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고현아는 숨이 멎을 듯 고통스러웠다. 그녀는 이정후의 바리자락을 잡고 애원했다. "정후야, 제발 교도소에 말 좀 해줘. 외할머니가 돌아갔으니 내가 남아서 후사를 해야 해."

이정후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교도소는 돈으로 되는 곳이 아니야. 속상한 건 알겠는데 말하기 전에 생각이란 걸 좀 하고 말해."

"생각이란 걸 하라고?" 고현아는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감옥에 갇혀있는 11개월 동안, 윤설희한테 수혈해 주러 4번이나 나왔는데 전부 다 네가 돈으로 해결한 거잖아? 왜 지금은 안 되는 거야?"

"상황이 다르니까."

"뭐가 다른데?" 고현아는 간신히 슬픔을 참고 계속 애원했다. "네 마음 속에서 윤설희보다 중요한 사람은 없다는 거 알아. 하지만 지금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잖아. 외할머니는 날 키워주셨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난 감옥에 있었기 때문에 효도도 제대로 못했어. 마지막은 내가 꼭 옆을 지켜서 보내드려야 해. 마지막 가는 길마저 배웅하는 사람도 없이 외롭게 외할머니를 보낼 순 없잖아? 정후야, 내가 이렇게 빌게."

"너한텐 삼촌이 있잖아? 그리고 외할머니가 체면 있게 가실 수 있도록 내가 다 처리할게."

"돈 문제가 아니야." 고현아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이미 돌아가셨는데 아무리 돈을 들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난 그냥 외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배웅하고 싶은 거야. 정후야, 이번만 도와준다면 앞으로 얼마든지 윤설희한테 수혈할게."

"수혈하는 걸 조건으로 삼는 거야?" 이정후는 고현아를 내려보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고현아, 이건 네가 윤설희한테 진 빚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설희가 휠체어를 탈 일도 없었겠지."

고현아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두 눈을 꽉 감았다.

1년 전, 윤설희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면서 척추를 다쳐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 그리고는 고현아가 밀친 거라고 그녀를 모함했다.

이씨 가문 사람들은 전부 고현아를 범인이라고 확신했고, 감시 카메라 영상도 없고 증인도 없었기에 그녀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그녀의 남편인 이정후가 입을 열었다. "고현아, 네가 만약 법의 심판을 받지 않는다면 설희는 평생 억울하게 살아갈 거야. 상해죄는 형법상 최소 3년에서 10년까지의 징역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마음씨 착한 설희가 1년 동안만 감옥살이를 하면 용서해 준다고 했어."

고현아는 그저 우습기만 했다. 그녀는 당연히 죄를 부인했고 경찰에게 조사를 부탁했다.

하지만 그때, 윤설희가 어딘가에서 고현아가 자신을 계단에서 밀치는 영상을 가져왔기에 고현아의 죄는 확실해졌다.

고현아는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 그 영상을 봤을 때의 표정을 평생 잊을 수 없었다. 증오, 역겨움,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는 것조차 더럽다는 그 표정...

고현아는 결국 이정후의 경호원을 따라 교도소로 돌아갔다.

그녀는 출혈과다로 침대에 이틀 내내 누워만 있었다.

사흘 째 되던 날, 교도소의 벽에 걸려있는 TV에서는 윤설희의 생일 파티 현장이 방송되고 있었다.

이씨 그룹의 대표가 200억을 들여 자신의 죽마고우한테 생일 파티를 준비해 줬다는 기사였다.

화면 속 윤설희는 휠체어에 앉아있었지만 여전히 청순하고 가련해 보였다. 이정후는 그녀를 챙겨주느라 바빴고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부드럽기 그지 없었다. 두 사람은 선남선녀의 조합으로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고현아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오늘은 외할머니의 장례식 날이야, 분명 후사를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 윤설희의 생일이나 축하해주고 있다니!'

고현아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모든 걸 다 바쳐도 아무런 보답도 받지 못한다는 슬픈 현실을 말이다.

고현아에게는 마음 속에 숨겨둔 비밀이 있었다. 그는 이정후를 10년동안 사랑해 왔었다.

이정후는 그녀에게 그저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지만 그녀는 그저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영원히 겹치지 않을 평행선과도 같았지만 한 차례 교통사고로 운명이 바뀌었다.

3년 전, 이정후는 교통사고로 인해 식물인간이 되었었다.

이씨 가문 사람들은 명의라는 명의는 다 찾아서 이정후의 병을 고치려고 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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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밤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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