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딱, 딱!"

김이진은 짐을 다 정리하고 나서 아래층으로 내려와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때, 서지혁이 손가락을 두 번 튕기자 저택 안에서 일사 불란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훈련을 잘 받은 하인, 30여 명이 안쪽에서 줄지어 나와 세 줄로 나란히 섰다.

맨 앞에 선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허리를 살짝 숙이고는 공손하게 말했다. "김 아가씨, 안녕하십니까. 집사 장설연입니다. 편하게 장집사 라고 불러주십시오."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에 선 하인들이 일제히 인사를 건넸다. "김 아가씨, 안녕하십니까!"

김이진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고 서지혁을 쳐다봤다.

"서지혁 씨, 이건...?"

남자는 입 꼬리를 살짝 올리고 단호하지만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씨 집안이 세워주지 않던 그 체면, 제가 세워드리죠."

김이진은 가슴이 철렁했다.

방금 교도소에서 나온 그녀는 김씨 가문과 완전히 척을 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류층 사람들은 그녀가 가문에서 버림받았다는 소식을 알게 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누구든 그녀를 짓밟을 수 있을 것이다.

서지혁의 행동은 그녀가 자신의 사람이라는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통보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고마워요, 서지혁 씨."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그녀는 서지혁이 착하기만 한 사람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배려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그녀에게 그 만큼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혈연으로 맺어진 위선적인 가족들보다 서지혁이라는 '동맹'이 더 믿음직스러웠다.

"장집사는 저와 오랫동안 함께 일한 사람입니다. 무슨 일이든 장집사에게 맡기면 되실 겁니다." 서지혁은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김이진은 서둘러 그의 뒤를 따랐다. "서지혁 씨, 우리 협력은..."

남자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그녀의 귀에 똑똑히 들려왔다. "급할 거 없습니다. 김 아가씨의 능력,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이바흐의 문이 닫히고 엔진 소리가 낮게 울리더니 차는 유유히 저택을 떠났다.

'날 이대로 내버려 두고 떠나 다니?'

김이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그래, 지금은 시간이 많으니 천천히 계획을 세우면 돼.'

"김 아가씨, 이건 서 회장님이 아가씨를 위해 준비한 겁니다."

장집사가 블랙 카드를 건넸다. "한도 제한이 없으니 자유롭게 사용하시면 됩니다."

김이진은 카드를 건네받고 입 꼬리를 살짝 올렸다.

'서지혁은 정말 통이 크군.'

"그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장집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목욕물 받아두었으니 씻고 나오시면 제가 저택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김이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하인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욕실에는 따뜻한 물이 준비되어 있었고, 장미 에센셜 오일과 아로마 향이 그녀의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 그녀는 욕조에 기대어 눈을 감고 지난 한 달 동안 짰던 판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았다.

환생한 후, 그녀는 즉시 서지혁에게 연락했다.

전생에 그녀는 죽은 후 원혼의 상태로 서지혁과 김씨 가문의 상업 전쟁을 직접 목격했다.

서지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지만, 한 가지 장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자신의 사람을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그녀는 도박을 걸었다.

그녀는 주식 시장의 세 번의 혼란을 미리 예측하고 서지혁에게 위험을 피하는 방법을 정확하게 알려줬다. 그 대가로 그는 그녀가 앞당겨 교도소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금을 지원했다.

당시 그녀가 했던 약속은 바로 3개월 내에 10배의 수익으로 보답하겠다는 거였다.

"서지혁, 절대 손해 보는 거래가 아닐 거야."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녀는 김씨 가문이 대가를 치르게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은 영원히 오를 수 없는 높이에 올라가 있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할 것이다!

목욕을 마친 김이진은 장집사가 준비한 특수 제작된 원피스를 입었다. 머리도 살짝 말고 화장까지 마치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장집사는 감탄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김 아가씨께는 이 스타일이 아주 잘 어울리는 군요."

김이진은 싱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사람 하나만 알아봐 줘요. 이름은 장소연이에요."

새롭게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자신의 세력을 만드는 게 급선무였다.

한 시간 후, 르앙 프라자.

최고급 명품샵들이 전부 모여 있는 이곳에서 김이진이 'LUMOS' 가게에 들어섰다. 그러자 점원이 바로 그녀를 맞이했다.

"손님, 어떤 스타일의 옷을 찾으시나요?"

김이진이 아직 입을 열기도 전에, 뒤에서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둘째 오빠. 이 드레스 진짜 예쁘다! 그치?"

김이진의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 그녀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김이준의 팔짱을 낀 김이원이 1억짜리 드레스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입어 봐. 마음에 들면 사."

그때, 점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이 드레스는 한정판이라 입어 볼 수 없어요."

김이준의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뭐야? 돈 없어서 못 살까 봐 그래?"

점원은 서둘러 해명했다. "죄송합니다. 손님. 그런 뜻이 아니라, 저희 매장 규정상..."

"그거, 제가 살게요."

차가운 목소리가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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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돌아온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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