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유담은 놀란 표정으로 강송완을 바라보며 물었다. "도씨 그룹이면 네 남편 회사 아니야? 왜 직접 관여하지 않고 나를 연락하게 만든 거야?"
강송완은 입을 꾹 다물었다. 디자인 부서의 위기 상황을 알게 되었을 때, 강송완은 도와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도희준은 오히려 그녀에게 문제 일으키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화를 냈었다.
강송완은 조롱하듯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 "우리 이혼했어, 담아."
그들의 결혼생활은 겨우 3년에 불과했지만, 그녀는 도희준을 도합 10년 동안 사랑했다. 의미 없이 10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니 이런 비참한 결과를 맞는 것도 당연했다.
강송완을 위아래로 훑어보던 유담은 눈을 크게 뜨고 혀를 차며 말했다. "드디어 콩깍지가 벗겨졌네. 내가 그랬잖아. 전 애인을 잊지 못하는 나쁜 자식과는 결혼하지 말라고. 내가 네 마음을 바꾸려고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데, 다 귓등으로 들었잖아. 한바탕 고생을 하고 나서야 깨달으셨나 보군요."
강송완은 여전히 차분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한때 반짝이던 그녀의 눈은 이제 생기가 사라진 듯했다. 그녀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네 말이 맞아. 부딪혀봐야 아픈 줄 아는 거야. 지금부터는 내 사업에만 집중할 거야."
"잘 생각했어! 그 말만을 기다렸어. 사랑 따위는 잊어버려! 가장 중요한 건 너의 커리어라고." 유담이 열정적으로 말했다. "그래서, 계획은 있어? 200억 따위 개나 주라고 해. 우리 그냥 불륜남녀를 골탕이나 먹이자고."
강송완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 "늘 그렇듯이 애매모호하게 대답했지?"
유담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리스의 협업은 늘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 일단 별문제 없으면 주문을 받긴 하지만, 확실하게는 답을 하지 않는다. 협력할 고객에 대한 더 상세한 추가 조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고객이 품성이 악랄한 사람일 경우 즉시 협력 관계를 중단하게 된다.
강송완은 그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파일을 검토해 보니, 도씨 그룹은 마감일을 맞추지 못할 경우 고객에게 수천억 원을 보상해 줘야 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좋아. 계속 이렇게 희망고문 하라고 해. 아, 오늘 밤 스카이 빌딩에 갈 거라고 전해줘."
스카이 빌딩은 상류 계층만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오는 사람들은 부유할 뿐만 아니라 상당한 영향력까지 가지고 있었다.
소주희는 도희준의 팔을 감싸 안은 채 룸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희준 씨, 오늘 밤 거래는 순조롭게 진행될 거야. 걱정 마."
도희준은 미소를 지으며 소주희의 허리에 팔을 감싸며 말했다. "모두 주희 네 덕분이야. 네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소주희는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채,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마음속으로는 다른 꿍꿍이셈을 하고 있었다.
이 거래만 성사되면 도희준은 그녀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을 것이고, 그를 정말로 도울 수 있는 사람은 그녀밖에 없다고 믿게 될 것이다.
미팅은 저녁 7시로 예정되어 있었다. 룸의 문은 활짝 열려 있어 복도가 훤히 보였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얼굴을 확인한 순간 소주희의 미소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충격에 빠진 채로 그 사람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잘못 봤나? 강... 강송완?'
강송완을 본 도희준 역시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평소에 입던 캐주얼 한 셔츠와 헐렁한 바지 차림이 아닌, 날씬한 몸매를 강조하는 몸에 꼭 맞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긴 머리는 자연스러운 웨이브로 스타일링 되어 어깨 위로 늘어뜨려 있었다. 긴 목선과 가는 허리가 강조되어 우아하고 매혹적이면서도 세련되어 보였다.
확 달라진 강송완의 모습에 도희준은 순간 넋을 잃고 쳐다보기만 했다. 마치 만화를 찢고 현실 세계에 들어온 캐릭터와 같았다.
그는 얇은 입술을 꾹 다물고 그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겨우 하루 사이에, 어떻게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뀔 수 있지?
어제까지만 해도 지루하고 평범한 그의 아내였는데 지금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빛이 나고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강송완은 그들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한 듯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
바로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