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원명당은 얼굴을 손바닥에 묻은 채 밤새 부회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그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새벽 3시, 그녀는 당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발견했다.
부드럽게 끓인 죽 한 그릇과 결혼반지를 낀 남자의 손.
원명당은 그 손이 부회의 손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렸다. 결혼반지가 그녀가 직접 디자인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당리가 올린 글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내 전화 한 통이면,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달려올 줄 알았어.]
부회가 그녀의 전화를 받자마자 달려간 이유가 당리를 돌보기 위해서였구나.
자조적인 생각이 스쳤다.
사진 한 장만으로도 가슴이 콱 막혔지만, 그녀는 참지 못하고 당리의 인스타그램을 더 둘러보다가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무너진 건물에 갇혔던 바로 그날, 부회는 당리가 먼 길을 오가며 고생하는 것이 안쓰러워 개인 비행기를 선물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남은 의심마저 사라진 지금, 그녀는 속으로 되뇌었다. ‘그동안 부회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는데, 정말로 얻은 건 무엇일까?'
결혼기념일에도 부회는 그녀에게 아무런 선물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리가 돌아오자마자, 그녀에게는 값비싼 선물이 쏟아졌다.
원명당은 고통에 휩싸였다.
산산조각 난 가슴속이 쓰라림으로 가득 찼다.
어깨의 상처는 이 결혼이 그녀를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었는지를 끊임없이 일깨워 주었다.
부회는 다음 날 점심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들어서자 집안은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텅 빈 집안에는 원명당이 그를 위해 준비해 두던 음식은커녕, 따뜻한 물 한 잔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서류 뭉치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부회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외투를 소파에 던지고는 테이블로 다가가 서류를 집어 들었다.
첫 페이지에 적힌 글자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혼 합의서'.
그는 잠시 멍하니 서류를 내려다보더니, 눈빛이 어둑하게 가라앉았다.
‘원명당, 이번엔 또 무슨 꿍꿍이냐?'
인내심 있게 넘겨볼 생각도 없이 그는 서류를 내려놓았다.
어차피 원명당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이유로 투정을 부렸고, 신경 쓰지 않아도 이틀이 지나면 스스로 돌아오곤 했으니까.
배가 고팠던 그는 거실을 지나 부엌으로 향했다. 가정부가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보자 그는 다시 거실로 돌아와 기다렸다.
30분 후, 해산물 죽을 한 입 먹은 부회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맛이 왜 이래?"
가정부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부 대표님, 대표님께서 드시는 음식은 사모님께서 직접 준비하셨습니다. 사모님께서 떠나신 지금, 저는 그 맛을 낼 수가 없습니다…"
부회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배는 고팠지만, 테이블 위에 놓인 푸짐한 음식들을 먹을 마음이 더 이상 들지 않았다.
그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됐어. 더는 먹지 않겠어. 검은색 정장과 줄무늬 넥타이를 찾아줘.오후에 입어야 하니까."가정부의 얼굴이 더욱 굳었다."
죄송합니다, 부 대표님. 사모님께서 계실 때 이런 일들은 모두 사모님께서 직접 챙기셨습니다. 저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대표님께서 사모님께 직접 연락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부회는 이를 악물었다. ‘이게 바로 원명당의 술수인 건가? 그녀가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확신하는 거야?'
어이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집어 들고는 문을 쾅 닫으며 집을 나섰다.
가정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부회가 왜 갑자기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주인집의 일은 그녀가 감히 캐물을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가정부는 고개를 숙이고 손도 대지 않은 음식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부회가 회사에 도착하자, 원명당이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원명당이 대체 무슨 심술을 부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서류를 넘겨볼 기분조차 들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이혼 합의서를 꺼내 불쾌한 표정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혼 합의서는 간단했다. 원명당은 8천만 원 외에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마치 순간적인 충동으로 작성된 것처럼 보였다.
부회의 미간이 살짝 풀리는 듯했지만, 이혼 사유를 확인한 순간 그는 기가 막혀 소리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혼 사유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남편이 부부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결혼 3년 동안 부부 생활을 하지 못했으니 이혼해야 한다."
그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즉시 원명당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잠긴 목소리가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 "무슨 일이야?"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게 가라앉아 있었고, 방금 잠에서 깬 것 같았다.
부회는 차갑게 비웃으며 무례하게 물었다. "원명당, 이게 대체 무슨 뜻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