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유재석이 김예슬을 다정하게 품에 안고 위로하는 모습을 지켜본 김소은은 차갑게 실소를 터뜨렸다. "너도 네가 얼마나 뻔뻔한 사람인지 알고 있는 거야?"

그 말을 들은 유재석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노려봤다.

"김소은, 말이 심하잖아. 예슬이 그래도 네 언니야. 방금 죽을 고비를 넘기고 온 사람을 꼭 상처 줘야겠어?"

"언니?" 작게 소리 내어 웃던 김소은의 얼굴이 차갑게 식어 내렸다. "동생 약혼자를 유혹한 사람이 정말 내 언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너!" 김예슬을 부축하고 저택 안으로 향하던 유재석이 김소은의 곁을 지나갈 때 낮게 깔린 목소리로 경고했다. "문 앞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명령 어투가 습관이 되듯, 그는 그녀가 반드시 자신의 말에 복종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자 김소은은 경멸 어린 눈빛으로 유재석과 김예슬을 노려보더니 미련 없이 뒤돌아 섰다.

아찔한 하이힐에 몸에 꼭 맞는 빨간 미니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마치 구미호가 환생한 듯 매혹적인 자태로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여기 내 집이라는 거 잊지 않았죠?" 그리고 혐오에 가까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흘겨봤다. "감히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은 없어요!"

예상치 못한 그녀의 반응에 적지 않게 놀란 듯, 유재석은 빠르게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봤다.

하룻밤 사이, 김소은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재석 오빠." 김예슬의 나긋한 목소리에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유재석은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로 위로했다.

"소은이 어렸을 때부터 막무가내였잖아. 괜찮아,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다시는 너한테 버릇없게 굴지 않게 내가 으름장을 놓을게. 우선 방에 올라가 조금이라도 쉬는 게 좋겠어."

그러나 김예슬은 그의 팔을 놓아주지 않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재석 오빠, 계속 내 곁에 남아줄 거죠?"

그녀의 잔뜩 겁에 질린 눈빛과 목소리에 유재석은 또다시 마음이 녹아내렸다.

"그래, 내가 계속 옆에 있어 줄게. 날 너무 사랑해서 벌어진 일이니까 네가 나을 때까지 내가 지켜줄게."

그 시각, 방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옷까지 갈아입은 김소은은 창가에 서서 유재석과 김예슬이 서로의 품에 기대며 함께 저택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지켜봤다.

가문 어르신들도 있는 저택에서 서로의 몸을 끌어안고 만져대는 모습에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물고 빨고 다 했나 봐?" 가죽 소파에 기대앉아 잔뜩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물은 김소은은 마치 길들이지 않은 고양이처럼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때, 2층에서 호통에 가까운 소리가 들려왔다.

"김소은, 또 뭐가 문제야. 왜 날이 갈수록 버릇없게 구는 거야!"

김소은의 아버지 김철민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임정화의 부축을 받으며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임정화는 김씨 저택에 지내면서 명실상부 김씨 사모님이 되었다.

온갖 명품과 보석들로 치장한 차림새에도 각박스러운 분위기는 숨기지 못했다. 김예슬의 생모인 그녀는 단 한 번도 김소은을 따뜻하게 맞이해준 적 없었다.

김소은은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폰을 가볍게 터치하더니 TV 화면에 방금 전 현관문 CCTV에 찍힌 영상을 재생했다.

화면에는 유재석과 김예슬이 현관문 앞에서 뜨겁게 입을 맞추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소은아, 대체 이게 무슨 짓이야?" 김예슬은 마치 큰 굴욕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흐느끼며 방으로 달려갔다.

만약 아무 사정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김소은이 김예슬을 괴롭히기 위해 일부러 이런 짓을 벌였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예슬아, 바보 같은 짓은 안 돼!" 걱정 어린 얼굴로 서둘러 뒤따라가는 임정화가 김예슬이 환자라는 점을 일부러 크게 강조했다.

예상대로 김철민이 대노하며 벽에 꽂힌 TV 플래그를 뽑아버리는 것이다.

"김소은, 어떻게 된 게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어!" 김철민은 당장이라도 손찌검할 기세로 호통쳤다.

"그 질문은 제가 아니라 김예슬에게 해야 할 것 같네요." 김소은은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태연하게 반박했다. 아버지를 바라보는 그녀의 두 눈에는 아무 감정도 보아낼 수 없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화목했던 가정이 깨지기 얼마나 쉬운지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꼈다.

그녀의 어머니가 16년 동안 김철민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지만, 김철민은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임정화와 김예슬을 집에 데려왔다.

어쩜 사람이 이토록 잔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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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신부,거물이 총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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