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아버지의 말은 선언이자, 강태준의 운명을 결정짓고 나의 미래를 약속하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내가 그의 세상이 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존중해야 할 여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피아노 의자에 나란히 앉았을 때, 심장이 세차게 뛰던 그 느낌을 기억한다.
내가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처음 깨달은 순간이었다.
나는 너무 어렸고, 너무 깊이 빠져 있어서 그의 눈에 타오르던 수치심을 보지 못했다.
나는 다시는 사람들 앞에서 그에게 연주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그의 자존심을 너무나 존중했기에.
이제, 나는 그가 다른 여자를 위해, 유나를 위해 기꺼이, 즐겁게 무릎 꿇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내 눈이 시릴 정도로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 광경은 날카롭고 견딜 수 없는 물리적인 고통이었다.
나는 억지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 그때, 차현성 대표가 내 곁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저와 춤추시겠습니까?”
그는 방 안의 다른 모든 사람을 무시한 채 물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댄스 플로어로 나갔다.
음악에, 왈츠의 회전에 몸을 맡기며, 나를 짓누르는 숨 막히는 현실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노래의 마지막 음이 사라질 때, 금속이 뒤틀리는 역겨운 소리가 홀 전체에 울려 퍼졌다.
고개를 들었다.
내 좌석 바로 위에 있던 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흔들리더니, 주 지지 케이블이 실처럼 끊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나를 향해 추락했다.
군중이 비명을 질렀다. 시간이 느려지는 것 같았다.
나는 눈이 커진 채 마침내 반응하는 강태준을 보았지만, 그는 너무 멀리 있었다.
파티에 ‘압도당한’ 유나를 위로하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그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번개처럼 움직인 것은 차현성 대표였다.
그는 나를 덮쳐 밀쳐냈고, 바로 그 순간 샹들리에가 내가 서 있던 자리에 떨어져 크리스털과 강철 파편을 흩뿌리며 폭발했다.
크리스털 조각이 내 종아리를 베었다.
고통의 안갯속에서 나는 강태준을 찾았다.
그는 이제 공황 상태의 얼굴로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는 나의 보호자, 아버지가 내 안전을 맡긴 사람이었다.
그는 실패했다.
그는 그녀에게 정신이 팔려 있었다.
다음 순간, 나는 다리에 수십 바늘을 꿰맨 채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강태준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듯, 내 간병인을 자처했다.
그는 완벽한 간호사였다. 세심하고 부드러웠다.
식사를 가져다주고, 책을 읽어주었으며, 내가 고통스럽지 않도록 신경 썼다.
며칠 동안, 내 안의 어리석은 부분이 한 줄기 희망을 키우도록 내버려 두었다.
어쩌면 그가 신경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사고가 그에게 무언가를 깨닫게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나가 보온병에 담긴 수프를 들고 찾아올 때마다 그의 눈이 빛나는 방식, 내가 보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그들이 나누는 비밀스러운 미소를 볼 때마다, 그 희망은 시들어 죽어갔다.
어느 날 밤, 잠을 이룰 수 없어 나는 조용하고 소독약 냄새가 나는 개인 병동 복도를 절뚝거리며 걸었다.
비상구를 지날 때, 목소리가 들렸다.
하진우와 강태준이었다.
“이번엔 너무 심했어, 태준아.”
하진우의 목소리는 낮은 독설이었다.
“그녀가 죽을 수도 있었어. 저 샹들리에 무게가 1톤이야.”
내 피가 차갑게 식었다.
심장이 귀에서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며 벽에 몸을 기댔다.
강태준의 대답은 소름 끼치도록 차분했다.
“케이블이 낡은 건 알고 있었어. 몇 주 전에 시설팀에 수리 요청을 해뒀지. 계획은 케이블이 미끄러져서 공황 상태를 유발하는 거였어. 내가 달려가서 그녀를 구하고, 약간의 공포심으로 그녀를 더 의존적으로 만들려는 거였지. 실제로 떨어질 줄은 계산하지 못했어.”
그는 나의 추락을 계산했다.
사고가 아니었다. 계획이었다.
“그래서 이게 네 속죄냐?”
하진우가 물었다.
“헌신적인 간병인 노릇 하는 거?”
“끝까지 해낼 거야.”
강태준이 말했다.
“그러면 이 모든 게 끝날 거야. 그녀는 괜찮아질 거고, 우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가슴에서부터 온몸으로 차가운 기운이 퍼져나갔다.
병원 에어컨과는 아무 상관없는 한기였다.
그가 나에게 이런 짓을 했다.
고의로.
나를 ‘겁주기’ 위해.
나를 ‘관리하기’ 위해.
나는 피 맛이 날 정도로 입술을 세게 깨물었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심장의 고통이 너무나 커서 다른 모든 것을 압도했다.
이것은 단순한 배신이 아니었다.
이것은 괴물 같은 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