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침묵만이 덧씌워진 병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조서연은 숨을 쉬는 것도 잊은 채 추건우의 대답만 기다렸다.

"거래?" 그러나 그녀에게 돌아온 건 차가운 비웃음이었다.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되물은 추건우가 고개를 비스듬히 하자 얼굴에 조롱 섞인 미소가 피어 올랐다. "조서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거래를 제안하는 거지?"

눈도 깜박이지 않은 조서연은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차분하게 숨을 고르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투명한 피부에 야무지게 벌어진 매혹적인 입술이 유난히 인상적이었던 그녀의 얼굴에 가녀린 매력을 더했다.

"만약 제가 추건우 씨의 다리를 완전히 낫게 해줄 수 있다고 하면 어떤가요?"

"내 다리를 낫게 해줄 수 있다고?"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한 추건우는 휠체어에 올려둔 팔에 더욱 힘을 실었다.

'조서연은 사고를 당하더니 정말 머리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닐까? 아니면 일부러 하반신 마비인 그의 인내심을 건드려 마지막 남은 희망까지 빼앗아 가려는 잔인한 수단일까?

'그녀의 진짜 목적은 도대체 뭐지?'

추건우의 분노 서린 눈은 그녀의 생각을 꿰뚫어 볼 기세였다.

빠르게 침대에서 내려온 조서연은 이미 그의 휠체어 앞에 웅크려 앉았다.

"추건우 씨가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신다면, 3개월 안에도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담담히 말하며 그의 다리 상태를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손이 다리에 닿기도 전에 빠르게 몸을 피한 추건우가 당장에 그녀의 손을 낚아채고 세게 움켜쥐는 것이다.

무고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는 조서연의 얼굴에서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미간이 못마땅하게 찌푸려진 추건우가 발끈했다. "대체 이게 무슨 짓이지?" 추건우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겨우 억누르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연민? 동정? 아니면 거짓말? 그녀가 어떤 감정으로 다가오든, 필요 없다.

추건우가 손에 더욱 힘을 주자 조서연의 가녀린 팔목에 선명한 손자국이 생겨났다.

압도적으로 밀려오는 위압감에 조서연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 아래 하얗게 질린 얼굴과 빨개진 눈시울은 어떻게든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의도가 분명하게 묻어났다.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 나는 것을 느낀 추건우는 짜증스럽게 그녀의 손을 쳐냈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조서연이 몸을 휘청거렸지만 이내 다시 중심을 잡고 그의 다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가녀린 손가락은 추건우의 증상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단호하고도 정확하게 종아리의 신경 찾아 꾹 눌렀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그녀가 종아리를 누를 때마다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감각이 온몸에 퍼지는 것이다.

추건우는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눈살을 더욱 찌푸렸다.

여태껏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던 두 다리에서 감각이 전해졌다.

그것도 조서연의 행동으로 인해서 말이다.

조서연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추건우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추건우 씨, 지금은 어떤가요?"

추건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반짝이는 두 눈을 가만히 마주했다. 마치 지금 이 순간이 기적인지, 아니면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순간적으로 일어난 우연인지 판단하려 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거래에서 당신이 얻으려는 건 뭐지?"

조서연의 빛나던 눈동자가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증오로 가득 차 올랐다. "심씨 그룹을 파멸시키고, 제 어머니의 모든 것을 되찾아 올 거예요."

'설마 나보고 심씨 그룹을 완전히 무너뜨리라는 뜻인가?' 추건우의 입술을 비집고 차가운 실소가 터져 나왔다. "당신이 그토록 사랑한다던 남편의 회사를 내 손으로 파멸시키라는 건가? 아니면 다른 수법으로 나를 배신하려는 건가? 당신이 이미 나를 한 번 배신했다는 사실 잊지 마. 3년 전 우리 함께 시작한 프로젝트를 아무 말도 없이 심윤호한테 넘겼던 거 벌써 잊었어? 내가 하루아침에 수천 억을 날린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지?"

정곡을 제대로 찔린 조서연은 수치심에 고개를 아래로 떨궜다. 명백한 그녀의 잘못이었기에, 그녀는 반박할 말도 찾지 않았다.

추씨 그룹의 명성과 실력을 고려했을 때, 수천억을 잃었다고 해서 큰 타격을 입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빼앗긴 추건우가 사라지자 추씨 그룹은 업계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균열이 점차 커졌다.

심씨 그룹은 이 틈을 이용해 하루아침에 A시에 자리를 굳건하게 잡은 것은 물론이고, 명문 가문 대열에 합류했다.

과거는 그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이기에, 조서연은 이미 지나간 시간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두 눈에 결의로 가득 찬 그녀가 단호하게 고개를 들었다. "3개월이면 충분해요. 제가 추건우 씨 휠체어에서 일어나게 해줄 테니, 제 부탁 들어주세요."

눈도 깜박하지 않고 조서연을 내려다본 추건우는 여전히 그녀의 얼굴에서 아무 것도 보아낼 수 없었다.

그의 집요한 시선에 조서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녀는 끝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제 말을 믿지 못하시겠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계약서로 증명할게요. 저는..."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굳게 입술을 닫고 있던 추건우가 입을 열었다.

쌀쌀맞은 목소리였지만 조금 전과 달리 침착하면서도 계산적인 말투였다.

"부탁을 들어줄 수 있어. 하지만 지금 나한테 가장 필요한 건, 우리 가문을 이을 수 있는 상속인이야."

예상치 못한 말에 조서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자리에 얼어붙었다.

상속인?

그러니까 그녀더러 심윤호와 이혼하고 그와 재혼한 뒤, 그의 아이를 낳아달라는 말이 맞을까?

조서연이 망설이는 것을 본 추건우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걸렸다.

예상대로 그녀는 심윤호를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불쌍하기도 하자.

"이렇게 간단한 요구도 들어줄 수 없다고 하니, 더 이상 이야기할 게 없을 것 같군."

말을 마친 추건우는 휠체어를 돌려 병실을 나서려 했다.

"잠시만요!" 다급한 마음에 그녀가 그를 불러 세웠다.

조서연은 자리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그를 쫓아가려 했으나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며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이다.

순간 몸의 중심을 잃은 그녀는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벽 쪽을 향해 몸을 기울였다.

그녀가 쓰러지려는 것을 본 추건우가 본능적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은 것이다.

일순간 두 사람의 놀란 얼굴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마주쳤다.

묵직한 향수 냄새가 조서연의 코를 찌르며 몸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체온에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익숙한 냄새였지만 어디서 맡았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차갑게 식은 추건우의 눈빛에 몸을 흠칫 떨었다.

"언제까지 누워있을 거야?" 그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몸에 더욱 힘이 들어간 조서연은 한참을 버둥거리고 나서야 추건우의 품에서 몸을 똑바로 세우고 뒤로 물러섰다.

"제 말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추건우 씨의 제안, 받아들일게요. 복잡한 과정 생략하고, 바로 결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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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훔친 신비스러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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