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남녀 사이의 일은 항상 사람을 황홀하게 만든다. "한 번만 더 하자."

강희진은 지친 나머지 땀에 젖은 채 침대에 누워버렸다. 하지만 그는 다시 그녀를 안아 올리며 거칠고 급하게 움직였다. 그 중요한 순간에도, 그녀는 고개를 들고 부탁하듯 말했다. "태호야, 이번엔 피임하지 않으면 안 돼? 난 아기가 갖고 싶어."

정태호는 그 말에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곧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아이는 신경 쓸 게 너무 많아. 난 아직 준비가 안 됐어."

강희진은 입술을 깨물며 눈이 붉어졌다. "그런데 우리 곧 결혼하잖아. 어른들도 손주를 원하시는데, 정말 안 될까?" 그녀의 목소리는 간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정말로 그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아이도 하나 갖고 싶었다.

하지만 정태호의 차가운 얼굴을 보자, 그녀는 결국 타협했다. "알겠어. 아기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그제야 정태호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리고 다시 그녀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자마자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호야, 이렇게 늦은 밤에 전화해서 미안해. 근데 나 방금 거실에서 넘어져서 발이 너무 아파... 너 지금 많이 바쁘면 나 혼자..."

심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태호가 입을 열었다. "기다려, 지금 갈게."

"응. 태호야, 내가 너랑 희진이를 방해한 건 아니지? 희진이가 오해하지 말아야 할 텐데. 아니면 그냥 나 혼자 택시를 부를게..."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정태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 모습에 강희진은 웃음만 나왔다.

욕실로 들어간 두 사람은 온 몸이 젖은 상태로 야릇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고, 서로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정태호한테는 이런 상황도 지나칠 수 있는 더 중요한 사람이 있었다.

편애를 받는 것은 정말 특권이었고 모든 규칙을 벗어난 예외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약혼자는 그녀가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으니,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잠시 후, 정태호는 수건으로 강희진을 감쌌고 커다란 수건이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완벽히 가려주었다.

"침대로 놓아줄게. 먼저 자." 정태호는 드물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마치 찬물을 끼얹은 듯 그녀의 마음을 완전히 식혀버렸다. '지금 심율이한테 가려는 거야?'

강희진은 손을 꽉 움켜쥐며 몸이 굳어졌다.

한참 후, 그녀는 작은 발걸음으로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스스로도 믿기 힘든 행동을 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정태호를 꽉 안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내 옆에 있어 줘. 가지 마."

정태호는 잠시 놀란 듯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리광 부리지 마. 심율이가 다쳤어. 그러니까 내가 가봐야 해."

"하지만 나도 지금 네가 필요해. 네가 내 옆에 있어 줬으면 좋겠어." 강희진은 눈을 붉히며 입술을 깨물었다.

"억지 부리지 마, 희진아. 넌 항상 잘 이해해줬잖아."

하지만 그녀는 오늘만큼은 이해해주고 싶지 않았고, 단지 그를 붙잡고 싶었다.

"태호야..." 강희진은 애타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말 잘 들어. 손 놓고."

강희진은 고개를 저었다.

"손 놓으라고!" 정태호의 눈빛은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입술을 꽉 다문 채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냈고, 그 힘은 그녀를 아프게 했다.

더 이상 붙잡을 용기가 없어진 강희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놓았다.

"금방 돌아올게." 정태호는 떠나기 전에 이 말을 남겼다.

'금방 돌아온다고? 3살짜리 아이나 믿을 수 있겠지. 심율이 불러서 나갈 때마다, 돌아온 적이 없으면서.'

그녀가 임신하는 것을 원하지 않은 것도 아마 심율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태호의 마음속 깊이 간직한 사람이자 간절히 원하면서도 얻지 못한 첫사랑이었으니까. 당연히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길 수 밖에 없겠지.

회차 2

목욕을 마치고, 강희진은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날 밤의 침대는 유난히 차가웠고, 어떻게 뒤척여도 따뜻해지지 않았다.

아침 6시.

그녀는 시어머니 남서란의 전화를 받았다. "결혼식 날짜는 석 달 뒤로 정했어. 아주 좋은 날이야."

그 날짜는 남서란이 점을 봐서 정한 결혼하기에 좋은 날이었다.

"내가 이렇게 전화한 건 너더러 얼른 너희 부모님에게 알리라고 하는 거야. 우리 정씨 가문은 돈이 많다고 해서 호구는 아니거든. 그러니 너희 집에서도 딸 하나 팔아 넘길 생각하지 말고 혼수 제대로 준비해. 너무 초라하면 우리 가문의 체면이 구겨지니까."

강희진은 순순히 대답했다. "알겠어요. 아버지께 전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예단은 한 푼도 받지 않을게요."

하지만 그 말은 남서란을 만족시키지 못했고, 그녀는 오히려 냉소적으로 말했다. "역시 싸구려야."

강희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설령 예단을 받는다고 해도 그 돈은 냉정한 아버지와 까다로운 후 엄마 손에 들어갈 뿐이라는 것을.

"태호가 왜 너 같은 걸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가난하고 촌스럽기까지 한 애를. 내 아들이 너랑 결혼하겠다고 고집부리지 않았으면, 난 절대 너 같은 애는 안 받아들였을 거야." 전화를 끊기 전, 남서란은 잊지 않고 구시렁거렸다.

강희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남서란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녀와 정태호의 약혼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 정태호와 결혼해 그의 아내가 되는 것은 그녀의 가장 큰 소원이었다.

15살이었던 그때, 그녀의 계모는 명망 있는 부인들의 모임에 그녀를 데려간다고 했고, 그곳이 바로 정씨 가문이었다. 그날 그녀는 계모의 계략에 의해 수영장에 빠져버렸다.

강희진은 그냥 그렇게 죽을 줄 알았다. 하지만 꿈에도 생각지 못한 건, 한 소년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녀를 안고 위로 헤엄치며 차가운 물과 죽음의 손아귀에서 그녀를 구해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그녀는 그가 떠나는 뒷모습 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의 손목에 찬 검은 시계는 똑똑히 기억에 새겼다.

몇 년 후, 그녀는 똑같은 시계를 보고 그를 알아봤고, 정태호는 확실히 그때 그녀를 구해준 소년이 맞았다. 그렇게 한 번의 목숨을 구해준 은혜에 그녀는 자신의 모든 마음을 그에게 바쳤고, 그날부터 그녀는 그와 결혼하는 것을 꿈으로 삼으며 백년해로의 미래를 꿈꿔왔다.

그때,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강희진의 생각이 끊겼다. 다음 순간, 침실 문이 열리며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정태호가 들어왔고, 그의 정장은 완전히 구겨져 있었다.

예상대로, 그는 또 심율을 돌보느라 잠을 설쳤을 것이다. 금방 돌아오겠다던 말은 이미 잊었겠지.

강희진은 시선을 피하며 그를 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정태호는 그녀를 끌어안았고 차가운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스치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화났어?"

강희진은 몸을 피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몸에서 나는 여자의 향수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더 중요한 것은 그의 셔츠에 묻은 립스틱 자국이었다. 심율의 흔적은 마치 바늘처럼 그녀의 마음을 찔렀다.

"너 아직도 심율 씨를 사랑해?" 강희진은 그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갑자기 물었다.

정태호는 그녀를 꼭 껴안으며 섹시한 목소리로 말했다.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그렇게 많이 해? 심율이 나에게 특별한 존재인 건 인정해. 하지만 그건 단순한 동창 사이의 우정일 뿐이야."

강희진은 반박하지 않았고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나는? 태호야, 나 사랑해?"

회차 3

"태호야, 나 사랑해?" 그녀는 그날, 그들이 어떻게 사귀게 되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심율은 다른 남자를 따라 외국으로 떠났었다.

정태호는 그 소식에 거의 미칠 지경이었고 그는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바로 그날 밤, 그는 그녀의 몸에 올라타서 그녀의 울음과 떨림을 무시한 채, 한 번 또 한 번, 지치지도 않는 듯, 통제력을 잃고 그녀를 쉴 새 없이 탐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그녀에게 물었다. "억울하면 내 여자친구 해. 그럴래?"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그렇게 그들의 관계가 시작되었다. 그것은 단지 책임감일 뿐, 사랑은 없었다.

그럼 지금은? 시간이 지난 지금, 그는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사랑이나 호감이라도 생겼을까?

정태호는 그녀의 고운 눈매를 바라보며 말했다. "희진아, 우리 곧 결혼해. 이제 넌 내 아내가 될 것이고, 난 널 아껴주고 지켜줄 거야…"

그가 말을 마치기 전에, 갑자기 입술 위에 서늘한 감촉이 느껴졌다. 강희진의 손가락이 그의 입을 막은 것이다. "태호야, 더 말하지 마. 나도 알겠으니까. 밤새 고생했으니 옷이라도 갈아입고 회사로 출근해. 내가 가져다 줄게."

그녀는 담담하게 말하고 몸을 돌렸다.

하지만 몸을 돌리자마자, 그녀의 눈에서는 참지 못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많은 말을 했다. 부드럽고, 달콤하고, 따뜻한 말들… 하지만 정작 제일 중요한 대답은 모두 피해갔다.

만약 그녀를 사랑한다면 단 한 마디로 충분했고, 그렇게 많은 화려한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았다. 말이 많을수록 사랑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그걸 알기에, 그녀는 그 뒤의 말들을 들을 용기가 없었다.

옷장에 다가가 그가 입을 정장을 꺼내려는 순간, 그녀는 익숙한 품에 안겼다. 정태호의 턱이 그녀의 머리 위에 놓였고 한 손은 그녀의 작은 손을 잡았다. "날씨가 춥지도 않은데 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

강희진은 아직 눈물이 얼굴에 맺혀 있었고 가슴이 답답했기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였다.

다음 순간, 그녀의 몸이 돌려졌다.

그녀는 눈을 들어 촉촉한 눈매로 어린 사슴처럼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 눈빛은 애처로움을 담고 있었고, 정태호는 순간 마음이 흔들려 그녀의 얼굴을 잡고 입을 맞추었다. 그의 키스는 그녀를 통째로 삼켜버릴 듯이 거칠고 깊었다.

강희진은 발끝을 들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그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녀의 얼굴은 붉어졌고 숨도 거칠어져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가슴 속에서는 한줄기의 달콤함이 느껴졌다.

몇 년을 함께했지만, 정태호가 이렇게 통제력을 잃고 그녀를 탐하는 모습은 오직 이런 순간뿐이었다. 그리고 오직 이럴 때에만 그녀는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태호야…" 강희진은 숨이 막혀 울먹이듯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정태호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그녀를 놓아주었다. "회사에 급히 볼 일이 있는 게 아니었다면, 지금 당장 널 먹어버리고 싶어." 그의 목소리는 섹시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강희진은 얼굴이 빨개지며 그를 밀어냈다. "우리 어제 밤에 금방… 금방…" 그 뒤의 말은 부끄러워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하지만 정태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꼭 안았다. "그래서 뭐? 내 아내니까 아무리 가져도 모자란 건 당연한 거야."

강희진이 말을 하려는 순간, 손목에 서늘한 감촉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손목에 아름다운 팔찌가 걸려 있었다. 반짝이며 빛나는 루비가 그녀의 피부를 더욱 하얗고 예쁘게 바쳐주고 있었다.

"나한테 주는 거야?" 그녀는 고개를 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응, 마음에 들어?"

"네가 직접 골랐어?"

정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마음에 들어, 고마워!" 강희진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발끝을 들고 그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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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늘 도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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