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오빠!"
"정우 오빠!"
허수연과 이소연은 허정우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뒤를 쫓아갔다.
그리고는 둘은 같이 허정우의 앞길을 막아 섰다.
"오빠, 설마 지금 윤서아 그년한테 가는 건 아니지?" 허수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허정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허수연! 누가 너한테 그런 험한 말들을 가르쳤어? 우리 허씨 가문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마."
"정우 오빠, 수연이한테 화내지 마요. 수연이는 아직 어리잖아요. 그리고 서아 언니한테 마음이 있으면 미리 나한테 말해 줘요. 난 절대로 오빠의 발목을 잡지 않을 테니까, 지금 당장이라도 떠나줄 수 있어요."
이소연은 눈시울을 붉히며 잔뜩 상처 받은 표정으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소연아!" 허정우는 황급히 뒤쫓아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그런 거 아니야. 나랑 윤서아는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
"정우 오빠, 솔직히 말해줘요. 오빠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서아 언니가 있는 거죠? 난... 난 괜찮아요. 오빠의 대답이 뭐든,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 이소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말했다.
허정우는 이소연의 여린 얼굴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아팠다. "아니야. 그런 생각 하지 마. 윤서아가 어떻게 살던, 무슨 짓을 하던 이제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오빠, 그런데... 서아 언니가 꼭 그런 옷차림을 해야 하는 사정이 있었지 않았을까요? 혹시. 도와줘야 되는 거 아니에요?" 이소연은 더없이 상냥하고 사려 깊은 모습이었다.
허정우는 그런 그녀가 더없이 안쓰럽고 사랑스러웠다. "소연아, 넌 정말 너무 착해서 문제야. 하지만 걔가 어떻게 살든 이젠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고, 내가 준 보상금만 해도 윤서아는 남은 인생을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어. 그러니까 지금처럼 스스로 몸을 팔면서 허영심을 채우려는 행위는 온전히 윤서아 본인의 선택인 거야."
"하지만..." 이소연은 뭔가 더 말하려는 듯 하다가 갑자기 휘청거리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소연아!" 허정우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다가가 그녀를 붙잡았다.
"나... 난 괜찮아요. 그냥 너무 시끄러워서 머리가 아플 뿐이에요. 우리 얼른 룸으로 돌아가요." 이소연은 힘없이 그의 품에 기대며 나직이 말했다.
"병원에서 며칠 더 쉬라니까, 왜 말을 안 들어." 허정우는 체념한 듯,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허수연을 바라봤다. "수연아, 네가 먼저 소연이랑 룸에 들어가 있어. 난 화장실 좀 다녀올게."
"오빠, 설마 그 틈에 몰래 윤서아 보러 가려는 건 아니지?" 허수연은 의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허정우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이소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수연아, 서아 언니는 지금 많이 흔들리고 있어. 그러니 정우 오빠가 서아 언니를 좀 설득해서 바로 잡아주는 건 당연한 일이야. 그래도 한때는 부부였는데, 이런 일이 밖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허씨 가문의 체면에도 문제가 되잖아."
"언니는 진짜 너무 착해요. 이런 상황에서도 그년..." 허수연은 순간 말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허정우의 눈치를 살폈다.
"오빠, 소연 언니는 아직도 몸이 아픈 거 알지? 그러니까 꼭 빨리 와야 돼!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난 책임 못 지니까!"
그렇게 경고를 한 뒤, 허수연은 이소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언니, 가요."
한편, 화장실에서 나온 윤서아는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머리를 살짝 넘겼다.
그러자 그 장면을 본 남자들은 저도 모르게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윤서아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녀한테 꽂힌 수많은 시선들에게 같은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욕망이다. 허정우는 그 모습에 왠지 모를 짜증이 밀려왔고, 문득 윤서아를 뺏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서아!" 허정우는 불쾌한 목소리로 윤서아를 불렀다.
윤서아는 고개를 돌려 허정우를 바라봤고, 냉소를 지으며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 " 왜 그러세요, 전남편? 무슨 일이시죠?"
그 말투는 너무 담담해서, 정말 그에 대해 아무런 미련도 남아 있지 않는 듯했다.
그녀의 냉랭한 반응에 허정우는 짜증이 밀려왔고 왠지 모를 분노가 가슴을 뜨겁게 불 태웠다.
그는 성큼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희고 가느다란 손목을 확 붙잡았다. "따라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