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문하윤은 거칠게 바닥에서 끌려 올라오더니 곧장 방 안쪽으로 던져졌다.
눈부신 크리스털 샹들리에의 빛이 그녀의 시야를 어지럽게 흔들었다.
그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우고 본능적으로 문을 열려 했으나, 그보다 먼저 누군가가 문을 닫아버렸다.
문하윤은 필사적으로 문을 두드리며 빠져나가려 했지만, 곧 문 밖에서 들려온 맹유진의 목소리에 움직임이 멈췄다. "잘 들어. 고시우 씨가 너를 마음에 들어 한 건 네 복이야. 그분을 최대한 잘 모셔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살아나가지 못해."
말을 마친 맹유진은 발걸음을 옮겨 자리를 떠나버렸다.
문하윤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때, 욕실 안에서 물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의 긴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이내 주위를 둘러보았다. 커다란 통창 너머로 도시의 화려한 불빛이 한눈에 들어왔고, 창가에 놓인 침대는 나른한 오후의 휴식을 위해 마련된 듯 보였다.
방은 호화로움과 동시에 아주 간결한 것이 그저 잠시 머무는 이들을 위한 공간임이 분명했다.
바로 그때, 욕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문하윤이 고개를 돌리자 욕실에서 걸어 나오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피어 오르는 뜨거운 수증기가 그의 몸에서 흩어지고 있었다.
허리에 걸친 가운은 느슨하게 매여 있었으나, 타고난 냉정하고 고귀한 기품은 조금도 가려지지 않았다.
머리카락 끝에 맺힌 물방울이 또렷한 윤곽의 얼굴선을 타고 흘러내리며 한층 더 관능적인 매력을 더했다.
헐겁게 여며진 가운 아래로 드러난 탄탄한 가슴은 은은하게 윤곽을 드러내며 완벽한 선율을 이루고 있었다.
게다가 그의 시선은 깊고 차가운 것이 마치 사람을 단번에 얼려버릴 듯 서늘하고 냉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순간만큼은 온 세상이 고시우의 배경이 되어버린 듯했다. 그는 마치 그림 속에서 걸어 나온 신과 같이 사소한 움직임조차도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이 흘러 넘쳤다.
한편, 문하윤은 그를 바라보다가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그녀에겐 누구도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었다.
문하윤은 차갑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남자를 정복하는 걸 좋아했다. 그리고 그가 마음을 열어줄 때 차갑게 등을 돌려 절망에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그것이 그녀의 은밀한 쾌락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다시 마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가 한때 버렸던 바로 그 남자를.
"이리 와." 낮게 깔린 남자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문하윤의 정신은 단번에 제자리로 끌려왔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침대에 걸터앉은 그는 냉혹하게 빛나는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문하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본능적으로 도망치고 싶어졌다.
지나치게 차갑고, 한 치의 온기조차 없는 고시우의 눈빛은 보는 이로 하여금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문하윤이 멍하니 서 있자, 남자의 미간이 미세하게 찡그려졌다. "맹유진이 규칙을 가르쳐주지 않았어?"
문하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남자의 눈동자 속에 비웃음이 스쳐 지나갔다.
"새로 온 거야?"
문하윤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여기 아가씨가 아니야. 나는 법의관이야."
"법의관?" 고시우의 얼굴에 흥미로운 기색이 번졌다.
"알바라도 하는 거야?"
그 말에 문하윤의 눈가에는 얕은 분노가 번졌고, 시선은 흔들림 없이 고시우를 향했다.
"나는 맹유진이라는 사람한테 납치 당해서 이곳에 온 거야. 여기서 일하는 게 아니라고." 문하윤이 말을 마치기 바쁘게 고시우는 코웃음을 흘렸다. "사기꾼."
말을 마치고,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하윤에게 다가갔다. 굵은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쥐더니 그녀를 강제로 탁자 위에 눌렀다.
문하윤은 온 힘을 다해 버티며 몸부림쳤지만, 고시우의 압도적인 힘 앞에 도저히 맞설 수 없었다.
"나는 정말 이곳의 아가씨가 아니야. 나는 법의관이라고!" 그녀는 거칠게 숨을 몰아 쉬며 외쳤다.
그때, 고시우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그래, 법의관이라고 치지 뭐."
그 순간, 문하윤은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한 허탈감을 느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이 남자는 끝내 자신을 이곳에서 일하는 여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바로 그때, 문하윤이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고시우는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이어 문하윤의 바지가 거칠게 찢겨 내려가더니, 단정한 검은색 속옷이 드러났다. 그러자 고시우는 단번에 그것마저 잡아당겨 발목까지 끌어내리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