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2
전화가 끊겼다. 엄마는 희망과 두려움이 뒤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또 결혼식을?” 엄마가 속삭였다. “아라야, 이번엔 정말 괜찮은 거니?”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할 기운도 없었다. 아직 모든 계획을 말씀드리진 않았다.
바로 그때,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
강태민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백합 꽃다발을 들고 서 있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차가운 공포가 나를 덮쳤다. 그가 여기 있으면 안 됐다. 지금은 안 됐다.
나는 엄마에게 겁에 질린 눈빛을 보냈다. 엄마는 즉시 알아차리고, 굳은 얼굴로 나와 문 사이를 막아섰다.
그가 알아선 안 돼. 나는 미친 듯이 생각했다. 그는 절대 나를 떠나게 두지 않을 것이다. 나를 가두고, 영원히 그에게 묶어둘 것이다. 그것이 그의 사랑 방식이었다.
강태민은 연극적인 슬픔이 가득한 눈으로 병실에 들어섰다.
“아라야, 내 사랑.” 그가 부드럽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시작했다. “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
나는 몸을 긴장한 채 그를 쏘아봤다.
“이현이랑 나… 우리 내일 결혼해.”
그 말은 물리적인 타격처럼 나를 강타했다.
“그냥 보여주기식이야.” 그는 내 얼굴 표정을 보고 서둘러 설명했다. “그녀의 주치의가 제안한 거야. 그녀가 마침내 치유될 수 있도록 안정감을 주는 방법이라고. 그러고 나서 이혼하고 우리 다시 함께하는 거야. 제대로. 네가 원했던 모든 걸 줄게.”
그는 이해를 구걸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네가 거기 있어 줘야 해, 아라야. 이현이의 들러리로.”
그 터무니없는 말에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내 약혼자의 결혼식에서, 다른 여자의 들러리라니. 나를 괴롭혔고, 그가 괴롭히는 것을 도왔던 바로 그 여자의.
산산조각 난 줄 알았던 내 심장이 새롭고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다.
그는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장난감? 학대하고 나서 빈 약속으로 달랠 수 있는 애완동물?
귓가에 속삭이던 그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아라야, 넌 내 세상이야. 내 유일한 사람.” 씁쓸한 거짓말이었다.
뜨겁고 순수한 분노가 나를 휩쓸었다. 나는 침대 옆 탁자에서 물 잔을 집어 그에게 던졌다.
“나가!”
그는 쉽게 피했고, 잔은 뒤쪽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다. 방은 정적에 휩싸였고, 공기는 긴장감으로 무거워졌다.
“아라야, 이성적으로 생각해.” 그의 목소리는 화가 날 정도로 차분했다.
“결혼식은 내일이야.” 그는 내가 방금 그의 머리에 잔을 던지지 않은 것처럼 말을 이었다. “사람을 보내서 데리러 오게 할게.”
그는 이현이와의 관계를 정당화하면서 나를 족쇄에 묶어두고 싶어 했다. 세상이 그의 진짜 약혼자인 내가 그들의 결합을 축복하는 모습을 보길 원했다. 그것은 궁극적인 굴욕이었다.
“너희 둘 다 미쳤어.” 내 목소리가 분노로 떨렸다. “너랑 그 여자. 너희는 미쳤다고. 그리고 나는 너희의 치료제가 아니야.”
나는 머리 뒤에서 베개를 집어 힘껏 그에게 던졌다.
이번에는 그가 움직이지 않았다. 베개는 그의 가슴에 부딪혀 힘없이 떨어졌다.
“네가 입을 예쁜 드레스도 보냈어.” 그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말했다. “라벤더 색. 네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잖아.”
그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이 모든 게 끝나면, 내가 다 보상해 줄게. 약속해.”
“나가!” 나는 목이 찢어질 듯 비명을 질렀다. 날것 그대로의 절박한 소리가 병원 복도를 울렸다.
그 후 며칠 동안, 내 병실은 그들의 역겨운 연극 무대가 되었다. 강태민과 윤이현은 끊임없이 찾아왔다. 그들은 내 침대 옆에 손을 잡고 앉아 결혼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며 내게 참여해달라고 애원했다.
윤이현은 순진무구한 척,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아라야, 제발.”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한테 정말 큰 의미가 될 거야. 난 너무 무서워. 네가 거기 있으면 안심이 될 것 같아.”
그러고는 가슴을 움켜쥐고 숨을 얕게 쉬며 쓰러질 것처럼 몸을 축 늘어뜨렸다.
간호사들과 다른 환자들은 혐오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저 불쌍한 아가씨,” 그들이 속삭였다. “약혼녀라는 여자는 어쩜 저렇게 잔인하지.”
나는 그들의 이야기 속 악당이었다.
마침내,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들이 찾아온 어느 날, 나는 윤이현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나는 낮고 독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윤이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눈물을 터뜨렸다. “못 하겠어, 태민아! 저 여자가 날 이렇게 미워하는데 어떻게 너랑 결혼해! 그냥 다 취소하자!”
그녀는 히스테릭하게 울며 방을 뛰쳐나갔다.
강태민이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나를 향해 돌아섰다.
“왜 이렇게 까다롭게 구는 거야?” 그가 내 어깨를 잡고 으르렁거렸다. “그냥 잠깐만 참아줄 수 없어? 나를 위해서?”
“이 모든 게 우리가 함께하기 위해서잖아! 그녀가 나아지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올 거야! 약속할게!” 그의 얼굴은 뒤틀렸고 눈은 광기로 번뜩였다.
“만약 그녀가 영영 낫지 않으면?” 내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잠시 주춤했다. “나을 거야. 나아야만 해.”
나는 지쳤다. 싸우는 데 너무 지쳤다. “그 여자나 쫓아가, 강태민.” 내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차가 다니는 도로로 뛰어들어서 내가 그 여자 죽음의 원인으로 몰리기 전에.”
그 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는 나를 놓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방을 뛰쳐나갔다.
나는 텅 빈 문간을 바라봤다. 심장이 차갑고 무거운 덩어리가 되어 가슴에 내려앉았다. 이 장소에 단 1초도 더 머물 수 없었다.
나는 퇴원하기로 결심했다. 새롭고 단호한 의지로 작은 가방을 쌌다.
병원 로비를 지날 때, 그를 보았다.
강태민은 안내 데스크 옆에 서서 얼굴에 크고 행복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는 간호사들에게 작고 우아한 상자에 담긴 결혼 답례품을 나눠주고 있었다.
“결혼 축하드려요, 강 이사님!” 한 간호사가 감격하며 말했다.
피가 차갑게 식었다. 나는 더듬거리며 핸드폰을 찾았다.
새로운 메시지. 윤이현에게서 온 것이었다.
사진이었다. 깍지 낀 두 손의 사진. 그들의 약지에 똑같은 결혼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사진 아래에는 또 다른 사진이 있었다. 오늘 날짜가 찍힌 그들의 혼인 신고서였다.
결혼식은 내일이 아니었다. 오늘이었다. 그는 거짓말을 했다. 또다시.
회차 3
씁쓸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약속. 그는 내게 약속했었다.
나는 작은 여행 가방 손잡이를 꽉 쥐었다. 손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로비 건너편에 있는 그를, 내 남편이 될 뻔했던 남자가 이제 다른 여자와의 결혼을 축하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의 어머니, 엄격하고 현실적인 분이 우리에게 빨리 결혼하라고 재촉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가문의 결합은 회사의 합병이야, 태민아. 사업에 좋은 일이지.”
그는 내 손을 잡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봐서 가슴이 아팠다. “아니에요, 어머니.” 그가 말했다. “저는 아라를 사랑해서 결혼하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 결혼식 날이 완벽했으면 좋겠어요. 5월 20일. 그날이 우리 날이 될 거예요.”
나는 왜 그 특정 날짜냐고 물었다. 그는 그저 신비롭게 웃었다. “서프라이즈야.”
나는 바보처럼 그날을 기다렸다. 순진하고 어리석은 바보처럼. 그리고 그날, 그는 윤이현과 결혼했다.
핸드폰을 쥔 내 손이 떨렸다. 이상한 안도감이 나를 덮쳤다. 적어도 나는 그와 어떤 서류에도 서명하지 않았다. 법적인 악몽을 피한 것이다.
한 간호사가 작고 정교한 사탕을 먹으며 내 옆을 지나갔다. “강 이사님은 정말 관대하세요.” 그녀가 동료에게 말했다. “이건 스위스에서 특별 주문한 초콜릿이래요. 엄청 비쌌을 거예요.”
그녀는 내가 서 있는 것을 보고 친절한 미소로 한 조각을 건넸다. “여기요, 하나 드세요. 행복한 날이잖아요.”
나는 받지 않았다. 그저 쳐다보기만 했다.
나는 강태민을 쳐다봤다. 그는 자신의 기쁨에 너무나 빠져 있어서 나를 보지 못했다. 그는 나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때 윤이현이 그의 옆에 나타났다. 심플한 흰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빛나 보였다. 그녀는 발끝으로 서서 그의 뺨에 수줍고 달콤한 키스를 했다.
그는 돌아서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그의 미소는 부드럽고 애정이 가득했다.
수간호사가 다가왔다. “그래서 큰 축하연은 언제예요? 우리 모두 아름다운 신부님이 드레스 입은 모습을 보고 싶어 해요.”
강태민이 환하게 웃었다. “다음 주입니다. 성대한 예식을 열고 전 세계에 방송할 겁니다. 제가 제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온 세상이 보게 하고 싶어요.”
그는 윤이현의 손을 잡고 자랑스럽고 헌신적인 남편의 모습을 보였다.
나는 돌아서서 병원을 나갔다.
집에 도착했을 때, 라벤더색 드레스가 내 침대 위에 놓여 있었다. 그가 그의 결혼식에 내가 입기를 원했던 바로 그 드레스였다.
나는 그것을 집어 들고 아래층 벽난로로 가져가 불을 붙였다.
불길이 섬세한 천을 핥으며 검은 재로 만들었다.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것이 타는 것을 지켜봤다.
그러고 나서 위층으로 올라가 옷장 뒤편에서 크고 무거운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는 강태민이 내게 준 모든 선물이 들어 있었다. 각각은 깊고 천상의 푸른색인 특별한 포장지로 싸여 있었다.
“왜 이 색이야?” 내가 한번 손가락으로 은색 별무늬를 따라 그리며 물었다.
그는 그때 내게 키스했다. “네가 내 하늘이니까, 아라야. 내 전부니까.”
그의 눈에 담긴 사랑, 그의 손의 온기가 떠올랐다. 모든 것이 다른 삶의 꿈처럼 느껴졌다.
나는 상자를 아래층으로 가져가 내용물을 불 속에 쏟아부었다. 불길이 맹렬하게 타오르며 기억들, 약속들, 거짓말들을 삼켰다.
과거는 재가 되었다.
나는 핸드폰을 들고 두 통의 전화를 걸었다. 첫 번째는 부동산 중개인이었다.
“집을 팔고 싶어요.” 내가 말했다. “즉시요.”
두 번째는 정원사였다.
“정원의 파란 수국을 모두 치워주세요.” 내가 명령했다. “전부 파내세요. 단 한 송이도 보고 싶지 않아요.”
그가 직접 무릎을 꿇고 흙 속에서 나를 위해 심었던 것이었다. “네가 웃을 때 네 눈 색깔 같아서.” 그가 말했었다.
더는 필요 없어. 나는 생각했다. 그도 필요 없어.
모든 것이 끝난 후, 깊고 심오한 피로가 나를 덮쳤다. 나는 텅 빈 방으로 가서 침대에 누웠다.
불안한 잠에 빠져들었다가 누군가 지켜보는 느낌에 화들짝 깨어났다. 손길이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있었다.
나는 눈을 번쩍 떴다.
강태민이 내 위로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내 얼굴에서 몇 인치 떨어져 있었다. 그의 숨결에서 비싼 샴페인 냄새가 났다.
나는 그를 밀쳐내고 침대 반대편으로 기어갔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내가 쉿 소리를 냈다. “이제 유부남이잖아, 강태민. 이건 부적절해.”
나는 그가 아직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역겨운 기분으로 떠올렸다. 아침에 제일 먼저 자물쇠를 바꿔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메모했다.
그는 상처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 “아라야, 이러지 마.”
그가 다시 내 머리카락을 만지려고 손을 뻗었다. “조금만 더 참아줘. 이혼할게, 맹세해. 그리고 나서 세기의 결혼식을 올려줄게.”
그의 눈은 그가 항상 내게 보여주었던 그 강렬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완벽한 연기였다.
“네가 다쳤었잖아.”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알고 있어.”
갑자기 아래층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태민아! 태민아, 어디 있어? 나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윤이현이었다. 그녀가 그를 따라온 게 틀림없었다. 그녀가 모든 것을 들었을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가 히스테릭한 울음으로 높아졌다. “저 여자한테 돌아갈 거면, 나 자살할 거야! 지금 당장 할 거라고!”
집 밖으로 달려 나가는 발소리와 타이어가 끽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음에 잠이 깬 부모님이 내 방으로 달려오셨다. 그들은 집 밖으로 달려 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이 드라마에 너무 지쳤다.
“자물쇠 바꿔주세요.” 내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모님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교환했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들은 조용히 방을 나갔다.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세상이 사라지기를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