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리안나의 시점.

나는 에단이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에단은 내가 입을 열어 해명하기도 전에, 성큼성큼 다가와 캐리어를 닫으려는 내 손목을 세게 움켜쥐었다.

그는 정리를 마친 내 캐리어를 내려다보며 추궁하듯이 물었다. "아이비에게 주는 환영 선물이라고 설명했잖아. 지금 짐을 챙기는 건 뭐야? 가출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리안나, 내가 누누이 말했지. 넌 울프의 루나야. 루나로서 현명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잘생겼지만 차갑게 식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내 마음속에 무력감과 함께 씁쓸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는 항상 이런 식이다. 내가 겪는 모든 고통을 전부 억지 부리는 것으로 치부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그와 무의미한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고, 그가 계약 해지 협의서에 대해 눈치 채는 것도 싫었다.

"억지 부리는 거 아니야." 나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옷장에 오래된 물건이 너무 많아서 계절이 바뀌는 김에 정리할 건 정리하고 버릴 건 버리려 했어. 어차피 낡은 물건을 버려야 새 물건을 들일 수 있잖아."

에단은 내가 하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는 듯 한참 동안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는 차분하기만 한 내 표정에서 예전 같은 원망의 기색을 찾지 못했다. 그제야 그의 안색이 조금 누그러지더니 내 손목을 놓아주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행이고."

"에단?"

그때, 문밖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이비가 얇은 실크 원피스에 에단의 체취가 묻어나는 재킷을 걸친 채 나타났다.

문틀을 잡고 선 그녀의 안색은 창백했고, 마치 언제라도 시들어버릴 것 같은 하얀 연꽃 같았다.

"아이비가 왜 여기에 있어?" 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고, 심장이 무언가에 세게 찔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비는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낼 거야." 에단은 아이비의 곁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그 익숙한 동작이 내 눈을 찔렀다. "아이비의 열성팬들이 요즘 들어 난리도 아니야. 아이비의 임시 거처까지 알아냈어. 그곳은 이제 안전하지 않아. 적당한 아파트를 찾기 전까지 우리 집에서 지내는 게 최선이야."

그는 경고 어린 눈빛으로 나를 돌아봤다. "아이비를 잘 대접해 줘. 루나인 네가 울프의 일원을 일부러 따돌렸다는 소문이 들리지 않게 말이야. 알겠어?"

나란히 선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황당하게 느껴졌다.

내 반려라는 사람이 자신의 첫사랑을 데리고 우리의 신혼집에 들어왔다. 심지어 루나인 나에게 그녀를 잘 대접하라고 명령까지 내렸다.

"알겠어." 나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이비를 잘 돌봐줄게."

하인들은 곧바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내 침실 바로 옆에 있는 방은 원래 미래의 아이를 위해 준비한 방이었지만, 이제는 아이비의 침실이 되었다.

에단은 직접 나서서 아이비의 방을 꾸며주었고, 하인들에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라벤더 디퓨져를 준비해 오라고 했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는 날카로운 칼처럼 이미 만신창이가 된 내 마음을 반복해서 찔렀다.

날이 어두워 졌고 나는 아프고 지친 몸을 이끌고 욕실로 들어갔다.

따뜻한 물줄기가 몸을 씻어내렸지만, 피부에 남은 한기는 씻어내지 못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창백한 얼굴과 교통사고를 당해 가슴에 생긴 멍자국을 바라 보던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제 6일만 더 버티면 된다.

6일만 더 참으면, 완전히 자유로워 질 것이다.

심플한 슬립을 입고 욕실에서 나온 나는 자욱한 수증기 때문에 방에 누군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악!"

발이 미끄러진 나는 짧은 비명과 함께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예상했던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고, 뜨겁고 단단한 품이 나를 받아주었다.

에단의 큰 손이 내 허리를 단단히 감쌌고 다른 손으로 내 뒤통수를 받쳐주며 나를 꽉 끌어 안았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강렬하고 위험한 삼나무 향이 순식간에 나를 잠식했다.

"왜, 이제 걷는 법도 잊었어?"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놔줘…" 나는 몸부림치며 똑바로 서려고 했다. "아이비와 함께 있지 않고 왜 여기에 있어?"

에단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더니 나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그의 손가락이 젖은 머리카락을 따라 목 뒤로 미끄러졌다. 그곳은 늑대인간에게 있어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리안나, 내가 네 반려라는 사실을 잊지 마." 그가 고개를 숙이고 뜨거운 숨결을 내 쇄골에 내뿜었고 나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어젯밤은 우리 기념일이었어. 내가 말했지? 잘 보상해 주겠다고."

그의 손이 노골적으로 위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거친 손가락이 내 부드러운 피부를 어루만지며 낯선 불꽃을 일으켰다.

3년 동안 결혼생활을 한 만큼, 그는 어떻게 하면 내 욕망을 자극할 수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안 돼… 읍…"

내 거절의 말은 그의 강압적인 입맞춤에 목구멍에 갇혔다.

그의 키스엔 그 어떤 애정도 담겨 있지 않았고, 오직 소유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나에게 벌을 내리는 것 같았다.

그는 강제로 내 이빨을 벌렸고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격렬한 키스를 퍼부었다. 나를 통째로 삼키려는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급기야 나는 그에게 떠밀려 침대에 쓰러졌고 그의 커다란 몸이 나를 눌렀다.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실크 슬립이 미끄러져 내려 내 하얀 피부가 드러났다.

에단의 눈동자에 원초적인 욕망의 불꽃이 타올랐고, 그의 입술이 내 목을 따라 점차 아래로 내려가더니 내 쇄골에 야릇한 붉은 자국을 남겼다.

"에단…" 분위기에 취한 나는 그의 어깨를 움켜쥐었고, 내 손톱이 그의 근육에 파고들었다.

이 순간, 너무 치욕스러웠으나 나는 그의 따뜻한 함정에 빠져 자아를 잃고 말았고 머릿속엔 온통 마지막 남은 온기를 탐하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그 온기가 가짜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의 손이 내 슬립 아래로 파고들었고 그의 손바닥은 놀라울 정도로 뜨거웠다. 그가 완전히 나를 소유하려던 바로 그때.

"악! 에단! 살려줘!"

옆방에서 아이비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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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알파의 상속자를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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