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2

메시지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온 번호였다.

[제 이름은 서도윤입니다. 제가 당신의 오빠인 것 같습니다.]

오빠.

순간, 거칠고 불가능할 것 같은 희망이 솟구쳤다. 나는 평생을 위탁 가정에서 살았다. 내가 고아이며, 과거가 없는 소녀라고 믿으며. 십 대 시절 기억을 앗아간 교통사고 이후, 내게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서둘러 답장을 보냈다.

[어떻게 저를 찾으셨어요?]

나는 화면에 눈을 고정한 채 기다렸다. 하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나는 아침 식사를 밀어냈다. 토스트는 종이처럼 맛이 없었다. 대저택의 침묵은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복도에 있는 괘종시계의 모든 똑딱거림이 내 가슴속 공허함을 메아리쳤다.

하루 종일 기다렸다. 의문의 서도윤이라는 사람의 답장을. 그리고 내 남편의 전화를.

둘 다 오지 않았다.

저녁이 되자, 아침에 반짝였던 희망은 서서히 꺼져갔다. 내 눈의 빛도 지는 해와 함께 희미해졌다.

태준은 집에 오지 않았다.

나는 내 인생의 유령처럼 우리의 완벽한 집을 헤맸다. 그가 나와 저녁을 먹기 위해 일찍 퇴근했던 모든 순간을 기억했다. 내가 요리하는 동안 부엌에서 나를 안아주던 모습, 내 머리에 턱을 괴던 그의 모습을.

그 모든 것이 평생 전의 일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침묵뿐이었다. 외로움뿐이었다.

다음 며칠도 똑같았다. 태준은 그림자 같았다. 그는 내가 깨기 전에 집을 나섰고, 내가 뒤척이는 잠에 빠진 한참 후에야 돌아왔다. 킹사이즈 침대의 내 옆자리는 차갑고 텅 비어 있었다.

내 안의 상처는 무겁고 끊임없는 통증으로 자라났다. 내가 매니큐어 색깔만 바꿔도 알아채던 남자는 이제 나를 거의 보지 않는 것 같았다.

그와 이야기해야만 했다. 이 지옥 같은 정체 상태에서 살 수는 없었다.

어느 날 밤, 나는 어두운 거실에 앉아 그를 기다렸다. 시계가 새벽 2시를 쳤을 때, 자물쇠에 열쇠가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지친 모습으로 들어왔다. 넥타이를 풀며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은하야? 왜 아직 안 자고 있어?” 그는 화난 것 같지는 않았지만, 목소리에는 거리가 느껴졌다.

“얘기 좀 해요, 태준 씨.”

심장이 갈비뼈를 부술 듯이 뛰었지만, 나는 목소리를 차분하게 유지했다.

“당신이랑… 그 여자랑, 레오랑,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예요?”

그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망설였다. “복잡해.”

“사랑해, 은하야. 너뿐이야. 알잖아.”

그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 말은 공허하게 들렸다. 연습한 것처럼.

“레오에겐 책임을 져야 해.” 그가 말을 이었다. “유라한테는 아이가 최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원하는 건 뭐든 해줄 거야. 하지만 그게 다야. 그냥 돈과 책임감일 뿐이야.”

나는 그의 얼굴을 샅샅이 훑었다. 피로와 죄책감이 보였다. 하지만 내가 포함되지 않은 그의 삶의 일부 주위에 벽을 쌓고 멀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그 여자한테 마음이 있었던 적 있어요?” 질문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작고 날것 그대로의 질문이었다.

숨이 턱 막혔다. 나는 대답이 두려워 그의 얼굴을 지켜봤다.

“아니.” 그가 마침내 내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실수였어. 딱 한 번.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야. 내 인생은 너와 함께야, 은하야. 오직 너뿐이야.”

안도의 물결이 나를 덮쳤다. 너무 강렬해서 어지러울 정도였다. 나는 그를 믿었다. 믿고 싶었다.

나는 일어나 그의 손을 잡아 내 평평한 배로 가져갔다. 이 엉망진창 속에서 유일한 좋은 소식을 전하려던 참이었다.

“태준 씨, 나…”

날카롭고 집요한 벨 소리가 침묵을 갈랐다. 그의 휴대폰이었다.

그는 전화를 받기 위해 내 손을 뿌리치며 손을 뺐다. 그의 표정은 즉시 극심한 공포로 바뀌었다.

“뭐라고? 지금 바로 갈게.”

그는 이미 문으로 향하며 전화를 끊었다.

“레오 열이 치솟고 있대. 치료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 가봐야겠어.”

그는 또 떠나고 있었다.

“푹 자, 은하야.” 그가 문고리를 잡은 채 어깨너머로 말했다. “착하게 있어.”

그는 가버렸다.

나는 텅 빈 거실에 홀로 서 있었다. 내 손은 여전히 배 위에 있었다.

“나 임신했어요.” 나는 그가 있던 빈 공간을 향해 속삭였다.

그 말은 침묵에 삼켜졌다.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내 안의 무언가가 오싹한 확신과 함께 알았다. 우리의 완벽한 세계는 금이 갔고, 다시는 온전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니 침대 옆 탁자에 선물 상자가 놓여 있었다. 안에는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펜던트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쪽지도 있었다.

[미안해, 은하야. 내가 다 보상할게. 사랑하는 J가.]

내 마음 한구석이 누그러졌다. 그는 노력하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나의 태준이었다.

나는 목걸이를 걸기 위해 보석함으로 갔다. 그리고 그때, 나는 그것을 보았다. 벨벳 상자 안에 고이 놓인, 똑같은 목걸이를.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그는 똑같은 것을 두 번이나 샀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다.

가슴속의 작은 온기가 얼음으로 변했다. 그것은 사려 깊은 선물이 아니었다. 비서가 사다 준 죄책감의 표시였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남자의 손쉬운 해결책이었다.

마치 신호라도 된 듯, 휴대폰이 울렸다. 태준의 어머니, 최 여사였다.

“은하야.” 그녀의 목소리는 잘 닦인 강철 같았다. “태준이의… 그 상황에 대해 듣고 아주 놀랐단다.”

그녀가 내게 전화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최 여사는 배경 없는 고아인 나를 결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힘든 시간이었어요.”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 뭐.” 그녀가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늘 말했지, 태준이에겐 대를 이을 아들이 필요하다고. 네가 낳아주지 못해서 유감이구나. 하지만 이제 아들이 생겼잖니! 내게는 손자가 생긴 거고. 넌 지지해야 해, 은하야. 병원에 가보렴. 유라와 그 불쌍한 아이에게 친절을 보여줘.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야.”

전화가 끊겼다.

나는 그녀의 말이 귓가에 맴도는 채로 서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

내 손이 배로 향했다. 쓰리고 공허한 감정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태준과 내가 2년 동안 이야기했던 아기를 생각했다. 그는 항상 서두를 것 없다며, 당분간은 나를 독차지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이제 그에게는 아들이 생겼다. 그를 필요로 하는 아픈 아들. 그리고 나는 그냥… 아내였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아내.

하지만 나는 불임이 아니었다.

나는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알지도 못했다.

회차 3

불안하고 상처받은 마음으로, 나는 한때 내 것이었던 곳으로 차를 몰았다. 태준을 만나기 전, 내가 믹솔로지스트로서 명성을 날렸던 청담동의 세련된 바 ‘연금술사’였다. 나는 익숙한 소음, 잔 부딪치는 소리, 나와 상관없는 대화의 웅성거림이 필요했다.

나는 바의 맨 끝자리에 앉았다. 잘 닦인 나무 바닥이 손 아래서 차갑게 느껴졌다.

“어머나. 이게 누구야.”

고개를 들었다. 김유라였다. 그녀는 바 안쪽에서 카운터를 닦고 있었다. 싸구려에 몸에 꽉 끼는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여기서 뭐 해요?” 나는 혼란스러워 물었다.

그녀는 지친 미소를 지었다. “월세 벌어야죠. 그래픽 디자인 일은 잘 안 들어오고, 레오 병원비는… 만만치 않아서요.”

이곳에 그녀가 있다는 사실이 침입처럼 느껴졌다. 이곳은 나의 성역이었다.

“탄산수에 라임 띄워서 주세요.” 나는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억누르며 말했다.

그녀는 내 음료를 만들며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누군지 알아요. 아니, 누구였는지. 서은하. 이 도시 최고의 믹솔로지스트. 태준 씨가 당신 얘기 해줬어요.”

그녀의 말은 무심했지만, 계산된 것처럼 느껴졌다. 태준이 그녀에게 또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저 혼자 있고 싶었다.

“오래전 일이에요.” 나는 음료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그녀는 카운터에 기대어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그날 밤 라스베이거스에서 그 사람 정말 외로워 보였어요. 자기 돈만 노리는 속물 같은 여자들한테 질렸다고 했어요. 진실한 걸 원한다고.”

나는 뻣뻣하게 굳었다.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정말 다정했어요.” 그녀는 꿈꾸는 듯한 눈으로 말을 이었다. “제가 힘든 시기였거든요. 아버지가 편찮으셨는데. 그냥 들어주기만 했어요. 저를 안전하게 느끼게 해줬죠.”

모든 단어가 의도적으로 칼날을 비트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았다. 그녀는 술김의 실수가 아니라 깊고 감정적인 교감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나를 다른 여자처럼 느끼게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그건 효과가 있었다.

억누르고 있던 분노와 질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터뜨릴 수 없었다. 그녀는 그의 아이의 엄마였으니까. 그녀는 내가 결코 가질 수 없는 그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비뚤어진 방식이지만, 그녀가 우선이었다.

고통은 가슴속에 단단하고 움직이지 않는 덩어리처럼 자리 잡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 댄스 플로어의 번쩍이는 조명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려 애썼다.

그리고 그때, 그를 보았다.

강태준.

그는 입구에 서서 방 안을 훑어보고 있었다. 심장이 철렁했다. 나를 데리러 왔구나.

하지만 그의 시선은 내게 닿지 않았다. 그의 눈은 유라를 찾았다.

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에게 곧장 걸어갔다. 불과 몇 피트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나는 보지도 못했다.

“유라 씨,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며칠 동안 내게 보여주지 않았던 다정함이 가득했다. “쉬어야죠. 레오가 당신을 필요로 해요.”

심장이 가라앉았다. 그는 나를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그녀를 위해 온 것이었다.

그는 어떤 인파 속에서도 나를 찾아내곤 했다. 그의 눈은 항상 내 눈을 찾아냈고, 사람들로 가득 찬 방 안에서 우리만의 은밀한 교감을 나누곤 했다. 이제 나는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유라의 눈이 내 쪽으로 휙 향했다. 그 깊은 곳에서 승리감에 찬 작은 빛이 반짝였다. 그제야 태준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나를 보았다.

그는 놀란 듯하더니, 이내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은하야? 이런 곳에서 뭐 해? 집에 있어야지.”

그 씁쓸한 아이러니가 너무나 지독해서 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도시의 절반을 소유한 억만장자였지만, 내 세상은 우리 집의 네 벽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그의 세상은 또 다른 가족을 포함하도록 확장되었다.

나는 억지로 딱딱하고 부서지기 쉬운 미소를 지었다. “옛날 생각나서요.”

나는 상처를 억누르고 일어나 바 안쪽으로 들어갔다. 익숙한 도구들이 손안에서 단단하게 느껴졌다. “한 잔 만들어 줄게요. 옛정을 생각해서.”

그것은 우리의 의식이었다. 그를 사랑하는 나의 방식.

그는 유라에게 시선을 옮기며 망설였다. “안 돼. 유라 씨 병원에 데려다줘야 해.”

핑계는 얄팍했다. 그는 24시간 대기하는 기사가 있었다.

셰이커 위에서 내 손이 멈췄다. 그가 내 칵테일만이 자기가 원하는 유일한 것이라고, 자기가 내 가장 큰 팬이라고 말했던 모든 순간이 떠올랐다.

“정말 내가 만들어주는 술 안 마실 거예요?” 나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은하야,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잖아.” 그의 목소리는 조바심으로 팽팽했다. “레오가 아프잖아. 당신은 쉬어야 하고.”

항상 레오 때문이었다. 항상 내 건강 때문이었다. 마치 내가 그가 진짜 삶을 처리하는 동안 선반 위에 올려놓아야 할 깨지기 쉬운 인형인 것처럼.

내 열정은 사라졌다. 나는 조용히 셰이커를 내려놓았다.

태준은 내 실망감을 감지한 듯했다. 그는 가까이 다가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미안해, 은하야. 약속할게, 레오가 나아지면 우리 둘이서만 여행 가자. 그리고 유라 씨 문제는 내가 처리할게. 우리 삶에 끼어들지 못하게 할 거야. 약속해.”

그의 약속은 나를 달래기 위한 빈말처럼 느껴졌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바 건너편에서 유라가 유니폼을 갈아입고 나왔다. 그녀는 다가와 내 어깨에 얹힌 태준의 손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증오의 빛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걱정의 가면 뒤로 숨었다.

그녀는 태준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그의 아들이 있었다. 그녀는 궁극적인 무기를 가지고 있었고, 그녀가 가질 수 없는 유일한 것, 그의 마음을 가진 나를 원망했다.

“태준 씨, 가야 해요.” 그녀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병원에서 또 전화 왔어요. 레오가 당신을 찾는대요.”

태준은 한숨을 쉬며 내 어깨에서 손을 뗐다. 그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다.

“맞아.” 그는 나를 향해 다시 목소리를 부드럽게 했다. “집에 가, 은하야. 나중에 전화할게.”

그는 돌아서서 그녀와 함께 걸어갔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삶의 유물인 나를 그곳에 남겨두고.

나는 그들이 가는 것을 지켜봤다. 시야가 눈물로 흐려졌다. 이해했다. 그는 피곤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나는 그를 위해 변명하려 애썼다.

나는 셰이커를 집어 들어 그가 가장 좋아하던 칵테일, 복잡하고 스모키한 올드 패션드를 만들었다. 나는 그것을 바 위에 올려놓았다. 호박색 액체가 조명 아래서 빛났다.

그리고 나는 걸어 나왔다.

그는 내가 만든 술을 절대 그냥 두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오늘 밤, 그 술은 그대로 남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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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이 허물어질 때 — 사랑의 가혹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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