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김지아는 영문도 모른 채 차에 태워졌다. 그녀는 도무지 무슨 상황인지 몰랐다.

곁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지아 씨?"

김지아의 몸이 흠칫 떨렸다.

낯익은 목소리였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눈앞의 남자가 보였다. 그는 이목구비가 뚜렷했고, 짙은 눈썹 아래 매처럼 날카로운 눈동자는 감히 마주 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신이 내린 듯한 조각 같은 외모에 기품마저 출중했다.

이런 사람은 한 번 보면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김지아는 그를 본 적이 없다고 확신했다. 방금 느꼈던 익숙함은 아무래도 착각인 것 같았다.

그녀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시선을 내리깔며 대답했다. "네, 근데 누구시죠?"

남자는 탐색하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 "제 이름은 전지훈입니다. 과거 우리 집안은 당신의 아버지와 혼약을 약속한 적 있죠. 이제 제가 그 약속을 이행하려고요."

'뭐라고?'

김지아는 말을 더듬었다. "지, 지금 그 말씀은… 저를… 아내로 맞이하시겠다는…?"

"그렇게 이해해도 좋습니다."

김지아는 그대로 멍해졌다. '세상에, 지금 농담하는 건가?'

전지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뜯어 보았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고 마치 심문하는 것 같았다. 그의 앞에서는 어떤 생각도 숨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이 남자! 위험 해.' 김지아는 본능 적으로 느꼈다.

그녀는 안절부절못하며 입을 열었다. "저기…"

"안 씻은 지 얼마나 됐죠?"

남자의 갑작스러운 말에 김지아는 하려던 말을 전부 목구멍으로 삼켰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살짝 커졌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네?"

"몸에서 냄새가 나는군요."

전지훈은 그 말이 여자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김지아의 얼굴이 눈에 띄게 붉어졌다.

수치심과 창피함 등 온갖 감정이 속에서 휘몰아쳤다.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비에 젖은데다 병원 벽의 먼지까지 가득 묻은 상태였고 볼품 없이 구겨진 옷은 누가 봐도 지저분해 보였다.

홍조는 목까지 번졌다. 그녀는 민망함에 신발 끝만 바라보았고 몸이 뻣뻣하게 굳은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전지훈은 시선을 거두고 기사에게 차갑게 명령했다. "여수 정원으로 가."

김지아가 거절할 틈도 없이 차는 빠르게 달렸다.

여수 정원은 별장 구역에 위치해 있었고, 2층짜리 저택이 햇살 아래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 전지훈은 가정부에게 김지아를 씻기라고 지시했다.

방금 전 그에게서 핀잔을 들은 탓일까. 김지아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가정부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멋쩍게 입을 열었다. "저 혼자 씻을게요."

가정부는 손에 들고 있던 깨끗한 옷을 그녀에게 건네주고는 몇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2층 모든 방에 욕실이 딸려 있습니다. 동쪽에서 세 번째 방을 제외하고는 아무 방이나 편하게 쓰시면 됩니다."

김지아는 무시당하는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알겠다고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옷을 품에 안고 서둘러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방이 많았다. 그녀는 계단에서 가장 가까운 방의 문을 무심코 열고는 그대로 욕실로 향했다.

옷을 벗자 온몸을 뒤덮은 붉은 자국들이 드러났다. 새하얀 피부 위에 어지럽게 널린 키스 마크와 잇자국이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

김지아는 몸에 흔적이 남았을 거라 짐작은 했지만, 이토록 심할 줄은 몰랐다…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다. 그녀는 차마 거울 속 자신을 더는 보지 못하고 샤워기를 틀었다. 뜨거운 물줄기가 눈물과 함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소중한 첫 경험, 그녀는 가장 사랑하는 남자에게 주고 싶었다. 그토록 고대하던 첫경험을 이렇게 허무하게 잃어버리고 말다니...

심지어 상대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김지아는 미친 듯이 몸을 문질렀다. 걷잡을 수 없는 슬픔에 빠져 있던 그녀는 쏴아아 쏟아지는 물소리 속에서 희미한 문소리가 들려 왔으나 그녀는 듣지 못했다.

그때, 남자의 가벼운 코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김 아가씨, 전씨 가문의 안주인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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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약 결혼의 유효기간은 평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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