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경성 국제공항.

"형, 도대체 여기서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는 거야? 어차피 비행기 타고 오는 건데, 그냥 기사 보냈으면 됐잖아. 우리가 꼭 여기까지 왔어야 했냐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형도 회사에서 할 일이 산더미고, 나도 내 스케줄이 있다고. 우리가.."

"저기 온다." 강대훈이 말했다.

그의 말에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강소율이 재빨리 출구 쪽을 돌아봤다.

강대훈은 강아린을 바로 알아봤고, 강아린도 두 사람을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한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도 강대훈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탑 아이돌인 강소율 역시 온몸을 꽁꽁 싸매고 있었다.

8월의 경성은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웠다. 이런 더위 속에 두 사람의 차림새는 유난히 눈에 띄었다.

하지만 강아린은 두 사람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무심하게 지나쳐 갔다.

"야, 강아린!" 그들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강아린의 태도에 화가 난 강소율이 소리쳤다.

그러나 강아린은 멈추기는커녕 더 빨리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지기 직전, 강대훈이 재빨리 달려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장난 그만 해, 강아린."

4년 만에 다시 만나는 여동생임에도 불구하고 강대훈의 얼굴에는 전혀 반가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는 오히려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

4년 전이었다면 그의 이런 태도에 강아린이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강아린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좋은 말로 할 때, 비켜."

"너 미쳤어? 말 조심해, 강아린!" 강소율이 날을 세우며 맞받아쳤다.

"남한테 큰소리치기 전에 자기 잘못부터 돌아봐야 하는 거 아니야?"

"너..."

"강소율!" 강대훈이 소리쳤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보였던 강소율은 강대훈의 제지에 억지로 분을 삼켰다.

두 형제를 지켜보던 강아린이 코웃음을 쳤다.

강소율을 겨우 진정시킨 강대훈이 다시 강아린을 보며 말했다. "차에 타. 할머니가 네가 온다고 우리한테 마중 나오라고 하셨어."

그 말에 강아린의 차가운 눈빛이 살짝 누그러졌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조용히 근처에 주차된 마이바흐에 올라탔다.

"강아린. 경고하는데, 또 미완이한테 함부로 하면 가만 안 둘 거야.. 아야!"

강아린이 뒷좌석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동안 강소율은 조수석에 앉아 끊임없이 떠들었다. 강아린이 살짝 눈을 뜨더니 그의 머리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한마디만 더 해봐. 묵사발로 만들어 줄게." 강아린이 강소율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갑작스럽게 머리를 가격당한 강소율은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본능적으로 반격하고 싶었지만, 강아린에게 머리카락이 붙잡힌 상태라 이를 악물고 욕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쳇!"

강아린은 코웃음을 치며 그를 놓아주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강대훈은 뒷좌석에서 들리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백미러로 뒤를 흘깃 바라보며 상황을 확인했다.

그러자 뒷좌석에서 강아린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속 쳐다보기만 해. 내가 어떻게 하나."

강대훈은 말문이 막혔다.

조수석에 앉은 강소율은 그 모습을 보고 묘한 만족감을 느끼며 덧붙였다. "형, 신경 쓰지 마. 쟤는.."

"미쳤다"고 말하려던 강소율은, 방금 전의 일을 떠올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차 안은 다시 조용해졌고, 침묵 속에서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차가 멈추자 눈을 뜬 강아린은 두 형제가 먼저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천천히 차 문을 열었다.

눈 앞에 있는 저택을 바라보는 강아린의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얽혀있는 듯했다.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그녀는 16살이었다. 이미 특공훈련소의 선임 요원이었던 그녀에게 가족을 추적하는 일 따위는 전혀 어렵지 않았다.

그땐 어렸고, 가족이라는 인연에 대해 조금은 기대를 품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강씨 가문은 이른바 '친딸'이라는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이미 그녀를 대신할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훈 오빠, 소율 오빠! 왔어?"

강아린이 저택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누군가가 빠르게 뛰어나왔다. 분홍색 원피스를 예쁘게 차려 입은 한 소녀가 강소율에게 달려와 안겼다.

소녀를 껴안은 강소율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올랐고, 강대훈의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두 사람에게 매달려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던 강미완은 강아린을 발견하자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러나 강미완은 금세 다시 강아린을 향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집에 오신 걸 환영해요, 아린 언니."

"그래, 짝퉁아. 또 만났네."

강미완의 인사에 강아린은 그녀보다 더 화사한 미소로 응답하며 말했다. 강아린의 말을 듣는 순간 강미완의 얼굴이 바로 창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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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상속자의 화려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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