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늦은 밤이었다.

민강윤은 잠결에 뒤척이고 있었다.

몸 위에 있는 남자의 압박으로 그녀는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고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볼에 닿았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예리한 통증이 느껴졌다.

마침내 무슨 일인지 깨닫게 되자 그녀는 겁에 질려 눈을 번쩍 떴다. 어둠 속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는 몸 위에 있는 남자를 응시했다.

"태훈아, 당신이야?"

그의 답은 "끙" 하는 신음소리 뿐이었다. 독한 술 냄새가 그녀의 후각을 자극했다. 그는 다른 소리 없이 마치 그의 삶이 달리기라도 한 것처럼 계속해서 그녀에게 박아 넣었다.

민강윤은 그의 목소리를 알아차리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 시점에서 그녀는 그의 열정적인 공격에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가끔씩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을 뿐이었다.

그의 움직임은 더욱 광란적으로 변해 갔고 그녀는 고통과 쾌락이 섞인 이 기묘한 감각을 견뎌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예기치 못한 사건의 전개에 그녀는 기쁨을 금치 못했다.

그들이 결혼한 지 3년이나 되었지만 그녀의 남편인 김태훈은 그녀의 몸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마치 욕구가 없는 사람처럼 말이다.

이 결혼은 그의 할아버지 강요하에 완성 되었기 때문에 김태훈은 항상 그녀를 원망하며 차갑게 대해왔다.

하지만 지금, 그의 마음을 바꾸게 한 원인이 무엇이든 민강윤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강력하게 자신을 점유하고 간절히 자신을 원하는 김태훈의 반응에 그녀는 너무 기뻤다.

몇 시간이 지난 뒤 김태훈은 마지막 신음을 내뱉고 기진맥진해 그녀의 몸 위로 쓰러졌다. 창문을 통해 달빛 한 줄기가 들어와 그의 옆얼굴을 완벽한 예술품처럼 그려냈다.

민강윤은 서서히 느려지는 그의 심장박동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초현실적으로 느껴져 그녀의 마음 속 아주 조그마한 곳에서는 이것이 꿈이 아닌지 의심했다.

만약 이게 정말 꿈이라면 그녀는 영원히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태훈아." 그의 몸에서 풍기는 냄새를 탐욕적으로 느끼며 뜨겁고 끈적이는 애정을 담아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태훈아, 나..."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서 꺼내기도 전에 그가 취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연희야..."

민강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마치 냉수가 가득 담긴 물통이 그녀의 머리 위로 쏟아진 것 같았다.

김태훈이 이렇게 열정적인 것은 그저 그녀를 다른 여자로 착각한 것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

그가 부른 여자의 이름은 배연희였다. 마음속에 줄곧 품고 아껴온 첫사람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 때문에 지금까지 그녀는 해외에서 지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바로 어제, 배연희가 돌아왔다.

그리고 동시에 민강윤에게 명백히 도발하려는 메시지를 보냈다.

"나 돌아왔어. 김 씨 집안에서 네 자리는 곧 사라질 거야."

"나랑 태훈이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어. 서로에 대한 깊은 감정을 당신 고작 몇 년의 노력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아? 주제 파악하고 고아원으로 돌아가. 그곳이 네가 있을 자리니까."

"태훈이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도 잘 알 거야. 네가 침대에 맨 몸으로 누워 있더라도 분명히 그는 내 이름을 부를 거라고. 민강윤, 태훈에게 있어서 넌 영원히 내 그림자로만 살아갈 수 밖에 없어."

그림자?

민강윤은 김 씨 할아버지가 택한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는 김태훈의 아내, 김 씨 집안의 사모님이었다. 그녀는 그 누구의 그림자도 아니다.

그녀는 김태훈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로 돌아왔다. 그녀의 남편은 여전히 다른 여자의 이름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배연희의 비웃음이 민강윤의 머리에서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현재 상황에서 그녀는 자신을 속일 수가 없었다. 김태훈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손을 꽉 쥐었다. 몸 속을 타고 흐르는 슬픔과 분노에 몸을 떨었다.

민강윤은 지금껏 내내 김태훈에게 순종적이며 복종적이었고 좋은 아내였다. 남편을 돌보는 데 헌신할 수 있도록 심지어 일까지 그만뒀다.

그리고 속물적이고 거들먹거리는 남편의 가족으로부터 학대와 굴욕을 견뎌왔다.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그녀의 가난한 배경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았으며 그녀의 삶을 고달프게 만들기 위해 여러모로 수를 많이 썼다. 민강윤은 이런 사소한 문제로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 슬픔을 삼키며 힘들게 버텨왔다.

그녀는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겸손하게 행동했지만 모든 것이 그의 헛수고였다.

꼭 그렇게 그녀의 마음을 짓밟고 그녀에게 남은 최후의 존엄과 자존심을 빼앗아야 했을까?

남은 밤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

민강윤은 날이 밝아질 수록 정신이 점점 맑아지며 이렇게 그녀는 밤새 눈을 뜨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김태훈은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눈부신 햇빛에 깨어났다.

그가 이마를 문지르며 눈을 뜨자 눈 앞에 민강윤이 등을 돌리고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다.

어젯밤의 기억이 밀려오자 자신이 한 짓을 깨달은 그의 몸이 싸늘해졌다. 그는 입 꼬리를 올려 조소를 띄우고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를 보고 있지 않았지만 민강윤은 김태훈에게서 나오는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차분하게 계속해서 스킨케어 단계를 따라 화장품을 발랐다. 그 다음 순간 그녀의 손목은 단단한 손아귀에 붙잡혀 강제로 일어서게 되었다.

그녀의 손에서 소량의 크림이 미끄러져 내용물을 흘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민강윤은 고개를 들어 김태훈을 쏘아봤다. 그녀는 매우 화가 난 상태였지만 그의 눈을 마주치자 어쩔 도리 없이 심장이 아파왔다.

"나한테 약을 먹여서 강제로 동침을 하면 내가 당신을 인정할 줄 알았나?" 그는 그 말을 내뱉으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손목을 더욱 단단하게 쥐었다.

한 순간, 너무 무섭고 날카로워 보였다.

'하지만... 약을 먹이다니?'

민강윤은 쓴웃음을 보였다. "당신은 정말 내가 그렇게 비열한 방법을 쓸 여자처럼 보여?"

김태훈은 반감을 드러내며 코웃음을 쳤다. "당신은 나와 결혼하기 위해 우리 할아버지한테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지만 지금 순진한 척 그만 해. 당신 같은 뻔뻔한 여자는 연희와 비교도 안 돼!"

'뻔뻔한 여자? 순진한 척?'

그러니까 그의 마음속에 그녀는 이렇게 볼 품 없고 미천한 것이었다.

그에게 약을 먹일 생각이었다면 그녀는 이미 한참 전에 그렇게 했을 것이었다. 지금까지 기다리며 3년 동안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의 괴롭힘으로 괴로워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김태훈은 그녀를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민강윤은 그제서야 자신이 과거에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그녀는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하라는 모든 일을 성심성의껏 해왔는데 이렇게 된 이상 여기서 염치없이 버틸 필요가 없었다.

민강윤은 이를 악물고 그의 손을 쳐냈다.

그리고 그녀는 턱을 들고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김태훈, 이혼해."

회차 2

"뭐라고?"

김태훈은 민강윤의 갑작스러운 이혼 요구에 당황했다. 전날 밤 그를 약에 취하게 한 그녀가 무슨 게임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이번엔 무슨 속셈이야?"

그녀는 채구가 작았지만 지금 몸에서 내뿜고 있는 엄청난 기운은 김태훈을 위협할 정도였다.

"당신은 늘 나와 이혼하고 싶어 했잖아. 안 그래? 당신 할아버지가 강제로 나와 결혼시켰으니까. 그리고 이제 당신이 그렇게 그리워 하던 배연희가 돌아왔으니 내가 자리를 비워줘야 하지 않겠어? 그 여자와 결혼하는 것은 당신의 소원이잖아." 민강윤의 말은 솔직하고 직설적이었다.

김태훈은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지그시 바라봤다.

'이렇게 쉽게 자리를 양보한다고? 다른 시나리오를 꾸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민강윤은 진심인 것 같았다. 그래서 김태훈은 콧방귀를 뀌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후회하지 마."

그녀는 비웃음을 터뜨렸다. 이제껏 이보다 더 강한 결심을 한 적이 없었다. 그녀의 마음은 확고했다.

"내가 한 일 중 가장 후회되는 게 당신과 결혼한 거였어." 민강윤은 단호한 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김태훈은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오래동안 바라보았다.

그는 이제껏 그녀가 이렇게 단호하게 행동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가 알고 있던 양처럼 순하고 유순한 여자는 강하고 결단력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오늘 갑자기 돌변한 그녀의 태도에 김태훈은 의아했다.

'어쩌면 전날 밤에 일어난 일과 그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 아닐까? 하지만 그녀가 아니라면 누구란 말인가?'

그 날 아침 두 사람은 법정으로 갔다.

민강윤은 평범하고 꾸질꾸질한 옷차림을 했고 김태훈은 윤기 나는 프라다 수트를 입었다. 조화롭지 않은 두 사람의 만남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민강윤은 그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가능한 빨리 이혼을 마무리 짓기 위해 집중했다.

몇 분이 지나고 마침내 그토록 많은 불행을 가져온 결혼은 막을 내렸다.

민강윤은 이혼 서류를 손에 쥐고 순간 황홀한 기분이 들며 그대로 멍하니 서 있었다.

"이걸로 끝이군. 그럼." 김태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고 떠났다.

민강윤은 다른 말도 없이 단 한 순간도 그녀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사라지는 김태훈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그는 마지막까지도 붙잡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의 남편이었던 적이 아닌 것처럼 굴었다.

"덕분에 일이 쉬워졌네." 민강윤은 쓴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의 무심한 태도에 그녀는 더 쉽게 미련을 버릴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은 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각자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그녀는 앞으로 나아갔다.

갑자기 윤기 나는 검은 벤트리가 그녀의 앞에 멈추었다.

차문이 열리고 희끗희끗한 머리의 한 노인이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로 걸어왔다. 그 뒤로는 건장한 경호원 넷이 따랐다.

그가 누구인지 알아본 민강윤은 허리를 곧게 펴고 귀족적인 분위기를 내뿜었다. "아버지 소식통은 엄청나네. 지금 막 이혼했는데 벌써 아저씨를 보내시다니." 그녀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 노인, 임 집사는 친절한 미소를 짓고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가씨, 오늘은 회장님과 하신 3년 계약의 마지막 날입니다."

그는 민강윤의 손에 들고 있는 문서를 잠깐 바라보았다.

그는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 분을 설득하지 못한 것 같군요. 그렇다면 약속대로 서월시로 돌아가 가업을 이어받으셔야 합니다."

민강윤은 얼굴을 찌푸리고 침묵을 유지했다. 영원 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15살 때, 민강윤은 그 누군가의 음모에 의해 기억을 잃고 방원시에 있는 고아원으로 가게 되었다. 나중에 여러가지 인연으로 김 씨 할아버지의 목숨을 구하고 그 은혜로 김 씨 집안으로 들어갔으며 성년이 된 그날, 할아버지는 김태훈을 협박하여 그녀와 결혼하게 했다.

민강윤이 기억을 되찾은 건 김태훈과의 결혼 첫날밤이었다. 당시에 그녀는 아버지 대신 김태훈을 선택하고, 만약 3년 안에 그의 사랑을 얻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제서야 민강윤은 소중한 3년 시간을 한번도 자신을 사랑한 적이 없는 남자에게 낭비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구멍난 독에 물 붓기였던 것이다.

"회장님이 무척 보고 싶어하십니다. 제발 저와 함께 가주시죠. 회장님의 화를 더 돋우지 마세요. 그 분은..."

"임 집사." 민강윤은 그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 과거를 언급하자 그녀의 얼굴은 더욱 차가워졌다. "아버지 옆에 그 여자가 있어. 그리고 민 씨 집안은 내가 있든 없든 상관이 없으니까 더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 난 방원시에서 처리할 더 중요한 문제가 있어. 임 집사와 돌아가지 않을 거야."

지난 3년 동안 그녀는 비밀리에 조사를 진행하며 왜 그녀가 기억을 잃었고 어떻게 방원시에 오게 되었는지 알아내려고 했다. 많은 노력 끝에 그녀는 그 사람이 민 씨 그룹 소속 직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 누가 그 일에 가담했는지 알 수 없었다.

민강윤은 그림자 속에 적이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민 씨 집안으로 돌아가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게다가 계모와 함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 없었다.

임 집사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회장님 말씀이 맞았네요. 여전히 그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고 쉽게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거 말이에요."

그는 지갑에서 수프림 신용카드를 꺼내 공손하게 민강윤에게 건넸다. "아가씨 은행 카드입니다. 6조 원이 들어있습니다."

그런 다음 그가 자신의 뒤에 서 있던 경호원들에게 손짓을 하자 그들은 즉시 새로운 계약서를 민강윤에게 전달했다.

회차 3

"회장님은 아가씨가 여기에서 계속 머무시는 것을 허락하셨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방원시에 민 씨 그룹의 지점 중 하나인 angle이 있는데 아가씨께서는 이곳을 운영해 전년 대비 5%의 수익 향상을 이루어셔야 합니다."

"또한 이 제안을 거절하셔도 되지만 그럴 경우 김 씨 집안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임 집사가 공손하게 말을 전했다.

민강윤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김 씨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김 씨 그룹을 보살피겠다고 약속했으므로 어떻게 해서든 그 약속을 지켜야만 했다.

아버지는 그녀의 약점을 알고 이를 이용하여 그녀를 조종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라고 협박하지 않았다. 대신 angle그룹을 맡으라는 조건을 내놓은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의도인 걸까?'

"알았어. 할게." 민강윤이 마지못해 말했다.

그녀는 펜을 들어 계약서에 자신의 이름을 아무렇게나 휘갈겼다. 그런 다음 6조 원이 들어 있는 카드를 집어 들었다.

그녀는 카드를 응시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가진 돈이 겨우 2천 원 뿐이라 택시 요금조차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돈벼락을 맞게 된 건가?

아버지와 한 약속 때문에 민강윤의 은행 계좌는 정지되었고 계약 위반을 피하기 위해 정체를 숨겨야 했다.

김 씨 가족은 항상 민강윤을 업신여겼다. 그들은 돈 많은 사람들에게 아첨하고 민강윤과 같은 사람은 천대하고 비웃었다.

그런 그들이 그녀가 은행 계좌의 수 조 원을 보유한 전국에서 가장 부유한 민 씨 집안의 막내 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놀란 표정을 지을까?

민강윤은 고아원에서 그녀의 친구가 죽음에 이르렀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는 김태훈의 어머니 이경자 앞에 무릎을 꿇고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경자는 거만하게 플래티늄 신용 카드를 과시하고 있었지만 민강윤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내 카드에 돈이 얼마나 들은 줄 아니? 자그마치 2억이야! 너 살면서 이만큼의 돈 본 적 있니? 하지만 너한테 빌려주지는 않을 거야. 그럴 바에 개 사료에 몽땅 써 버리는 게 낫지! 나한테 네 가난한 친구는 애완견보다 못하단 뜻이지."

민강윤은 그녀가 당하는 조롱과 모욕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기회만 된다면 김태훈의 어머니와 여동생을 혼내주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과 친구를 위해 복수를 할 것이다.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가 거칠게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민강윤은 고개를 돌렸고 그 곳에는 이경자가 있었다.

이경자는 턱을 높이 들고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민강윤을 쳐다봤다. 그녀의 뒤에는 쇼핑백을 손에 든 많은 부잣집 여성들이 서 있었다. 그녀와 함께 쇼핑을 한 것 같았다.

민강윤은 태연하게 신용카드를 가방에 넣고 차갑게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이경자는 민강윤의 낯선 태도에 당황했다. 민강윤이 갑자기 자신을 이렇게 차갑게 대할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경자는 그녀를 무시하고 협박하는 것을 즐겨왔다.

"너 누구 허락 받고 밖에 나온 거니? 집안일은 끝냈니? 점심 준비는? 내 아들을 굶기면 네 살가죽을 벗겨버릴 거야. 그리고 그건 무슨 옷이니? 넌 우리 가족의 수치야! 내 아들과 결혼한 지 몇 년이 됐는데 아직도 가난한 사람처럼 옷을 입는 거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 얼른 들어가!"

"수치요?"

민강윤은 이경자의 말을 비웃더니 말했다. "제가 당신 가족에게 시집온 이후로 당신은 모든 하인들을 해고시키고 제 일도 억지로 그만두게 했잖아요. 그리고 당신 아들을 돌보게 했지요. 전 당신이 하라는 걸 다 해냈고요.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이라도 만족한 적 있으셨어요? 아니요. 당신은 제가 당신의 보석을 훔쳤다고 절 비난하면서 비가 내리는 날에 밖에서 무릎을 꿇게 했어요. 기억 안 나세요?"

이경자의 뒤에 있는 여성들은 불편해 보였다. 이경자가 항상 민강윤을 못살게 굴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그녀를 괴롭혔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그들 간의 긴장감이 팽팽해지자 여성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뭐? 도대체 무슨 얘기 하는 거야?"

이경자가 끼어들려고 했지만 민강윤의 속사포 같은 말에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

"모르는 척 하지 마세요. 무슨 얘긴지 아주 잘 알고 계시잖아요."

민강윤은 고개를 높이 들고 선언했다. "헛소리는 그걸로 충분해요. 또 저를 건드리면 그 때는 당신이 한 모든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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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아내와의 두 번째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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