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뭘 기다려? 원시연, 자기 분수를 잘 알아야지!" 지석훈이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

원시연은 가죽 시트에 편안히 몸을 기댄 채, 지석훈의 뒤에 숨어 있는 심미희를 쳐다봤다.

심미희는 지석훈의 옷깃을 꼭 움켜쥐고 그의 등 뒤로 몸을 움츠렸다.

원씨 가문은 지석훈 세 사람을 입양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최고의 생활 조건을 제공해 주었다.

심지어 그들을 해외로 유학 보냈고, 회사 주식까지 나누어 주었다.

그 모든 건 오직 그들이 원씨 가문의 유일한 핏줄인 원시연을 지켜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정작 그 세 사람은 원씨 가문의 모든 자원을 심미희에게만 쏟아부었다.

심미희는 원씨 가문에서 일하는 가정부의 딸에 불과할 뿐인데 원씨 가문 아가씨에 못지않은 대접을 받으며 호의호식하고 있었다.

외출할 때마다 고급 세단이 그녀를 데리러 왔고, 원씨 가문의 진짜 아가씨인 원시연은 오히려 그녀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원시연은 시선을 거두고 지석훈을 똑바로 응시하며 또렷하게 말했다. "당연히 기다려야지."

지석훈은 심미희의 머리 위로 손을 뻗어 햇빛을 가려주며 원시연을 향해 소리 질렀다.

"원시연, 내가 차에 태워주겠다고 한 걸 고맙게 받아들여야지. 왜 자꾸 고집을 부리는 거야?"

원시연이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어 창문 제어 버튼을 살짝 누르자, 창문이 조용히 올라가면서 지석훈의 팔을 그대로 끼워 버렸다.

지석훈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황급히 팔을 거두어들였다.

원시연이 비아냥 섞인 어조로 덧붙였다. "아직 차에서 내리지 않은 사람이 있잖아."

그녀는 고개를 돌려 운전석 쪽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추 아저씨, 이 두 사람을 차에서 내쫓아 주세요."

그 말을 들은 추기태 아저씨는 바로 안전벨트를 풀고 차 문을 열어 뒷좌석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지석훈의 팔을 확 잡아당겨, 단번에 차 밖으로 끌어내 버렸다.

방심한 지석훈은 몇 걸음 비틀거리더니 옆에 있는 화단 울타리에 부딪히고 말았다.

심미희는 깜짝 놀라 비명 섞인 목소리로 지석훈을 부르며 그를 부축하려 했지만, 하이힐이 꺾이면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추기태는 반대편 차 문을 열고 심미희가 뒷좌석에 던져둔 명품 가방을 꺼내 그녀의 발밑에 던져 버렸다.

그러고는 차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돌아가 기어를 넣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자동차 엔진이 굉음을 내며 배기구에서 회백색 연기가 뿜어져 나와 지석훈의 얼굴을 제대로 덮쳤다.

지석훈은 손을 휘저어 연기를 쫓아내며 몇 차례 기침을 쏟아 냈다.

점점 멀어지는 차량을 바라보며 그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

'원시연이 오늘 약이라도 잘못 먹은 걸까?'

평소 자신이 눈살을 찌푸리기만 해도 그녀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조마조마했다.

그런 그녀가 오늘 감히 운전기사에게 자신을 밀쳐 내라고 지시하다니.

'설마 이런 어설픈 밀당으로 내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심미희는 발목을 문지르며 지석훈을 올려다봤다. "석훈 오빠, 언니가 나를 탓하지는 않겠지?"

심미희의 빨개진 눈시울을 내려다본 지석훈은 그녀를 부축해 일으키며 애써 태연한 척 말했다.

"원시연이 감히 그럴 자격이 있어? 지금은 화가 나서 저러는 거야. 며칠 지나면 다시 우리한테 아양을 떨며 찰싹 달라붙을 거야."

그는 소매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심미희의 손을 잡았다.

이곳은 산 중턱에 있는 개인 병원으로 택시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산 아래까지 걸어가야 했다.

게다가 원씨 가문의 산 중턱 별장은 외부 차량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즉, 두 사람은 더 먼 길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원씨 가문 별장.

원시연은 현관문 앞에 앉아 지친 걸음으로 겨우 산 중턱까지 올라온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석훈의 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어 등에 달라붙었다.

심미희는 더 처참한 모습이었다. 손에 꺾인 하이힐을 들고 맨발로 아스팔트 도로를 걷는 그녀는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숨을 들이마셨다.

"원시연, 너 정말 양심도 없는 사람이야?" 지석훈은 현관문에 들어서기 전에 원시연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가 원시연의 앞을 가로막으며 햇살을 완전히 차단했다.

"양심?" 원시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며 차가운 어조로 되받아쳤다. "이 차는 원씨 가문의 차고, 나는 원씨 가문의 유일한 상속인이야. 내가 우리 집 차를 타고 집에 돌아온 건데, 도대체 누구한테 양심을 지키라는 거지?"

지석훈은 말문이 막히더니 심미희를 앞으로 끌어당겨 그녀의 상처 난 발가락을 가리켰다.

"미희가 너 때문에 이렇게 고생했는데, 너는 여기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 네가 대회에 참가하려고 준비한 디자인을 미희한테 보상으로 줘. 그 디자인을 내주면, 오늘 일은 없던 일로 할게."

원시연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왜 줘야 하는데?"

지석훈은 그 한 마디에 다시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원시연이 예전에 이런 질문을 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기억 속에서, 자신이 입을 열기만 하면 아무리 귀한 물건이라도 원시연은 아무 조건 없이 내놓곤 했다.

"그건… 그건…"

한참을 고민한 끝에 지석훈은 겨우 한마디를 내뱉었다. "네가 우리를 정말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미희한테 그 디자인을 줘야지."

원시연은 이 모든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7년 전, 막 성인이 된 세 사람은 반년 가까이 심씨 가문 모녀를 찾아다녔다.

그때 겨우 15살이었던 원시연은 오빠들이 좋은 일을 하는 줄만 알고 졸졸 따라다니며 오히려 그들을 도와 소식을 알아보기도 했다.

심미희의 어머니인 오순화는 지석훈 세 사람이 고아원에 있을 때 그들을 돌봐 주던 보육사였다.

전기 고장으로 불이 났을 때, 그녀는 지석훈 세 사람을 품에 안고 밖으로 뛰쳐나왔고, 그 과정에서 두 손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그 후로 10년이 넘도록 세 사람은 그 은혜를 잊은 적이 없었다.

드디어 심씨 가문의 모녀를 찾은 그들은 두 사람을 원씨 가문으로 데려와, 의식주를 원씨 가문의 기준에 맞춰 제공해 주었고, 은혜를 갚는 빚을 원시연에게 떠넘겼다.

오순화가 그들의 목숨을 구해준 건 사실이지만 그들을 키우고, 해외 유학을 보내 주며, 원씨 가문의 주식을 그들 손에 쥐어준 건 원씨 가문이었다.

처음에 원시연은 그들이 이 두 가지를 분명히 구분할 수 있으리라 믿었지만 지금 보니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애초에 구분하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원시연은 차가운 어조로 또박또박 말했다. "안 줘."

지석훈은 낯설게 변한 여자를 바라보며 마음속에 짜증이 더욱 짙어지는 것을 느꼈다.

원시연은 정말 많이 변한 것 같았다.

지금 전체 스토리 읽기
작가를 후원하고 Moboreader의 다음 이야기를 응원해 주세요!
모든 회차 잠금 해제

난 더 이상 그 사람을 원하지 않아요

3화
회차
사용자 설정
다음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