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서은하의 시점:

다음 날 아침, 나는 지난 4년간 나의 안식처였던, 내가 운영하던 갤러리로 걸어 들어가 상사인 클라라에게 사직서를 내밀었다.

"은하 씨? 이게 뭐예요?" 그녀는 내 손에서 빳빳한 봉투를 받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는 상사라기보다는 친구에 가까웠다. 아버지 일도, 이식 수술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저 떠나요, 클라라 씨." 나는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울을 떠날 거예요."

"하지만… 아버님 수술은요? 괜찮으세요?"

새로운 고통의 물결이 덮쳐왔지만, 나는 그것을 억눌렀다. "돌아가셨어요, 클라라 씨. 운명하셨어요."

그녀의 얼굴이 무너졌다. "오, 은하 씨. 정말, 정말 미안해요." 그녀는 책상을 돌아 나와 나를 안아주었다. "강태준 씨는요? 당신이 그만두는 거 알아요? 그는 당신이 이 장소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잖아요."

"우리 이혼해요." 나는 부드럽게 그녀에게서 떨어지며 말했다. 그 단어들이 내 혀 위에서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언어처럼.

뒤따른 충격적인 침묵은 엿들은 동료들의 동정 어린 수군거림으로 깨졌다. 그들은 주위로 모여들어 위로의 말을 건네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강태준 씨는 당신을 정말 아끼잖아요." 젊은 인턴인 사라가 말했다. "항상 꽃을 보내고, 그 멋진 차로 데리러 오고… 완벽한 남편이잖아요."

나는 그녀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들이 본 것은 환상뿐이었다.

나는 책상에서 몇 안 되는 개인 물품들을 작은 상자에 조용히 담았다. 아버지와 함께 찍은 액자 사진, 아버지가 주신 머그잔, 그가 좋아했던 시집.

내가 막 떠나려 할 때, 정문 창가 근처의 소란이 내 주의를 끌었다.

"와,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사라가 밖을 가리키며 속삭였다. "저기 왔어요."

내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길가에 주차된, 강태준의 검은색 벤틀리의 틀림없는 광채가 보였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잡고, 마지막으로 갤러리를 나섰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차로 걸어가 조수석 문을 열었다.

나를 맞이한 광경은 너무나 역겹도록 친밀해서 숨이 멎을 정도였다. 유아리가 앞 좌석에 웅크리고 있었고, 그녀의 머리는 강태준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으며, 눈은 잠든 것처럼 감겨 있었다. 그녀는 온기와 보호를 찾는 작은 새끼 고양이 같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둘 다 화들짝 놀랐다. 유아리의 눈이 깜빡이며 뜨였고, 당황한 순수함의 가면이 즉시 그녀의 얼굴에 씌워졌다.

"은하 씨! 저… 저희는 그냥…" 그녀가 허둥지둥 똑바로 앉으며 더듬거렸다.

"상관없어." 나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뒷좌석에 탔다. 가죽 시트가 차갑고 낯설게 느껴졌다.

"그 상자는 뭐야?" 강태준이 내 무릎 위의 판지 상자를 힐끗 보며 물었다. "봄맞이 대청소?"

"그만뒀어요." 나는 간단히 말했다.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왜? 나중에 얘기하자. 르 씨엘에 예약해 뒀어.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보양식들로 다 주문했어. 좀 싸가서 드릴까 생각했지."

너무나 태연하고, 너무나 무지한 아버지에 대한 언급은 물리적인 타격이었다. 새하얗게 타오르는 분노,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얼음장 같은 슬픔의 파도가 나를 덮쳤다. 나는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피 맛이 날 때까지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도시가 흐릿하게 지나가는 창밖만 응시했다.

레스토랑의 호화로운 개인실에서, 강태준은 엉뚱한 손님에게 완벽한 주인이었다. 그는 유아리를 안절부절못하며 챙겼다. 그녀의 무릎에 냅킨을 놓아주고, 물 잔이 항상 차 있는지 확인하고, 그녀를 위해 특별한 무알코올 칵테일을 주문했다.

"기운 차려야지." 그가 나에게만 허락되었던 다정함이 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넌 영웅이야, 아리야."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눈을 내리깔았다. "아니에요, 태준 씨. 제가 도울 수 있어서 기쁠 뿐이에요."

나는 그들 맞은편에 앉았다. 그들의 향연에 초대받지 않은 투명한 유령처럼. 나는 그들을 지켜보았다. 내 심장은 가슴 속에서 죽은 듯 무거운 것이 되어 있었다. 그의 눈이 그녀에게 머무는 방식, 그녀의 시시한 농담에 웃는 방식, 그의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에서 빵 부스러기를 털어주는 방식을 지켜보았다.

"은하 씨, 안 먹어요?" 유아리가 역겨운 달콤함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강태준을 보고, 다시 나를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승리감의 불꽃이 스쳤다. "나한테 화났어요? 태준 씨가 너무 잘해줘서?"

나는 그녀를 쳐다본 다음, 침착하게 포크를 들었다. "아니." 나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화 안 났어. 맛있게 먹어."

나는 침묵 속에서 식사했다. 훌륭한 음식은 입안에서 재처럼 느껴졌다.

식사 도중, 강태준의 전화가 울렸다. 받아야만 하는 업무 전화였다.

"둘이 먼저 차에 가 있어." 그가 이미 정신이 팔린 채 말했다. "금방 내려갈게."

나는 탈출구에 감사하며 일어섰다. 유아리가 나를 따라 방을 나섰다. 우리는 침묵 속에서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광택 나는 놋쇠 문이 닫히고, 작고 거울로 된 상자 안에 우리를 가두는 순간, 유아리의 태도가 바뀌었다. 수줍고 감사할 줄 알던 소녀는 사라지고, 얼굴에 비웃음을 띠고 눈에 강철을 품은 여자가 나타났다.

"그는 당신이 지루하다고 생각해, 알아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악의가 뚝뚝 묻어났다. "당신은 아름답고 완벽한 인형 같지만, 인형은 결국 물건일 뿐이라고 했어. 불꽃도 없고, 열정도 없고. 그는 이제 질렸대."

그 말들이 나를 쳤지만, 나는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았다.

"당신이 늙어가고 있다고 하더라." 그녀가 경멸에 찬 눈으로 나를 훑어보며 계속했다. "시들기 시작한 꽃이라고."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격렬하게 덜컹거리며 우리 둘 다 균형을 잃게 했다. 불빛이 깜빡이다가 꺼져, 우리는 완전한 어둠 속에 잠겼다.

유아리가 날카롭고 겁에 질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내 팔을 붙잡았다. 그녀의 손톱이 내 살을 파고들었다.

"괜찮아." 나는 비상 호출 버튼을 더듬으며 의외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엘리베이터가 멈춘 거야."

인터콤을 통해 탁탁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릿하고 불분명했다. 그들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엘리베이터가 다시 한번 덜컹거렸다. 이번에는 금속이 뒤틀리는 역겨운 신음 소리와 함께. 몇 피트 아래로 떨어졌다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멈췄다.

유아리는 순수한 공포에 찬 원초적인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도와주세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우리 죽을 거예요!"

또 한 번의 덜컹거림. 더 긴 추락. 내 심장도 갈비뼈를 맹렬히 두드렸지만, 정신은 이상하게 맑았다. 나는 벽에 몸을 기대고,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될 때까지 손잡이를 꽉 잡았다.

"태준 씨! 태준 씨, 살려줘요!" 유아리가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며 울부짖었다.

그때, 우리는 들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발소리. 외치는 소리. 그리고 혼돈 속에서 내 숨을 멎게 한 목소리.

"아리! 은하! 안에 있어?" 강태준이었다.

"태준 씨!" 유아리가 눈물로 쉰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도와줘요! 너무 무서워요!"

정비 기사의 긴장되고 다급한 목소리가 부서진 문틈으로 들려왔다. "선생님, 주 케이블이 닳았습니다! 언제 끊어질지 몰라요! 한 번에 한 사람씩만 빼낼 수 있을 정도로만 문을 벌릴 수 있습니다. 선택하셔야 합니다!"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두껍고, 무겁고, 숨 막히게 변했다.

침묵.

문 바로 밖에서 강태준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유아리의 절박하고 딸꾹질하는 흐느낌이 들렸다. 내 심장 소리가 들렸다. 내 삶의 초를 세는 광란의 북소리.

숨 막히는 어둠 속에서, 나는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것이 왔다. 모든 감정이 제거된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명확하고, 완전히 최종적이었다.

"유아리를 구해."

내 피가 얼음으로 변했다.

문이 사람이 겨우 비집고 나갈 수 있을 만큼만 억지로 열렸다. 나는 강태준의 손이 안으로 뻗어와, 나를 완전히 지나쳐, 유아리를 어둠 속에서 끌어내 그의 품에 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히스테릭하게 흐느끼며 그에게 매달렸다.

"괜찮아, 자기야, 괜찮아." 그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내가 있잖아."

그는 정비팀을 향해 돌아섰다. "이제 내 아내를 구해."

하지만 그들이 나를 도우려 움직이는 순간, 귀를 찢는 듯한 금속 찢어지는 소리가 공기를 채웠다.

엘리베이터가 추락했다.

세상은 메스꺼운 움직임의 흐릿함이 되었다. 위장이 목구멍으로 솟구쳤다. 모든 것이 검게 변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것은 강태준의 얼굴이었다. 그의 눈은 내가 이름 붙일 수 없는 무언가의 불꽃으로 커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더 이상 알아볼 수 없는 목소리로 외쳐진 내 이름이었다.

너무 늦었다. 언제나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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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열아홉 살 정부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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