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결연한 얼굴로 아래로 고개를 푹 떨구고 구두 끝만 멍하니 바라본 강나연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집무 책상 너머 원숙자의 날카로운 눈빛이 강나연에게 고정되었다.
강나연의 청초하면서도 매혹적인 자태는 같은 여자가 봐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원숙자는 강나연이 자신만의 매력으로 모든 남자를 유혹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강나연 씨." 원숙자의 쌀쌀맞은 목소리가 서재에 조용하게 울려 퍼졌다.
진치운이 살아 있을 때, 원숙자는 내키지 않았지만 그녀를 '새아가'라고 친숙하고 부르곤 했었다.
이제 노부인은 형식적인 태도조차 갖추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강나연이 진씨 가문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소문은 제성에 파다하게 퍼졌다. 이유는 그녀가 진치운의 아이를 낳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숙자는 강나연같이 몸으로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를 지독하게 경멸했다.
자신을 부르는 원숙자의 싸늘한 목소리에 강나연은 손수건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그녀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천천히 들어 원숙자의 엄숙한 표정을 겨우 쳐다봤다.
원숙자의 옆에 검은색 정장을 입은 진시건의 태연한 모습에서 그의 무관심한 태도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의 무감한 눈빛이 강나연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우리 치운이 장례도 이제 끝났는데, 앞으로 너의 계획은 무엇이니? 젊은 나이에 과부로 지낼 수는 없잖아?" 원숙자는 명령에 가까운 목소리로 물었다.
강나연이 자기 발로 진씨 가문을 떠나기를 바란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입술을 꼭 깨물고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강나연의 얼굴에 묻은 슬픔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어머님, 전 치운 씨를 진심으로 사랑해요. 아직도 그이가 떠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요. 저 이대로 떠날 수 없어요..."
흐느끼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진심이 가득 묻어났다.
바로 그녀의 곁에 선 진우철의 입술을 비집고 차가운 실소가 공기를 매섭게 가르고 들려왔다.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크게 흐느끼는 강나연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안색이 험악하게 굳은 원숙자의 두 눈이 경멸에 반짝였다. "강나연 씨, 우리 진씨 가문이 그동안 너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해서 네가 우리 진씨 가문에 빌붙어 살 수 있는 이유는 되지 않아!"
충격에 눈을 크게 뜬 강나연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머님, 저는 치운 씨를 진심으로 사랑해요. 저는 절대..." 울음 섞인 그녀의 목소리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렸다.
"됐어!" 원숙자는 그런 강나연의 흐느낌을 매몰차게 가로챘다.
집무 책상을 세게 내리치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원숙자가 강나연을 날카롭게 노려봤다.
"네가 무슨 의도로 우리 치운이에게 접근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 원숙자는 체면도 버리고 쌀쌀맞게 말을 이어 했다. "오늘 반드시 우리 집에서 나가야 할 거다. 네가 우리 진씨 가문의 재산 일 푼이라도 가져가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다!"
강나연의 창백한 얼굴 위로 뜨거운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손수건을 움켜쥔 그녀는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그런 그녀를 빤히 쳐다본 원숙자가 차갑게 콧방귀까지 뀌고 물었다.
그때, 곁에 선 진시건이 먼저 이상한 낌새를 차리고 빠르게 강나연을 향해 다가갔다.
숨을 가쁘게 몰아 쉬는 강나연의 얼굴에는 이미 눈물과 땀이 뒤섞여 있었다.
진시건의 얼굴에 처음으로 걱정 가득한 기색이 피어 올랐다. 더 빠르게 걸음을 옮긴 그가 그녀의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자리에서 몸을 휘청거린 강나연이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강나연은 의식을 잃기 전에 누군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는 것을 느꼈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이 든든한 가슴에 기댄 순간, 그녀는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강나연이 정신을 차렸을 때, 익숙한 천장과 샹들리에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가녀린 팔을 들어 이마에 손을 얹은 그녀가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
"새아가, 드디어 깨어났구나." 원숙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강나연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방안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가정의와 하인 몇 명, 그리고 원숙자, 진시건, 진우철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진시건과 진우철은 복잡미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가만히 지켜봤다. 강나연이 혼란스러운 얼굴로 눈을 깜박이는 동안, 원숙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따뜻한 얼굴로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새아가, 몸은 좀 어때? 불편하지 않고?" 원숙자는 그녀의 손등을 부드럽게 쓸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머님, 무슨 일이에요?" 원숙자의 돌변한 태도가 익숙하지 않은 강나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 강나연을 자애로운 눈빛으로 가만히 내려다본 원숙자는 부드럽게 머리를 쓸어 넘겨주며 다정하게 물었다. "왜 임신했다는 소식을 나한테 말하지 않았니?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강나연의 두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떠졌다. "어머님,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게 분명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나연아, 너 임신했어." 원숙자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가 우리 치운이의 아이를 임신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