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권수연은 박민규가 권우별의 아빠라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S시를 떠난 후, 그녀는 휴대폰 번호를 바꾸고 박씨 가문과의 연락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권우별을 박민규가 있는 환경에 데려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몇 년 동안 박민규의 소식을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 아마 지금쯤 그 남자는 원하는 대로 결혼을 했고, 아이도 낳고 잘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늦은 저녁, 권수연은 권우별을 품에 안고 자기전에 동화책을 읽어줬지만, 권우별은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을 뿐, 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권수연은 동화책을 침대 옆 탁자에 내려놓고 권우별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 "눈 감고 얼른 자."

권우별은 이불 속으로 몸을 더 웅크리며 작은 목소리로 억울하게 물었다. "엄마, 제가 오늘 정말 잘못한 거예요?"

정말 잘못한 걸까? 솔직히 따져보면 권우별은 잘못한 것이 없었다. 그는 사리 분별을 잘하는 아이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좀 지나칠 때가 있었다. 사람들과 차분하게 논쟁할 만큼 인내심이 있는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권수연은 평소처럼 그가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고 권우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별이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어."

평소 권수연은 매우 이성적인 사람이다. 그녀는 권우별의 나이가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법을 배우는 시기이며, 어른에게는 아이를 잘 이끌어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 왜 다들 내가 잘못한 것처럼 그래요? 엄마까지 나를 나무랐잖아요." 권우별이 억울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이야. 한 사람을 보호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줬잖아. 넌 아직 어려서 모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약한 쪽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말도 있잖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이해 못 하겠어요. 그럼 엄마는 다 알면서 왜 저한테 소리치셨어요?" 권우별의 어린 세계에는 울음으로 사탕을 얻는다는 개념이 없었다. 주먹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왜 울음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그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아이들의 부모님이 화가 났기 때문이야. 만약 엄마가 널 혼내지 않으면, 그분들이 직접 널 혼냈을 거야. 그 사람들은 엄마보다 더 심하게 널 때렸을지도 몰라. 그래서 엄마가 먼저 나선 거야. 하지만 엄마가 널 진짜 다치게 한 건 아니잖아, 그렇지?" 권수연은 권우별이 어른들의 복잡한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잘못하면 벌을 받고, 잘하면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권우별은 고개를 들어 엄마를 올려다봤다. 두 사람은 각자의 논리로 서로를 설득하려 애썼다.

권수연은 대견스러운 마음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이는 순수하고 천진난만하게 태어났는데, 어른들은 왜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아이에게 강요해야 할까?

그녀는 권우별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우리 아들 말이 맞아. 미안해, 오늘은 엄마가 잘못했어. 앞으로 엄마가 잘못하면 꼭 말해줘야 해. 알았지?"

권우별은 드디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음 날, 권수연이 집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을 때, 권우별은 이미 밖으로 나가 놀고 있었다.

아침 식사가 준비되었지만, 권우별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권수연은 앞치마를 벗어 던지고 권우별를 찾으러 내려갔다.

그때, 검은색 세단 몇 대가 건물 아래에 멈춰 서더니, 검은색 정장을 입은 젊은 남자 일곱 여덟 명이 차에서 차례로 내렸다.

아이들은 반짝이는 세단 주위에 모여 부러운 눈빛으로 차를 쳐다봤다. 권우별도 그 아이들 틈에 섞여 맨 앞 차에서 내리는 젊은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남자가 차에서 내리며 그것을 벗자, 뒤따르던 남자가 곧바로 선글라스를 받아 들었다.

남자는 주위를 힐끔 둘러보고는 낡은 건물을 올려다본 뒤, 앞에 모여든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그의 시선은 마침내 권우별에게 꽂혀 멈춰 섰다.

권수연도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들은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고, 현지인도 아닌 것 같았다. 차량 번호판을 보니 S시의 차였다.

권수연은 이런 낯선 무리와 엮이고 싶지 않았고 위층 문도 잠그지 않고 나온 터라, 서둘러 권우별을 향해 소리쳤다.

"권우별, 집에 가서 밥 먹자!"

예전에는 사람들 앞에서 웃을 때조차 입을 가리던 그녀가 이제는 하루에 열 번도 넘게 소리를 질러야 겨우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권우별은 선두에 선 남자를 흘깃 쳐다보며 "네"라고 대답한 뒤, 권수연에게 달려갔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꽉 잡은 채 위층으로 올라갔다. 잠시 후, 권수연이 손을 씻고 나오자마자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권수연은 그릇을 식탁에 올려놓고 문을 열었다.

방범문을 열자마자 권수연은 자리에 얼어붙었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조금 전 아래층에서 선두에 선 남자가 아닌가?

권수연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는 아는 사람이 많았고 예전 직장 동료도 수두룩했지만, 눈앞의 남자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아래층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몰랐지만, 남자가 자신의 눈앞에 서 있으니 권수연은 알 수 없는 압박감을 느꼈다.

남자는 185센티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 건장한 체격이었고, 짙은 눈썹과 날카로운 눈매, 뚜렷한 이목구비에 몸에 딱 맞는 검은색 정장은 한눈에 봐도 값비싸 보였다.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권수연을 내려다보았다.

"누구 찾으세요?" 권수연은 문틀을 잡고 경계하며 남자를 안으로 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고훈성은 어디 있습니까?"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누구요?" 권수연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고훈성이요." 남자는 천천히 다시 한 번 말을 되뇌었다. 그리고는 인내심 있는 사람처럼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제 아들, 고, 훈, 성, 말입니다."

그 순간 권수연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믿고 싶지 않은 예감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애써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

"전 모르는 사람인데요. 잘못 찾아오신 것 같습니다." 말을 마친 그녀는 재빨리 문을 닫으려고 했다.

남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왔다. 집은 낡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여기저기에 아이가 살고 있는 흔적이 역력했다. 남자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소파에 앉았다.

손을 씻고 나온 권우별은 소파에 앉아 있는 낯선 남자와 긴장한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는 엄마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의 눈에 엄마는 항상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낸 독수리 같았지만, 지금은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는 작은 병아리 같았다.

권우별은 남자 앞으로 다가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아저씨, 누구세요?"

어른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듯한 말투와 자세였다.

권우별을 본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그를 끌어당기려고 했지만, 권우별은 남자의 손을 재빨리 피했다.

그러나 남자는 화를 내지 않고 마치 자신의 집 소파에 앉은 것처럼 편안하게 말했다. "내가 네 아빠다."

권수연은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지만, 남자가 권우별과의 관계를 말했을 때,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올 것이 드디어 왔구나.'

그녀가 지난 몇 년 동안 권우별을 목숨처럼 지키며 살아온 것은, 언젠가 이 아이를 제대로 사랑해보기도 전에 빼앗길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권우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안색이 창백해진 엄마를 돌아보더니 한참 후에 입을 열었다. "제 아빠는 죽었다고 들었는데요?"

문 옆에 창백하게 굳어 있는 권수연을 힐끗 쳐다본 남자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그는 권수연을 향해 경고하듯 입꼬리를 비틀어 올린 후, 권우별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는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단다. 이제 널 데리러 왔으니 함께 집에 가자."

권수연과 권우별은 충격에 빠져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권우별은 이제 겨우 네 살이지만, 어릴 때부터 남다르게 총명한 아이였다. 그는 엄마의 표정에서 이 낯선 남자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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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당하고 총수의 아이를 키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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