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강나연이 진우철을 처음 만난 것은 남편의 장례식장에서였다. 그날은 폭설로 도시 전체가 눈에 덮였다.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흰색 손수건을 움켜쥐고 있는 강나연에게 하인이 검은색 우산을 씌워주고 있었다. 빨개진 눈시울과 창백한 얼굴에 남아 있는 눈물 자국은 폭설에 갇힌 연꽃처럼 청초하면서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진씨 가문은 제성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펼치는 가문이었기에 업계 유명 인사들도 모두 장례식에 참석했다.
"사모님,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그때, 검은색 정장을 입은 젊은 남자가 강나연의 앞으로 다가와 정중하게 조의를 표했다.
말을 마친 남자는 그녀의 손을 살며시 들어 올리더니 손등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강나연은 부드러운 레이스 장갑으로 손을 감쌌지만, 길고 가녀린 손을 완전히 감출 수 없었다. 월장도화에 압도적인 미모를 타고 난 그녀의 외모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감탄밖에 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눈물에 젖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모습은 호수에 반사된 물빛 같았고, 빨갛게 익은 입술은 유난히 매혹적이었다. 슬픔을 이기지 못해 코끝이 빨갛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섬세하게 아름다운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강나연의 고인이 된 남편이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재산을 쏟아 부었는지,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세간에 알리기 싫어 어찌나 꽁꽁 숨겼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꽃과 매서운 칼 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서 있는 강나연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연약해 보였다.
방금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춘 젊은 남자도 그녀의 매력에 완전히 빠진 사람 중 한 명이다.
강나연은 아름답다는 단어 하나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젊은 남자는 조의를 표한다는 마음을 앞세워 충동을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강나연의 손을 잡은 남자는 힘을 풀지 않았을 뿐더러, 욕망을 분출하려는 듯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강나연이 잡힌 손을 빼내려 할수록 남자는 더욱 집요했다.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남자가 상체를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사모님, 혹 밤에 외롭거나 기분이 쓸쓸하면 언제든지 저를 찾아오세요. 저는 사모님의 외로움을 달래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강나연의 빨갛게 달아오른 두 눈에 차오른 눈물이 주르륵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조문객에게 괴로운 마음을 들킬까 두려웠던 그녀는 서둘러 고개를 아래로 떨궜다. 살짝 깨문 입술에 억지로 참아낸 눈물은 조문객의 동정심을 자극했다.
진치운이 죽었으니 그의 동생 진시건이 진씨 가문의 재산을 상속받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난 데다 두 사람 사이에 아이도 없으니 강나연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씨 가문에서 쫓겨날 것이다.
강나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본 젊은 남자는 더욱 대담하게 손을 더듬었다.
"싫어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마침내 입을 연 강나연이 거절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입술을 비집고 들려오는 매혹적인 목소리는 거절이 아니라 남자의 욕망을 더욱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결국 욕망을 억누르지 못한 남자는 우산으로 상체를 가린 뒤 커다란 손을 천천히 움직여 강나연의 가녀린 팔을 쓸어 내렸다.
"그만하세요..." 강나연이 조금 전보다 더 날카로운 목소리로 거절하려 할 때,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그림자가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한 강나연이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살짝 들어 올리자 차갑고 오만한 눈빛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얼굴 가득 놀란 기색이 역력한 강나연은 영혼까지 꿰뚫어 볼 것 같은 남자의 시선에 흠칫 몸을 떨었다.
젊은 남자는 방해 받았다는 듯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채 눈살을 찌푸렸다. "너..." 하지만 남자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어머니." 강나연을 똑바로 마주 보고 선 커다란 그림자가 젊은 남자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조의를 표합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젊은 남자는 완전히 할 말을 잃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쳐다봤다.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주변 손님들조차 완전히 충격에 빠진 얼굴이었다.
눈가에 아직도 눈물이 맺힌 강나연도 경악에 가까운 얼굴로 자신을 어머니라고 부르는 남자를 올려다봤다.
유난히 큰 키에 다부진 몸매는 그녀를 더욱 작아 보이게 만들었고, 엄숙한 표정과 가늘게 좁혀진 차가운 눈꼬리는 세상을 떠난 그녀의 남편과 좀 닮아 있었다.
강나연은 불현듯 진치운이 수년 동안 만나지 못했다고 한 사생아에 대해 언급한 것을 떠올렸다.
"진우철..."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이름을 중얼거렸다.
"네." 의외라는 듯 살짝 눈썹을 치켜 올린 진우철이 우아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바로 진우철입니다."
회차 2
한바탕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커다란 눈꽃이 강나연이 입은 원피스에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녀의 앞에 선 진우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가 매서운 날씨보다 더 지독하게 살을 꿰뚫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문객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저 남자가 진치운 회장의 사생아란 말이에요? 강나연 씨가 진치운 회장의 아이를 낳지 못했으니, 밖에 떠도는 사생아를 데려와 후계자 교육을 받게 할 계획이었다고 해요."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조문객이 낮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결국 어떻게 됐어요?" 곁에 선 사람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됐냐고요? 진치운 회장이 강나연에게 푹 빠졌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잖아요. 강나연이 사생아를 집에 데려오는 것을 완강하게 거부했기 때문에 진치운 회장은 사생아를 다시 쫓아낼 수밖에 없었죠." 또 다른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렇다면 사생아가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해 나타난 모양이군요." 다른 누군가가 강나연과 진우철을 번갈아 쳐다보며 덧붙였다.
"그건 모르죠? 어쩌면 강나연에게 복수하기 위함일 수도 있어요. 강나연의 간섭이 없었다면 진우철의 운명은 달랐을지도 모르죠."
"이건 하늘이 내린 업보예요. 강나연이 진씨 가문에서 지낸 시간이 얼마인데, 후계자도 낳아주지 못했으니까요. 곧 쫓겨나겠네요."
"진씨 가문 사람들이 강나연을 쫓아내면, 언젠가 내가 아래에 깔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다른 누군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이내 몰아치는 매서운 바람이 더러운 욕망으로 얼룩진 수군거림을 덮었다.
눈보라에도 자리에 꼿꼿이 서서 손수건을 움켜쥔 강나연은 빨개진 눈시울로 관이 땅속에 묻히는 장면을 가만히 바라봤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에 남은 눈물 자국은 그녀가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얼마나 많이 사랑했는지 뚜렷하게 보여줬다.
창밖에는 매서운 눈보라가 쏟아졌지만 벽난로가 따뜻하게 타오르는 저택에는 아늑하고 부드러운 빛으로 가득 채웠다.
장례식이 끝나고 조문객들도 모두 돌아간 후, 빌라에는 강나연과 진우철 두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진우철을 처음 만난 강나연은 남편을 떠나 보내 슬픔에 잠긴 모습을 유지하려 했으나, 갑자기 나타난 진우철이 무슨 의도를 숨기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티 나지 않게 그를 관찰했다.
소파에 기대앉은 진우철은 아무 감정도 보아낼 수 없는 얼굴을 하고 다리를 꼬고 있었다.
권위 가득한 그의 모습은 집주인인 강나연보다 더 집주인처럼 보였다.
진우철의 시선을 느낀 강나연은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에 싱긋 미소 지으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네 아버지가 너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었어."
곧이어 진우철의 차가운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가늘게 좁혀진 눈꼬리는 진치운과 똑같았지만, 그녀를 쳐다보는 차가운 눈빛은 완전히 달랐다.
강나연에게 시선을 고정한 진우철의 두 눈에 노골적인 혐오와 경멸감이 묻어났다.
"어머니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네요?"
손에 쥔 손수건을 더욱 세게 움켜쥔 강나연의 안색이 미세하게 굳어 있었다.
진우철은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다.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강나연은 큰 충격을 받은 얼굴로 금세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어떻게,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그녀는 억울한 척 연기하며 말까지 더듬었다.
그러자 진우철은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악어의 눈물은 거둬주세요. 얄팍한 연기는 당신의 치마폭에 빠진 멍청한 아버지만 속일 수 있는 거니까."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진 강나연은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다음 대책을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때,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와 함께 나타난 집사 오문호가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고 말했다. "사모님, 도련님. 노부인께서 두 분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고 합니다."
결국 피할 수 없는 시간이 다가왔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강나연은 오문호와 함께 2층 서재로 향했다.
귀중한 예술품으로 장식되어 있는 서재의 정 중앙에 솟아 있는 거대한 샹들리에는 마치 날카로운 검처럼 걸려 있었다. 네 벽에 벽난로가 놓여 있었지만, 강나연의 추위를 달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강나연의 시어머니 원숙자는 검은색 원피스에 레이스 모자를 쓰고 집무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얼굴 가득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위압감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녀의 곁에는 진치운의 남동생 진시건이 서 있었다.
진씨 가문의 늦둥이로 태어난 진시건은 진치운보다 20살 어렸고, 30대의 나이에 걸맞게 성숙한 정장을 입은 모습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강나연은 남편보다 어린 진시건이 늘 어려웠지만, 시어머니 원숙자의 앞에 서면 더 큰 두려움과 위축감을 느꼈다. 그런 두 사람이 동시에 그녀의 앞에 있는 지금,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자리에 얼어붙었다.
곧바로 서재로 따라 들어온 진우철이 강나연의 곁에 섰다.
"할머니, 삼촌." 그가 낮은 목소리로 두 사람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원숙자와 진시건은 동시에 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진우철이 자신을 할머니라 부르는 목소리를 들은 원숙자의 엄숙한 표정이 바로 조금 누그러졌다. "철아, 네가 그동안 고생이 많았구나."
"할머니,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진우철은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가 이제 집에 돌아왔으니, 더는 아무도 너를 쫓아내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원숙자는 말을 하면서 강나연을 흘겨봤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 난 강나연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제 더 확인할 필요도 없다.
갑자기 장례식에 나타난 진우철은 노부인과 진시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몇 년 전, 강나연이 진치운에게 진우철을 멀리할 것을 요구한 사실을 알게 된 원숙자는 줄곧 강나연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원숙자는 진치운이 살아있을 때 강나연에게 어떻게 하지 못했지만, 이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진치운의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강나연을 쫓아내려 했다.
회차 3
결연한 얼굴로 아래로 고개를 푹 떨구고 구두 끝만 멍하니 바라본 강나연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집무 책상 너머 원숙자의 날카로운 눈빛이 강나연에게 고정되었다.
강나연의 청초하면서도 매혹적인 자태는 같은 여자가 봐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원숙자는 강나연이 자신만의 매력으로 모든 남자를 유혹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강나연 씨." 원숙자의 쌀쌀맞은 목소리가 서재에 조용하게 울려 퍼졌다.
진치운이 살아 있을 때, 원숙자는 내키지 않았지만 그녀를 '새아가'라고 친숙하고 부르곤 했었다.
이제 노부인은 형식적인 태도조차 갖추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강나연이 진씨 가문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소문은 제성에 파다하게 퍼졌다. 이유는 그녀가 진치운의 아이를 낳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숙자는 강나연같이 몸으로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를 지독하게 경멸했다.
자신을 부르는 원숙자의 싸늘한 목소리에 강나연은 손수건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그녀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천천히 들어 원숙자의 엄숙한 표정을 겨우 쳐다봤다.
원숙자의 옆에 검은색 정장을 입은 진시건의 태연한 모습에서 그의 무관심한 태도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의 무감한 눈빛이 강나연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우리 치운이 장례도 이제 끝났는데, 앞으로 너의 계획은 무엇이니? 젊은 나이에 과부로 지낼 수는 없잖아?" 원숙자는 명령에 가까운 목소리로 물었다.
강나연이 자기 발로 진씨 가문을 떠나기를 바란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입술을 꼭 깨물고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강나연의 얼굴에 묻은 슬픔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어머님, 전 치운 씨를 진심으로 사랑해요. 아직도 그이가 떠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요. 저 이대로 떠날 수 없어요..."
흐느끼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진심이 가득 묻어났다.
바로 그녀의 곁에 선 진우철의 입술을 비집고 차가운 실소가 공기를 매섭게 가르고 들려왔다.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크게 흐느끼는 강나연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안색이 험악하게 굳은 원숙자의 두 눈이 경멸에 반짝였다. "강나연 씨, 우리 진씨 가문이 그동안 너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해서 네가 우리 진씨 가문에 빌붙어 살 수 있는 이유는 되지 않아!"
충격에 눈을 크게 뜬 강나연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머님, 저는 치운 씨를 진심으로 사랑해요. 저는 절대..." 울음 섞인 그녀의 목소리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렸다.
"됐어!" 원숙자는 그런 강나연의 흐느낌을 매몰차게 가로챘다.
집무 책상을 세게 내리치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원숙자가 강나연을 날카롭게 노려봤다.
"네가 무슨 의도로 우리 치운이에게 접근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 원숙자는 체면도 버리고 쌀쌀맞게 말을 이어 했다. "오늘 반드시 우리 집에서 나가야 할 거다. 네가 우리 진씨 가문의 재산 일 푼이라도 가져가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다!"
강나연의 창백한 얼굴 위로 뜨거운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손수건을 움켜쥔 그녀는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그런 그녀를 빤히 쳐다본 원숙자가 차갑게 콧방귀까지 뀌고 물었다.
그때, 곁에 선 진시건이 먼저 이상한 낌새를 차리고 빠르게 강나연을 향해 다가갔다.
숨을 가쁘게 몰아 쉬는 강나연의 얼굴에는 이미 눈물과 땀이 뒤섞여 있었다.
진시건의 얼굴에 처음으로 걱정 가득한 기색이 피어 올랐다. 더 빠르게 걸음을 옮긴 그가 그녀의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자리에서 몸을 휘청거린 강나연이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강나연은 의식을 잃기 전에 누군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는 것을 느꼈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이 든든한 가슴에 기댄 순간, 그녀는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강나연이 정신을 차렸을 때, 익숙한 천장과 샹들리에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가녀린 팔을 들어 이마에 손을 얹은 그녀가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
"새아가, 드디어 깨어났구나." 원숙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강나연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방안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가정의와 하인 몇 명, 그리고 원숙자, 진시건, 진우철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진시건과 진우철은 복잡미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가만히 지켜봤다. 강나연이 혼란스러운 얼굴로 눈을 깜박이는 동안, 원숙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따뜻한 얼굴로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새아가, 몸은 좀 어때? 불편하지 않고?" 원숙자는 그녀의 손등을 부드럽게 쓸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머님, 무슨 일이에요?" 원숙자의 돌변한 태도가 익숙하지 않은 강나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 강나연을 자애로운 눈빛으로 가만히 내려다본 원숙자는 부드럽게 머리를 쓸어 넘겨주며 다정하게 물었다. "왜 임신했다는 소식을 나한테 말하지 않았니?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강나연의 두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떠졌다. "어머님,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게 분명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나연아, 너 임신했어." 원숙자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가 우리 치운이의 아이를 임신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