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불안하고 상처받은 마음으로, 나는 한때 내 것이었던 곳으로 차를 몰았다. 태준을 만나기 전, 내가 믹솔로지스트로서 명성을 날렸던 청담동의 세련된 바 ‘연금술사’였다. 나는 익숙한 소음, 잔 부딪치는 소리, 나와 상관없는 대화의 웅성거림이 필요했다.

나는 바의 맨 끝자리에 앉았다. 잘 닦인 나무 바닥이 손 아래서 차갑게 느껴졌다.

“어머나. 이게 누구야.”

고개를 들었다. 김유라였다. 그녀는 바 안쪽에서 카운터를 닦고 있었다. 싸구려에 몸에 꽉 끼는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여기서 뭐 해요?” 나는 혼란스러워 물었다.

그녀는 지친 미소를 지었다. “월세 벌어야죠. 그래픽 디자인 일은 잘 안 들어오고, 레오 병원비는… 만만치 않아서요.”

이곳에 그녀가 있다는 사실이 침입처럼 느껴졌다. 이곳은 나의 성역이었다.

“탄산수에 라임 띄워서 주세요.” 나는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억누르며 말했다.

그녀는 내 음료를 만들며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누군지 알아요. 아니, 누구였는지. 서은하. 이 도시 최고의 믹솔로지스트. 태준 씨가 당신 얘기 해줬어요.”

그녀의 말은 무심했지만, 계산된 것처럼 느껴졌다. 태준이 그녀에게 또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저 혼자 있고 싶었다.

“오래전 일이에요.” 나는 음료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그녀는 카운터에 기대어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그날 밤 라스베이거스에서 그 사람 정말 외로워 보였어요. 자기 돈만 노리는 속물 같은 여자들한테 질렸다고 했어요. 진실한 걸 원한다고.”

나는 뻣뻣하게 굳었다.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정말 다정했어요.” 그녀는 꿈꾸는 듯한 눈으로 말을 이었다. “제가 힘든 시기였거든요. 아버지가 편찮으셨는데. 그냥 들어주기만 했어요. 저를 안전하게 느끼게 해줬죠.”

모든 단어가 의도적으로 칼날을 비트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았다. 그녀는 술김의 실수가 아니라 깊고 감정적인 교감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나를 다른 여자처럼 느끼게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그건 효과가 있었다.

억누르고 있던 분노와 질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터뜨릴 수 없었다. 그녀는 그의 아이의 엄마였으니까. 그녀는 내가 결코 가질 수 없는 그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비뚤어진 방식이지만, 그녀가 우선이었다.

고통은 가슴속에 단단하고 움직이지 않는 덩어리처럼 자리 잡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 댄스 플로어의 번쩍이는 조명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려 애썼다.

그리고 그때, 그를 보았다.

강태준.

그는 입구에 서서 방 안을 훑어보고 있었다. 심장이 철렁했다. 나를 데리러 왔구나.

하지만 그의 시선은 내게 닿지 않았다. 그의 눈은 유라를 찾았다.

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에게 곧장 걸어갔다. 불과 몇 피트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나는 보지도 못했다.

“유라 씨,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며칠 동안 내게 보여주지 않았던 다정함이 가득했다. “쉬어야죠. 레오가 당신을 필요로 해요.”

심장이 가라앉았다. 그는 나를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그녀를 위해 온 것이었다.

그는 어떤 인파 속에서도 나를 찾아내곤 했다. 그의 눈은 항상 내 눈을 찾아냈고, 사람들로 가득 찬 방 안에서 우리만의 은밀한 교감을 나누곤 했다. 이제 나는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유라의 눈이 내 쪽으로 휙 향했다. 그 깊은 곳에서 승리감에 찬 작은 빛이 반짝였다. 그제야 태준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나를 보았다.

그는 놀란 듯하더니, 이내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은하야? 이런 곳에서 뭐 해? 집에 있어야지.”

그 씁쓸한 아이러니가 너무나 지독해서 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도시의 절반을 소유한 억만장자였지만, 내 세상은 우리 집의 네 벽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그의 세상은 또 다른 가족을 포함하도록 확장되었다.

나는 억지로 딱딱하고 부서지기 쉬운 미소를 지었다. “옛날 생각나서요.”

나는 상처를 억누르고 일어나 바 안쪽으로 들어갔다. 익숙한 도구들이 손안에서 단단하게 느껴졌다. “한 잔 만들어 줄게요. 옛정을 생각해서.”

그것은 우리의 의식이었다. 그를 사랑하는 나의 방식.

그는 유라에게 시선을 옮기며 망설였다. “안 돼. 유라 씨 병원에 데려다줘야 해.”

핑계는 얄팍했다. 그는 24시간 대기하는 기사가 있었다.

셰이커 위에서 내 손이 멈췄다. 그가 내 칵테일만이 자기가 원하는 유일한 것이라고, 자기가 내 가장 큰 팬이라고 말했던 모든 순간이 떠올랐다.

“정말 내가 만들어주는 술 안 마실 거예요?” 나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은하야,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잖아.” 그의 목소리는 조바심으로 팽팽했다. “레오가 아프잖아. 당신은 쉬어야 하고.”

항상 레오 때문이었다. 항상 내 건강 때문이었다. 마치 내가 그가 진짜 삶을 처리하는 동안 선반 위에 올려놓아야 할 깨지기 쉬운 인형인 것처럼.

내 열정은 사라졌다. 나는 조용히 셰이커를 내려놓았다.

태준은 내 실망감을 감지한 듯했다. 그는 가까이 다가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미안해, 은하야. 약속할게, 레오가 나아지면 우리 둘이서만 여행 가자. 그리고 유라 씨 문제는 내가 처리할게. 우리 삶에 끼어들지 못하게 할 거야. 약속해.”

그의 약속은 나를 달래기 위한 빈말처럼 느껴졌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바 건너편에서 유라가 유니폼을 갈아입고 나왔다. 그녀는 다가와 내 어깨에 얹힌 태준의 손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증오의 빛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걱정의 가면 뒤로 숨었다.

그녀는 태준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그의 아들이 있었다. 그녀는 궁극적인 무기를 가지고 있었고, 그녀가 가질 수 없는 유일한 것, 그의 마음을 가진 나를 원망했다.

“태준 씨, 가야 해요.” 그녀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병원에서 또 전화 왔어요. 레오가 당신을 찾는대요.”

태준은 한숨을 쉬며 내 어깨에서 손을 뗐다. 그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다.

“맞아.” 그는 나를 향해 다시 목소리를 부드럽게 했다. “집에 가, 은하야. 나중에 전화할게.”

그는 돌아서서 그녀와 함께 걸어갔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삶의 유물인 나를 그곳에 남겨두고.

나는 그들이 가는 것을 지켜봤다. 시야가 눈물로 흐려졌다. 이해했다. 그는 피곤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나는 그를 위해 변명하려 애썼다.

나는 셰이커를 집어 들어 그가 가장 좋아하던 칵테일, 복잡하고 스모키한 올드 패션드를 만들었다. 나는 그것을 바 위에 올려놓았다. 호박색 액체가 조명 아래서 빛났다.

그리고 나는 걸어 나왔다.

그는 내가 만든 술을 절대 그냥 두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오늘 밤, 그 술은 그대로 남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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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이 허물어질 때 — 사랑의 가혹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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