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나는 그들보다 먼저 공원에 도착했다.

늦가을 공기는 상쾌했고, 축축한 흙냄새와 썩어가는 낙엽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나는 익숙한 자갈길을 걸어 내려갔다. 걸을 때마다 구두굽이 살짝씩 파고들었다.

저기 있었다. 어머니를 위한 추모 숲.

수양버들 몇 그루가 소박한 화강암 벤치를 둘러싸고 있었다.

벤치에는 작고 청동으로 된 명판이 붙어 있었다.

[사랑하는 엘리너 켄트를 기리며. 그녀는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 막 파헤쳐진 흙 위에 작고 화려한 대리석 판이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삽이 기대어 있었다.

메스꺼움이 치밀어 올랐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대리석에 새겨진 글씨를 읽었다.

[여기 미스터 다아시 잠들다. 충직한 친구이자 소중한 영혼. 마침내 그의 진정한 사랑과 재회하다.]

진정한 사랑과 재회하다? 그게 대체 무슨 뜻이지?

고양이였을 뿐인데.

그때 그들이 보였다.

강태준과 주예슬이 손을 잡고 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주예슬은 작은 벨벳 상자를 들고 있었다.

그녀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마치 연극적인 애도의 공연 같았다.

강태준은 불편해 보였고, 마치 들킬까 봐 두려운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들은 나를 보고 멈춰 섰다.

주예슬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의 슬픔 어린 가면이 순간적으로 벗겨졌다.

“서아야.”

강태준의 목소리는 긴장으로 가득했다.

“여기서 뭐 해?”

“여긴 우리 엄마 추모 공간이야.”

내 목소리는 위험할 정도로 조용했다.

“당신들이 여기서 뭐 하는 건데?”

주예슬이 앞으로 나서며 강태준의 팔에 손을 얹었다.

“태준 씨는 그냥 날 도와주는 거야, 서아 씨. 오늘은 나한테 힘든 날이거든.”

그녀는 대리석 판을 가리켰다.

“그냥 다아시를 기억할 작은 공간을 원했을 뿐이야.”

“여긴 애완동물 묘지가 아니야.”

나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알아, 하지만 여긴 너무 평화로운 곳이잖아.”

그녀의 목소리에는 거짓 동정이 뚝뚝 묻어났다.

“그리고 당신 어머니도 동물을 사랑하셨다고 들었어. 이해해주실 거라고 생각했지.”

바로 그거였다.

죽은 내 어머니의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들먹이며 이 역겨운 짓을 정당화하는 것.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행동했다.

나는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대리석 판을 발로 찼다.

무겁지 않았다. 판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주예슬이 숨을 헉 들이마셨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이 미친년!”

“이 쓰레기 당장 치워.”

내 목소리는 분노로 떨렸다. 나는 강태준에게 돌아섰다.

“지금 당장 치우라고.”

“서아야, 진정해.”

강태준이 우리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그는 유권자가 화를 낼 때 쓰던 것과 똑같은, 달래는 듯한 제스처로 두 손을 들었다.

“우리 그냥 얘기로 풀자.”

“얘기할 건 없어!”

내가 소리쳤다. 그 소리가 조용한 숲에 울려 퍼졌다.

“자기 고양이 묻겠다고 우리 엄마 무덤을 훼손하고 있잖아!”

“묻는 거 아니야!”

주예슬이 벨벳 상자를 가슴에 꼭 껴안으며 소리쳤다.

“기념 명패라고! 그리고 이건 유골이야!”

“상관없어!”

나는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갔고, 강태준이 나를 막았다.

“서아야, 제발.”

그가 애원했다.

“예슬이는 그냥 속상해서 그래. 고양이가 죽었잖아. 측은지심 좀 갖자.”

“측은지심?”

나는 거칠고 추한 소리로 웃었다.

“아버지 시상식은 빼먹고, 내 얼굴 보고 거짓말하고, 우리 돈으로 저 여자한테 오피스텔 사주고, 이제 와서 우리 엄마 추모 공원에 서서 저 여자 죽은 고양이한테 측은지심을 가지라고? 당신 제정신이야?”

강태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나와 주예슬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주예슬은 연극적인 큰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당신이 이렇게 냉혈한 년인 줄 알았어.”

그녀가 흐느꼈다.

“당신은 항상 태준 씨와 내 사이를 질투했잖아. 그가 행복한 꼴을 못 보는 거지.”

“행복?”

나는 그 단어를 뱉어냈다.

“그는 행복하지 않아. 그는 약해 빠졌어. 그리고 당신은 기생충이야.”

나는 강태준을 밀치고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다.

그 명패를 땅에서 뽑아 산산조각 내버리고 싶었다.

그가 나를 막았다. 그의 힘은 놀라울 정도로 강했다.

“서아야, 그만해! 지금 이게 무슨 추태야!”

그가 hiss했다. 그의 공적인 이미지를 지키려는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내가 추태를 부린다고?”

나는 그를, 내가 사랑했던 남자를 바라보았다. 경멸 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결혼이 추태야. 이 인생이 추태라고. 그리고 난 이제 내 역할을 그만둘 거야.”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 여자랑 그 여자 고양이 기념물 여기서 당장 치워, 강태준. 안 그러면 내일 아침 바로 이혼 소송 걸 거야. 그리고 장담하는데, 아내의 죽은 어머니 추모비를 내연녀가 훼손하게 놔둔 시장 후보 이야기는 6시 뉴스에 아주 멋지게 나올걸.”

그의 손아귀 힘이 풀렸다.

정치적인 협박, 그것만이 그에게 통하는 유일한 것이었다.

그는 내가 그럴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내가 그를 파멸시킬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혼란과 두려움으로 뒤범벅된 얼굴로 주예슬에게 돌아섰다.

“예슬아, 우리 그냥 가야 할 것 같아. 여긴… 여긴 아닌 것 같아.”

“하지만 약속했잖아!”

그녀가 울부짖었다. 그녀의 눈물은 갑자기 멈췄다. 그녀의 눈은 차갑고 계산적이었다.

“알아, 하지만 다른 곳을 찾자. 더 좋은 곳으로.”

그가 그녀를 끌어내려 했다.

“싫어!”

그녀가 그를 뿌리쳤다.

“난 여기가 좋아.”

그녀는 나를 보며 입가에 비웃음을 띠었다.

“여긴 특별한 곳이잖아.”

강태준이 그녀의 팔을 더 단단히 잡았다.

“주예슬, 가는 거야.”

그는 그녀를 이끌고 길을 따라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따라갔지만, 어깨너머로 나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은 승리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자기가 이긴 것처럼.

그들은 훼손된 숲 속에 나를 홀로 남겨두고 떠났다.

뒤집힌 대리석 판은 내 결혼 생활의 묘비처럼 보였다.

나는 떨리는 숨을 내쉬고 휴대폰을 꺼냈다.

공원 관리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 관리인님, 한서아입니다.”

내가 말했다.

“추모 숲에 쓰레기가 좀 있어서요. 즉시 치워주셔야겠습니다. 네. 대리석 판이요. 그냥 버려주세요.”

전화를 끊고 떠나려는데, 금속성의 빛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의 벤치 밑둥 근처, 덤불에 반쯤 가려져 있었다.

나는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또 다른 명패였다. 더 작고 새로운 것.

이미 벤치 다리에 나사로 박혀 있었다.

[미스터 다아시를 위해. 무지개다리에서 주예슬을 기다리며.]

분노가 다시 치밀어 올랐다. 이전보다 더 뜨겁고 격렬하게.

그녀는 그냥 명패를 가져온 게 아니었다.

이미 내 어머니의 벤치를 더럽혀 놓았던 것이다.

그들은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숲 밖으로 달려 나갔다.

구두굽이 부드러운 흙을 파고들었고, 심장은 단 하나의 파괴적인 목적으로 미친 듯이 뛰었다.

지금 전체 스토리 읽기
작가를 후원하고 Moboreader의 다음 이야기를 응원해 주세요!
모든 회차 잠금 해제

마흔아홉 권의 책, 하나의 결산

3화
회차
사용자 설정
다음 화