빈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나는 그의 눈빛 속에서 맹효빈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을 보았다. 그는 나를 맹효빈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품에 안겨 격렬하게 키스했다. 그 순간, 나는 이성적인 모든 것을 잃었다. 나는 그가 나를 원한다고 착각했고, 그의 품에서 맹효빈의 그림자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 하룻밤의 실수는,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다음 날 아침, 박용락은 냉정하게 나를 밀어냈다. "심우아 씨, 어젯밤 일은 없던 일로 하죠. 당신도 원하는 바가 있었을 텐데, 서로 실수한 겁니다." 그의 차가운 말은 내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 나는 그저 하룻밤의 유희에 불과했다. 맹효빈의 대체품으로 이용당한 것이다.

하지만 한 달 후, 나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박용락의 아이였다. 나는 박용락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그는 충격을 받았다. 그는 책임감을 느꼈는지, 나에게 결혼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사랑 대신 죄책감만이 가득했다. 우리는 그렇게 형식적인 결혼을 했다. 박용락은 희하에게 내가 새엄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희하는 처음에는 나를 거부했지만, 나의 끊임없는 노력과 사랑에 점차 마음을 열었다.

희하가 태어났을 때, 박용락은 그 아이에게 '박희하'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기쁨을 희(喜), 여름 하(夏)'. 여름처럼 밝고 기쁨이 가득한 아이가 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박용락이 희하를 보며 맹효빈을 그리워한다는 것을. 희하는 맹효빈과 박용락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으니까. 나는 늘 그들의 그림자 속에 갇혀 살았다. 박용락은 나를 아내로 여긴 적이 없었다. 그는 나를 그저 희하의 양육자이자, 맹효빈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도구로만 생각했다.

"왜요? 제가 그렇게도 싫었나요? 저를 그렇게도 혐오했나요?" 비참한 질문이 맴돌았다. 나는 그에게 진정한 아내이자 어머니가 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그의 삶에 끼어든 불청객일 뿐이었다.

그리고 7년 후, 맹효빈이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희하를 버리고 떠났던 과거는 잊은 채, 희하에게 접근하며 달콤한 말을 속삭였다. 박용락은 맹효빈이 돌아오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맹효빈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했고, 희하는 맹효빈을 '엄마'라고 부르며 따랐다.

나는 그들을 막아보려 애썼다. "용락 씨, 당신은 희하의 아빠예요! 맹효빈 씨는 희하를 버리고 떠났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나는 박용락에게 따져 물었다. 하지만 박용락은 차갑게 말했다. "심우아, 당신은 희하의 엄마가 아니야. 희하에게는 친엄마가 필요해. 당신은 거기까지야."

희하도 나를 외면했다. "이모는 엄마가 아니잖아요! 왜 자꾸 엄마인 척해요? 엄마가 돌아왔는데, 이모는 이제 필요 없어요!" 희하의 말은 나를 철저하게 짓밟았다. 나는 그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는데, 그 아이는 나를 이렇게 쉽게 버렸다.

나는 그들에게 애원했다. "희하야, 용락 씨. 제발... 나에게서 희하를 뺏어가지 마세요... 희하는 내 아들이에요..." 나는 울부짖으며 그들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마치 벌레 보듯 했다. 희하는 박용락의 품에 안겨 나를 노려봤다. "이모, 제발 좀 꺼져요! 아빠랑 엄마가 다시 결혼해야 한다고요! 왜 맨날 우리 행복을 방해해요?" 그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비수처럼 내 심장을 꿰뚫었다. 나는 그들의 눈빛 속에서 내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나의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박용락의 사랑을 갈구했고, 희하에게서 엄마로서의 인정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에게 진짜 가족이 되어주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들의 편리한 도구였을 뿐이다. 그 순간, 나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내가 7년 동안 쌓아 올린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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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헌신, 당신은 나중에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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