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2

굵고 크게 강조된 그 제목은 마치 날카로운 바늘처럼 지소영의 눈을 콕콕 찔러댔다.

기사 아래로는 육현우와 명주 그룹의 외동딸 소다미의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두 사람이 한밤중 바닷가에서 바람을 맞으며 다정하게 포옹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한창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보였다.

그런데 사진 속 육현우가 입고 있는 옷이, 어젯밤 그녀의 집을 떠날 때 입었던 옷과 똑같았다. 지소영은 문득 자신이 더 불쌍한 것인지, 아니면 곧 육현우와 약혼할 소다미가 더 불쌍한 것인지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졌다.

그녀는 뉴스 화면을 닫고 육현우와의 카톡을 열었다. 마지막 채팅 내용은 어제 오후, 육현우가 저녁에 자신의 집에 오겠다는 메시지였다.

육현우는 아직 그녀에게 직접적인 이별 통보는 하지 않았다. 아마 지금쯤 소다미의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소영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스쳤다.

지소영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육현우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일은, 그가 먼저 입을 열지 않더라도 이제 자신이 스스로 결심해야 할 일이었다.

집요하게 매달리는 건 그녀의 스타일이 아니었으니까. 비록 지난 몇 년 동안 육현우에 대한 사랑이 이미 뼛속까지 깊이 스며들었음에도 말이다.

세수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그녀는 서둘러 회사로 향했고, 도착하자마자 <직무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회사 캐나다 지사의 책임자로 전근을 신청한 것이다. 아무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자리였지만, 지금의 그녀에게는 자신을 위해 맞춤 제작된 자리처럼 느껴졌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거라 생각했지만,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직무 조정 신청이 거부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미간을 찌푸린 그녀는 바로 인사부에 전화를 걸었고, 전화 너머로 들려온 대답에 그녀는 의아함과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전화기 너머의 인사부 부장 윤천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지 본부장님, 저도 어쩔 수 없어요. 본부장님의 전근 신청은 대표님께서 직접 반려하셨으니, 저한테 따져봤자 소용없습니다."

'육현우? 도대체 그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내가 전근을 신청해서 조용히 떠나는 게, 서로에게 가장 좋은 결과가 아닐까?'

곧 지소영은 전화기 너머의 윤천아에게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께 직접 여쭤볼게요."

전화를 끊은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육현우의 사무실로 향했다. 평소 그녀가 대표실을 직접 찾아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비서 유예빈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늘의 실시간 검색어를 떠올린 유예빈은 지소영이 육현우를 찾아와 난동을 부릴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얼굴에 어색한 미소가 번졌다.

"지 본부장님, 무슨 일로 오셨어요?"

지소영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예의 바르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표님을 만나러 왔어요. 대표님께 말씀 좀 전해 주세요."

육현우와 지소영의 관계를 알고 있는 유예빈은 그녀의 이 같은 침착한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녀가 육현우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하자, 전화기 너머에서 냉철하면서도 짧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들어오라고 해."

지소영이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육현우는 책상에 앉아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었다.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그의 팔뚝에는 탄탄한 근육이 드러나 있었다.

"대표님." 육현우의 책상 앞에 멈춰 선 지소영은 부하직원으로서의 예의를 지키며 딱딱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대표님께서 왜 제 전근 신청을 반려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입술을 살짝 깨물며 지소영은 조금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회사에서 가장 젊은 영업 본부장이고, 실적도 상위권에 속합니다. 제가 가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육현우는 통제욕이 강한 사람이었다. 지소영은 지난 몇 년 동안 그의 앞에서 고분고분한 고양이처럼 행동했기에 그의 곁에 머무를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명백하게 육현우의 의사에 반항하는 행동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입술을 꼭 깨문 육현우는 옆에 놓인 시가 상자에서 시가 한 대를 꺼내 천천히 불을 붙이고 짙은 연기를 내뿜었다.

"떠나고 싶어?"

지소영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육현우는 그녀의 대답에 눈을 가늘게 뜨고, 담담하게 다시 물었다. "이유는?"

"회사에서 가장 젊은 본부장으로서 업무 능력도 상위권에 속합니다. 제가 가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육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코웃음을 쳤다. "넌 똑똑한 사람이니까, 내가 묻는 게 그게 아니라는 걸 알잖아."

지소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고 육현우의 날카로운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육 대표님, 곧 약혼하실 예정이시잖아요. 제가 지금 떠나는 게 대표님과 소다미 씨, 그리고 저에게도 가장 좋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대의를 잘 아는군.' 육현우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자신이 그녀를 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매달리기는커녕 오히려 먼저 떠나겠다고 나서다니.

보통 남자 같으면 그녀의 이러한 배려심에 감동해서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육현우는 보통 남자와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었다. 지소영의 말을 들은 그의 얼굴에는 감동의 기색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더욱 음산해졌다.

그는 손에 쥔 시가를 재떨이에 거칠게 비벼 끄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순간 그의 커다란 그림자가 그녀를 완전히 압도했다.

"그러니까, 지금 네가 먼저 나를 차겠다는 말이야?"

'이게 무슨 헛소리야! 약혼을 앞둔 건 너잖아, 왜 내가 너를 차는 일이 된 거지?'

지소영이 그의 몸에서 풍기는 시가 냄새를 맡으며 투덜거리려 할 때, 육현우가 갑자기 그녀를 품에 안고 눈을 마주쳤다.

지소영은 육현우의 차가운 눈빛에 어두운 빛이 스치는 것을 보았고, 그의 목울대가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을 본 순간,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뒤로 물러섰다.

육현우의 곁에 오랫동안 머물렀던 그녀는 그가 흥분했을 때 어떤 모습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하지만 여긴 사무실인데…'

다음 순간, 육현우는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격렬하고 뜨거운 키스에 지소영은 육현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육현우가 지소영을 안고 소파로 향했을 때, 그녀는 이미 완전히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육 대표님, 여긴 회사입니다…"

회차 3

육현우의 욕망으로 가득찬 눈빛이 지소영의 붉게 물든 입술 위에 잠시 머물더니, 낮은 신음 소리를 내며 그녀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지소영의 가슴이 거의 드러나자 육현우의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

똑똑똑...

바로 그 순간,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육현우는 귀찮은 듯 고개를 돌려 문을 쳐다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내뱉었다. "꺼져!"

"대표님, 소다미 씨가 대표님을 뵈러 왔습니다."

비서 원우성의 목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오자, 육현우의 움직임이 순간 멈칫하며 굳어버렸다.

그는 바로 지소영의 몸에서 내려와 흐트러진 넥타이를 고쳐 매고는 책상 뒤로 돌아가 차분히 자리에 앉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의 차갑고 금욕적인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지소영은 소파 앞에 쭈그리고 앉은 채, 가슴 한구석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마침 소다미가 활짝 웃는 얼굴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현우 씨, 내가..."

소다미는 말끝을 흐리며 소파 앞에 서 있는 지소영을 발견하고는 표정이 순간 굳어버렸다.

이내 다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육현우를 돌아봤다. "현우 씨, 내가 방해한 건 아니지?"

육현우는 고개를 들어 소다미를 바라보았고, 지소영은 그의 눈빛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부드러움을 발견했다.

그가 조용히 대답했다. "아니야." 그리고는 시선을 돌려 지소영을 향해 차갑게 말을 던졌다. "할 말 다 했으니 일하러 가."

방금 전까지 자신의 몸을 열정적으로 탐닉하던 그 남자와는 너무나도 다른, 냉혹하기 짝이 없는 그의 목소리에 지소영은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네, 대표님."

사무실 문을 닫으며 뒤돌아본 순간, 소다미가 육현우의 뒤로 달려가 그의 목을 끌어안고 볼에 입을 맞추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현우 씨, 어젯밤 수고 많았어. 내가 직접 끓인 인삼 넣은 삼계탕이야. 처음으로 끓인 거니까 꼭 다 마셔야 해."

소다미의 말을 들은 지소영은 눈을 깜빡이며 조용히 문을 닫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복도를 걸어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사무실로 돌아온 그녀는 책상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머릿속에는 소다미가 육현우의 목을 끌어안는 모습이 맴돌았고,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했다.

현실을 일찍이 받아들였지만, 막상 눈으로 직접 확인한 그 장면은 여전히 지소영의 가슴을 후벼파는 듯했다.

육현우가 자신의 전근 신청을 끝내 승인해주지 않는다면 그냥 사직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자는 없으면 그만이지만 항성 그룹에서 몇 년 동안 피땀 흘려 이룩한 모든 것을 한 순간에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 한편에서는 아쉬움과 미련이 꿈틀거렸다.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비서 임미진이 사무실로 들어와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지소영은 인기척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임미진과 눈을 마주쳤다. "무슨 일이야?"

임미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본부장님, 오탁 대표 측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오탁 그룹의 주문 규모는 상당했다. 지소영은 항성에서 대형 기계 생산라인 판매 업무를 총괄하고 있었고, 이번 주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반년 넘게 오탁 측 구매 책임자를 만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번번이 문전박대를 당했다.

오늘 드디어 희소식이 들어온 것이다. 그녀는 임미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언제 만나기로 했어?"

"본부장님, 오늘 저녁 일정이 비어 있어서 오늘 저녁으로 예약을 잡아드렸습니다." 임미진은 이제 막 졸업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입 사원으로, 높게 묶은 말총머리가 매우 활기차 보였다.

"알겠어." 지소영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럼 저녁에 고급스러운 중식당으로 예약해 줘. 오탁의 구매 담당자가 허주 사람인데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고 했어."

임미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에 꼼꼼히 메모했지만, 여전히 사무실을 나서지 못하고 자리에서 머뭇거리며 지소영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런 임미진을 보고 지소영이 담담하게 되물었다. "또 무슨 일 있어?"

임미진은 깊은 숨을 한 번 들이쉬고는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말했다. "본부장님, 연예 뉴스 좀 확인해 보세요. 본부장님에 관한 기사가 올라온 것 같습니다."

말을 마친 임미진은 도망치듯 황급히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지소영은 휴대폰을 꺼내 뉴스를 확인하자, 하얗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연예 기자들이 그녀와 육현우의 사진과 영상을 찍어 올린 것이었다. 육현우의 얼굴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흐릿하게 처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선명했다. 임미진이 그녀에게 뉴스를 확인하라고 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아침에 육현우와 소다미의 약혼 소식이 실시간 검색어를 뜨겁게 달군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제는 이런 일까지 터져 나온 것이다. 이미 지소영의 신상을 캐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었다.

전에 그녀와 육현우가 함께 있을 때는 두 사람 모두 싱글이었기에 신상이 털려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육현우의 약혼 발표 직후에 이 기사가 터져 나온다면, 사람들은 그 기사를 그녀가 흘린 것이라 여길 게 뻔했다. 육현우의 약혼을 방해하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술수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녀는 육현우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이런 속임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녀는 많은 여자들이 육현우에게 이런 술수를 쓰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는 것을 직접 목격해왔다.

3년 전, 예쁘장한 외모의 무명 배우 하나가 바로 이 방법을 썼다. 육현우와의 스캔들을 이용해 자신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지소영이 지난번 그 여자를 봤을 때, 그녀는 한 저급 호텔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지소영은 잠시 고민하더니 육현우의 비서인 원우성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위층에서 육현우는 소다미를 배웅하고 돌아서자 원우성의 뭔가 망설이는 표정이 눈에 띄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무실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할 말 있으면 해."

원우성은 입술을 달싹이더니 휴대폰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 "대표님께서 직접 확인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표님과 지소영 본부장님에 관한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그는 이어서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지소영 본부장님이 저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기사는 자신이 유출한 게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사직서도 보내셨습니다. 대표님께 더 이상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직서를 빨리 처리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전체 스토리 읽기
작가를 후원하고 Moboreader의 다음 이야기를 응원해 주세요!
모든 회차 잠금 해제

그가 애지중지하는 그녀

2화
회차
사용자 설정
다음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