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특히 침대 위에서, 그녀의 적극적인 모습은 더욱 매력적이었다.
심준서와 심덕호 어르신은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서하윤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자신을 바라보는 심도윤의 눈빛이 너무나도 노골적이어서, 서하윤은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도망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 불안한 티를 냈다가는 심씨 집안 사람들의 의심을 사기 십상이었다.
서하윤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예의 바른 말로 대충 넘어가려 했지만, 심도윤은 또다시 입을 열었다. "좀 엄살이 심한 것 같기도 하고, 체력도 영 별로고요."
서하윤은 발끝에서부터 한기가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다.
'심도윤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설마 아까 그 일을 말하려는 걸까?'
'분명 비밀로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서하윤은 당장이라도 심도윤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지만, 그의 장난기 가득한 눈빛과 마주칠까 두려워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심준서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도윤 형,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말 그대로야."
심도윤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을 이었다. "뼈도 없는 사람처럼 저렇게 기대어 있고 얼굴에 핏기 하나 없는데, 저게 엄살이 아니면 뭐겠어?"
심준서는 그제야 서하윤의 얼굴이 창백하고 손도 차갑게 식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윤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아직 컨디션이 안 좋은가 봐요."
할아버지 앞에서 심준서는 신사적이고 다정한 모습을 연기했다. "많이 힘들면 내가 먼저 집에 데려다 줄까? 내일 노성에 가서 계약 건 처리해야 한다며?"
서하윤은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르신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몇 마디 당부한 뒤, 심준서에게 그녀를 데려다주라고 했다.
서하윤은 고개를 숙이고 걸음을 옮기면서도, 등 뒤에 가시가 돋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녀를 데려다주는 내내 심준서는 차가운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의 서하윤이라면 심서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겠지만, 그의 속마음을 알게 된 데다 이런 일까지 겪고 나니, 그녀는 더 이상 그에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온 서하윤은 바로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몸에 남은 애매한 붉은 자국과 손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오늘 그녀의 드레스가 다소 보수적이라서 겨우 가려졌지만, 벗고 나니 그 모습이 너무나도 끔찍했다.
정신이 혼미했던 순간, 심도윤이 그녀의 허리를 움켜잡고 거칠게 물어뜯으며 거의 온몸을 어루만졌던 기억이 떠오르자, 서하윤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팬티에 아직도 피가 묻어 있었고 서하윤은 물을 틀고, 피부를 한 겹 벗겨내고 싶을 정도로 몸을 문질러댔다.
'그 개자식…'.
'절대 그 자식의 애인이 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지금, 서하윤은 몸에 남은 흔적을 내려다보며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들어 처녀막 복원 수술을 예약했다.
회사가 시장을 되찾기 위해서는 심씨 그룹의 투자 자금이 필요했다.
심준서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 약혼은 반드시 해야만 했다.
서하윤은 마음을 조금 진정시킨 후 침대에 누워 쉬려는데, 카톡에 친구 신청이 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새까만 프로필 사진에 이름은 간단하게 '윤'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심도윤?!'
서하윤의 호흡이 순식간에 가빠졌다.
그녀는 못 본 척, 서둘러 휴대폰을 던져두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근무하는 병원에 문자로 휴가를 내고 다른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그 곳은 최근 몇 년간 갑자기 두각을 드러낸 사립 병원으로, 비싸긴 해도 평판이 좋고, 무엇보다 비밀 유지가 철저했다.
어느덧 도심 병원을 능가할 기세였다.
서하윤은 마스크를 쓰고 대기실로 들어가, 고개를 숙인 채 간호사가 자신의 번호를 부르기만을 조용히 기다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나가던 간호사 두 명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저 기장님 진짜 잘생기지 않았어?"
"우리 병원도 이제 잘나가나 봐. 올해는 대한항공 직원들의 신체검사까지 맡고. 방금 저 기장님 검사할 때 옷 벗었는데, 복근 보고 침 흘릴 뻔했잖아!"
"야, 조용히 해! 그분들 나오신다!"
서하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건장한 남자 무리가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중 선두에 선 남자는 단연 눈에 띄었다. 모두 똑같은 흰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었음에도, 그의 넓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 긴 다리가 빚어내는 완벽한 비율은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 강인하고 잘생긴 얼굴은 그녀에게 너무나도 익숙했다.
'어떻게 심도윤일 수가…'
서하윤은 머리가 윙 하고 울리는 것을 느꼈다. 손바닥을 세게 움켜쥐며 당장이라도 이곳을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는 심도윤과 교류가 많지 않았지만, 그의 일처리가 냉혹하고 신속하며 성격은 음험하고 잔인하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왔다.
그런 심도윤이 자신이 처녀막 복원 수술을 받으러 병원에 온 것을 알게 되면 어떤 결과가 닥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바로 그때, 한 간호사가 검사지를 들고 빠르게 걸어 나오며 외쳤다. "7번 환자분 계신가요? 서하윤 씨."
그 말에 심도윤은 걸음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